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밝지 못하다” 딴전부려 담당검사 애먹어/정 총장 “나는 국회의원과 악연있는 모양”○…정태수 회장은 수사초기 뇌물로비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다가 검찰이 연합주택 조합간사 고씨의 진술과 기초증거자료를 제시하자 어쩔 수 없이 뇌물공여사실을 일부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관계자는 14일 청구될 구속영장에 뇌물공여죄가 포함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영장에 뇌물수수자의 이름을 쓸 수 없다』고 말해 정 회장의 자백사실을 우회적으로 공개.
○…정 회장을 소환,13일로 이틀재 조사중인 대검중수부 수사과는 철야조사를 통해 정 회장의 뇌물제공 여부를 상당부분 밝혀낸 듯 밝은 표정이었으나 자백을 받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토로.
한 수사관계자는 『정 회장은 상대방의 신분·지위가 높을 경우 항상 단독으로 만나는 등 밀실 거래에 완벽을 기해 왔다』며 『철저한 방증자료 확보만이 입을 열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귀띔.
이 관계자는 또 『정씨가 나이를 앞세워 귀가 밝지 못하다는 등 딴전을 피워 예정보다 조사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신문사항을 말하면 「잘 안 들린다」고 딴전을 부리며 애를 먹인다』고 전언.
○…정구영 검찰총장은 기자들에게 『사회적 명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백이 고해성사와 같아 밤 12시 이후에나 자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정 회장의 야간자백에 기대.
정 총장은 국회의원들이 수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자 『아마 내가 국회의원과 악연이 있는 모양』이라고 심경을 피력.
정 총장은 이어 『이번 수사자체가 증거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론의 채근에 따라 착수된 것인 만큼 구체적 증거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회장에게 적용할 죄목문제로 고민해 왔으나 일단 명확하게 드러난 국토이용관리법과 배임증재혐의를 적용할 방침.
검찰관계자는 『정 회장의 뇌물공여 여부수사는 막바지 단계』라며 『소소한 부분에 다소 엇갈리는 진술이 있어 일단 구속한 뒤 기소단계에서 뇌물공여죄를 적용하는 수순이 타당할 것 같다』고 설명.
이 관계자는 『완벽한 뇌물수수액을 조만간 뇌물수수자의 소환조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
○…대검중수부 수사팀은 수사를 끝낸 뒤 내놓을 발표문과 임시국회소집에 대비한 국회답변자료 작성문제로 벌써부터 부심.
검찰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언론에 먼저 보도된 뒤 수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언론이 제기한 의혹을 따라가는 데 급급한 실정』이라며 『청와대 고위층관련설 등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의혹들이 검찰수사만으로 불식되기는 어려운 것 아니겠느냐』고 토로.
○…최명부 대검중수부장은 정 회장이 검찰출두 전 안기부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는 평민당의 주장에 대해 거의 입을 열지 않던 태도를 바꿔 검찰출두과정을 상세히 설명.
최 검사장은 13일 낮 12시30분께 기자들이 진치고 있는 검찰회견실로 와 『정 회장이 당뇨병으로 한양대병원에 입원한 직후 기자들을 따돌리려고 호텔로 옮겼으며 검찰수사관이 계속 추적,언제든 신병을 확보할 태세가 돼 있었다』고 안기부의 연행및 조사설을 강력히 부인.
○…정 회장이 11일 하오 1시께부터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진 신라호텔측은 『30대 남자가 지난 9일 「허훈」이라는 이름으로 체크인했다가 12일 하오 5시 체크아웃했다』면서 『11일 이 객실의 청소원이 청소를 하러 갔다가 투숙객으로부터 「청소가 필요하면 시킬테니 방 근처에 접근하지 말아 달라」는 말을 들었으나 특별한 동정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주택조합간사 고진석씨는 이날 하오 9시30분께 구속영장이 집행돼 수사관 2명과 함께 검찰승용차에 태워져 서울구치소로 직행.
초췌하고 긴장된 표정의 고씨는 『정 회장이 국회의원들에게 뇌물을 준 사실을 아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짤막하게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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