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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액수·대상 곧 드러날듯/마무리 접어든 검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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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액수·대상 곧 드러날듯/마무리 접어든 검찰 수사

입력
1991.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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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 “말문”… 의원 소환은 확인의미/축소·짜맞추기 자백 우려도수서의혹 수사 7일째를 맞은 검찰이 13일 택지특별공급사건 진상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을 이틀째 철야조사한 결과 거액의 로비자금이 정치권으로 건너갔다는 사실을 밝혀냄에 따라 관계부처 공무원들과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사건 수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최명부 대검 중앙수사부장은 정 회장이 소환된 12일 수사 착수 후 처음으로 검찰청사에서 철야하며 수사 진척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아 정 회장이 수서특혜사건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실감케 했다.

정 회장은 가끔 결정적인 대목에서 입을 열지 않거나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지만 검찰이 방증자료를 들이대며 다그치면 대체로 시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씨에 대한 이틀째 철야조사가 마무리되는 14일 상오께에는 정 회장이 정치권이나 관계기관에 제공한 뇌물액수와 대상인물의 폭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구영 검찰총장은 13일 상오 검찰기자실에 들러 『뇌물사건과 간통사건은 당사자들끼리 은밀하게 이루어진 범죄이기 때문에 수사가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그러나 과거 특수부 검사로서 수사할 때 경험으로 판단해볼 때 철야조사 이틀째 자정을 넘어서면 대부분 고해성사하는 사람처럼 입을 여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해 이날 밤 철야조사가 이번 사건 성패의 분수령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이 설날 연휴기간에도 쉬지 않고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을 정한만큼 정 회장으로부터 뇌물액수에 대한 최종확인을 받아내는 대로 관련의원들과 장병조 전 비서관의 소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검찰조사를 여러 번 받아 수사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데다 입증이 어려운 뇌물사건의 경우 「조건부 자백」이 관행처럼 돼 있기 때문에 정 회장의 말 한마디에 따라 검찰의 수사범위가 인위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즉 정 회장이 검찰과 담판,수사대상을 축소하고 뇌물액수를 줄여주는 조건으로 뇌물공여 사실을 털어놓는 식으로 「정치적 바터」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정 회장과 검찰이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은 장 전 청와대비서관과 의원 3∼4명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짓고 외압의 상부선을 밝히지 않는 조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평민당이 이날 상오 대변인을 통해 『정 회장이 입원중 잠적해서 이 사건 수사와는 관련이 없는 안기부에 가 모종의 시나리오에 따른 진술을 강요받았다는 설이 있다』며 검찰의 해명을 요구한 것도 이같은 시각의 일단을 반영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검찰이 청와대에 대한 수사를 장 전 비서관으로 한정하고 대신 수사 중점방향을 의원들에게 두어 속죄양을 만들려고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에서 장 전 비서관의 배후나 여야 정당 고위층에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뇌물성 정치자금」에 대한 수사를 외면하고 있어 이같은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또 박세직·고건 현·전 시장,김대영 건설부 차관과 윤백영 서울시 부시장 김두식 국회 건설위 전문위원 등을 보도진을 따돌린 채 극비리에 안가 등 밀실에서 조사하는 등 지금까지의 공개수사 원칙에 예외를 두어 「특혜수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또 고·박 전·현 시장을 조사한 뒤 이례적으로 수사를 담당한 주무부장이 나서 『이분들은 재임시 외부의 압력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며 조사결과 외압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 이번 조사가 외압의혹을 불식시키고 전·현직 시장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러일으켰다.

이 밖에 수서택지 특별공급에 관한 건설부의 유권해석 경위 등을 조사받은 건설부 이동성 주택국장이 수사과정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돼 밀실에서 예우를 받으며 조사를 받은 고위급 참고인들과 형평에 어긋난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짜맞추기 수사」 「축소지향 수사」라는 지적에 대해 『이번 사건의 특수성으로 인해 관련자들을 형사처벌하는 것보다도 언론에 소개된 각종 의혹을 어떻게 설득력있게 해명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검찰이 미리 어떤 선을 정해놓고 수사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조사결과 혐의사실이 밝혀지면 누구라도 처벌한다는 방침임은 분명하다』고 성역없는 수사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거듭된 원칙론에도 불구하고 관련의원 몇 명과 장 전 비서관의 사법처리만으로 수서의혹의 실체가 규명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적다.

국민들은 검찰이 정·경·관이 한데 얽혀 저지른 비리 사슬의 본질적인 구조를 밝혀내 검은돈으로 이어진 업자­정치인­고위관리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수사 결과가 국민들이 파악하고 있는 실체보다 미흡한 쪽으로 결론지어질 경우 사건 배후와 외압의 실체에 대한 의혹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이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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