◎누적된 재정적자·전비지원에 국고 바닥상태/1백억불 도입 불가피… 현재론 단기증상 분석걸프전 양상이 장기화되면서 세계최고부국의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처음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차관을 도입하고 있다.
리야드 주재 서방외교소식통과 경제전문가들에 의하면 사우디가 걸프전비와 이집트 터키 등 소위 「전선국가」에 대한 원조재원확보를 위해 지난해 8월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쓴 비용은 연국가총수입의 절반 가량인 4백80억달러로서 이를 메우기 위해 약 1백억달러 규모의 차관도입이 불가피한 지경에 놓였다.
소식통들은 사우디정부가 장기산업구조 개편작업에 따라 80년대 들어 매년 재정적자를 기록,89년말 외환보유고는 불과 1백억달러에 달했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사우디정부는 90,91년에 각각 90억,1백억달러의 예산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연금기금 등 국내기관의 자금차입으로 적자를 충당할 수 있었으나 걸프전 발발로 추가자금 소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말했다.
사우디정부는 미군의 걸프 주둔비용으로 올해 1·4분기에만 1백35억달러를 지원키로 했으며 위기가 지속되면서 병력을 대폭 증강함에 따라 올해의 재정적자는 2백4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보여 전쟁이 보다 장기화되면 사태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사우디는 재정부족분과 세계원유공급부족분의 충당을 위해 걸프사태 후 1일 5백40만배럴의 원유생산량을 지난해 12월 기준 1일 8백30만배럴 선으로 대폭 늘렸으나 국제원유가의 전반적인 하락세로 이마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에서는 독일·일본 등 서방부국들이 합당한 재정지원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또한 「발등의 불」인 전쟁수행에 총력을 기울여 모든 재정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사우디로서는 걸프해상의 오염과 같은 「부차적 문제」에는 전혀 신경조차 쓰지 못할 정도이다.
물론 세계 제1의 석유매장량을 지닌 사우디의 재정위기는 전쟁기간의 「단기적 증상」으로서 전쟁종료 즉시 회복될 수 있다는 낙관적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우디가 장기적 재정압박을 받음으로써 OPEC(석유수출국기구)내에서의 영향력을 차츰 상실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대두되고 있는 점이다.
즉 사우디는 세계최대산유량을 지렛대 삼아 자체 산유량 조절로 세계유가를 조정하고 OPEC내 다른 회원국들에 유가조정에 협조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으나 자금압박을 탈피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산유량을 감산할 수 있을지가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또 전쟁종료 후 쿠웨이트 이라크의 원유가 세계시장에 한꺼번에 재공급되면 공급과잉에 따른 여러 문제가 야기될 것임이 분명,이로 인한 중동의 불씨가 또 한 번 타오를지도 모르는 일이다.<배국남 기자>배국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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