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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후지분 노려 「중재」 자청/걸프전 협상역 왜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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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후지분 노려 「중재」 자청/걸프전 협상역 왜 나섰나

입력
1991.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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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붕괴땐 중동발판 상실/무기시장유지 실리도 큰 작용소련은 과연 이라크와 다국적군간의 걸프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소련은 또 걸프전쟁 종전 이후 어떤 중동정책을 택할 것이며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13일 예프게니·프리마코프 대통령특사와 회담한 자리에서 개전 이래 최초로 평화적 해결책을 강구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함으로써 중동지역에서 소련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련은 지난해 8월2일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래 미국 등 서방국가의 대이라크 제재에 적극 동참,유엔 안보리에서 찬성표를 던지는가 하면 무기금수 및 군사고문단 철수 등 이라크의 「침략행위」에 비판을 가해왔다.

소련은 이같은 태도는 물론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추구해온 동서신데탕트정책에 걸프사태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이라크를 지원할 경우 미국 등 서방국의 대소 경제지원이 중단되고 화해무드가 냉각상태로 환원되는 등 페레스트로이카정책 전반의 기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따라서 지난해 11월 미국측 요청으로 열린 미소정상회담에서 고르바초프는 부시 미 대통령에게 「쿠웨이트 원상회복」이라는 총론에 합의를 해주었으며 미국의 군사적 행동에 어느 정도 양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소가 이처럼 초강대국으로서 지역분쟁에 의견을 같이한 것은 걸프사태가 처음으로,서로의 이해득실을 고려할 때 손해볼 것이 없다는 계산을 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걸프전쟁이 이라크의 결사적 항전으로 차츰 장기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고 미국내 일부에서는 차제에 이라크를 붕괴시켜 「중동의 불씨」를 제거하자는 주장도 대두됨에 따라 소련은 향후 중동지역에서 「자신의 몫」이 온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하게 됐다.

고르바초프가 최근 『다국적군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수와 쿠웨이트 정권회복」을 촉구한 유엔결의안의 목표를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한 것과 소련 장성들이 『미국이 걸프전쟁을 통해 중동에서 항구적인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제기됐음을 반증한다.

소련으로서는 이라크 정권이 붕괴되고 미군이 중동지역에 주둔할 경우 안보상에 상당한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전후 이 지역에서 소련을 지지하는 국가가 하나도 없어 이 지역에서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또 소련은 경제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키 위해서는 무기수출을 통해 외화를 획득해야 하는데 동유럽은 이미 무기수입을 중단한 상태이며 중동에서 가장 호전적인 이라크마저 무너져버리게 되면 소련의 무기수출은 벽에 부딪치게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소련은 비록 원유수출국이지만 유전개발투자가 제대로 안 된 데다 주요 유전이 시베리아 동부에 위치해 있으며 앞으로 2년 뒤에는 공업화에 따른 원유소비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우랄산맥 서부의 공업지역과 거리상 이점이 있는 중동지역에서 원유를 수입해야 된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결국 소련은 프리마코프 특사를 통해 이라크와 전후 이라크의 복구 및 군사력 지원을 약속하고 이라크가 주장하는 이스라엘과 아랍간의 국제평화회담에 적극 개입하는 「일종의 묵계」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르바초프가 최근 이라크측에 「현실」을 직시하라는 충고성 발언을 한 것도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는 듯하다.

즉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며 조속한 철군 및 휴전만이 이라크가 얻을 수 있을 최상의 「정치적 승리」라는 것이다.

소련으로서는 과거부터 동맹관계를 유지해온 이라크가 붕괴되는 결과를 원치 않고 있으며 최소한 현 상태에서 종전하는 것만이 중동지역의 발판을 잃지 않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소련의 일부 보수파들은 최근 「팍스 아메리카나」로 상징되는 미국의 세계 신질서 개편 움직임에 상당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으며 미국에 셰바르드나제 전 외무장관 때처럼 일방적 양보를 해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주장을 펴고 있다.

어쨌든 소련은 베스메르트니흐 외무장관과 베이커 미 국무장관간의 회담을 통해 미국측으로부터 전후 중동신질서 구축 참여를 보장받은만큼 현 단계로서는 이라크를 설득해 그 지분을 확대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후세인은 일단 소련측의 의도에는 동조하고 있는 듯하나 전적으로 이를 따를지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어 전황에 따라 그 향배가 결정될 수도 있다.

이같은 소련의 의도와 후세인의 선택이 어떻게 구체화되든지 간에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중동지역이 여전히 세계초강대국의 「세력싸움의 대결장」이라는 사실이란 점이다.<이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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