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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설날이 웬말인가/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경제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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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설날이 웬말인가/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경제진단)

입력
1991.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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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생산중단 경제손실 10억불이나불란서를 비롯한 구라파 여러 나라의 여름은 휴가철로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름 내내 거의 한 달 정도가 휴가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기간 동안에 공장이나 회사문을 완전히 닫아 걸고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각자가 순번을 정하여 교대로 근무함으로써 생산활동은 계속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를 보면 공휴일이라고 하여 전국민이 동시에 생산활동을 중단하는 날이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구정설날이다. 건국 이래 구정설날을 공휴일이 아니라 하나의 민속절로 유지되면서 조상을 생각하고 차례를 지내는 날로만 여겨져왔다. 그러던 것이 지난 몇 년 사이에 구정이 공휴일로 지정되더니 이제는 구정을 전후로 하여 3일 연휴의 공휴일이 되었고,방송이나 신문에서는 설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분위기를 들뜨게 하고 있다.

그런데 설날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정월 초하룻날」이라는 정의가 내려져 있다. 즉 한 해를 시작하는 첫날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구정인 2월15일을 설날이라고 하는 것은 이제 우리가 양력을 버리고 음력을 쓰는 국가가 되겠다는 것인가? 만약에라도 우리가 오늘날 세계의 모든 인구가 쓰고 있는 양력을 포기하고 다시 과거와 같이 음력을 쓰겠다고 한다면,이는 마치 개화하겠다고 조선말기에 잘라버렸던 상투를 오늘날 다시 매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우리의 전통명절을 맞아 헤어져 있던 일가친척이 모여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신정도 있는데 구정을 또 다시 설날이라 하여 전국민이 모두 경제활동을 중단함으로 해서 우리 경제에 미치게 되는 악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로 구정이 3일 연휴가 됨에 따라 전국적으로 생산활동의 중단이 나타나게 된다. 정부추계에 의하면 하루의 휴무로 인하여 국민총생산액은 7억5천만불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수출도 2억2천만불이 감소된다고 한다. 따라서 구정연휴로 최소한 6억6천만불의 수출감소가 추정된다.

더욱이 금년의 경우 일요일이 끼여 연휴가 4일로 늘어나게 되었는데 일반적으로 연휴 하루 전날과 연휴가 끝난 다음날은 생산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거의 일주일 분의 생산이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를 수출액으로 환산하면 10억불 이상의 손실을 초래하는 셈인데,이는 작년에 우리나라가 기록하였던 48억불 무역적자의 약 5분의1에 해당되는 액수이다.

또한 최근 걸프전쟁의 여파로 지난 1월중의 수출신용장 내도액은 예년에 비하여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작년이나 재작년 1월중에 수출신용장 내도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14% 이상 증가하던 것이 금년에는 2.8% 증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수출신용장 내도실적이 부진한 데다가 생산까지 휴무로 지장을 받게 되는 경우 금년의 무역적자는 당초 정부예상보다 훨씬 확대될 것이 예상된다.

둘째로 구정을 설날로 정하여 한 해가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면,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한 해의 거래를 정산하던 우리의 관습상 구정을 앞두고 시중에 많은 자금이 풀려나가게 되고 아울러 명절준비를 위한 소비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시중에 자금은 늘어나고 소비욕구는 커지는 반면에 생산활동은 거의 일주일간 중단되므로 이는 궁극적으로 물가불안을 야기시킬 것이다. 이러한 일이 신정과 구정,두 번에 걸쳐서 연초에 발생하므로 해서 한 해의 시작부터 우리 경제는 무거운 짐을 안고 출발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로 오늘날과 같이 사회간접자본의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구정연휴로 인하여 전국민이 민족대이동을 하는 경우 교통과 운송의 체증으로 인한 보이지 않는 손실도 생산감소액에 못지않게 크게 발생할 것이다.

어쩌다보니 우리에게는 설날이 두 번이 되어버렸다. 어제는 까치설날이고 오늘은 우리 설날이라고 하는 아이들의 노래처럼,그러면 신정은 남의 설날이고 구정이 우리 설날이 되는 것인지 위정자들에게 묻고 싶다. 오늘날 우리가 세계 각국과 더불어 양력을 쓰고 있는 한 설날은 1월1일이지 2월15일이 될 수는 없다. 대신 구정을 없앰으로써 축소되는 휴무일은 여름이건 겨울이건 휴가일수에 보태어 각자가 필요한 시기에 쉴 수 있도록 해야겠다.

즉 이제까지 휴가가 일주일이었던 사람에게는 열흘을 주어 이제는 우리도 한 번 휴가를 보낸다고 하면 열흘 정도는 여유있게 쉬는 국민이 되어보자.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부지런하다는 독일 국민들도 지금은 유럽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긴 휴가를 즐기는 국민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네들은 일부가 휴가를 가더라도 공장이 멈추거나 생산이 중단되지는 않도록 하여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휴무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설날은 일 년에 한 번이어야 하고,모두가 한꺼번에 휴무하여 생산이 중단되는 식의 휴가제도는 이제 지양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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