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금융당국 「한보 살리기」 기울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금융당국 「한보 살리기」 기울어

입력
1991.02.14 00:00
0 0

◎“파산땐 함께 손실” 걱정/직접 결제 60억등 자체 대응노력도 고려/“기업주와 별개” 입장… 어음대 지급등 계속한보계열사의 단자사 어음결제(대출상환)를 놓고 매일매일 숨막히는 상황이 은행창구에서 연출되고 있는 가운데 한보그룹을 존속시키는 방안이 금융당국에 의해 적극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보그룹의 존속가능성이 검토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지적되고 있다. 하나는 경제적 시각으로만 볼 경우 한보의 공중분해는 얻는 것 없이 잃는 것만 많은 최후의 선택이므로 기업을 그대로 존속시키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금융당국의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한보가 이번 사태에 대한 자체적인 대응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한보의 대응력 측면에서 볼 때 맨 처음 수서사태가 터지자 한보그룹이 6천5백억원이 넘는 엄청난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등 재무구조가 취약해 며칠 못 가 부도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또 한보가 정태수 회장 1인 중심체제이기 때문에 정 회장이 구속되는 경우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도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한보는 사태발생 1주일을 넘기면서도 일부는 은행들의 도움 때문에,또 일부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현찰을 직접 동원하면서 부도사태를 막아내고 있다.

예상보다 잘 버티며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의 대지급 맡고 그 동안 한보 쪽에서 직접 결제한 자금만 해도 60여 억 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한보측은 어음이 한꺼번에 몰려들지만 않고 정상적으로 돌아온다면 부도는 막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보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철강 쪽의 업황이 매우 좋으므로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계속되면 발행한 어음은 모두 결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또 5백26억원을 웃도는 진성어음이 한보의 자금숨통을 막을 것으로 우려됐으나 대부분 한보철강의 자재대금 등이어서 일반적으로 부실기업체의 도산 직전에 나타나는 사채어음 쇄도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의 검찰소환 이후 한보의 경영체제는 곧바로 비상체제로 들어가 정 회장 부재에 따른 문제점을 곧바로 노출시키지는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존속가능성을 검토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정치·사회적으로 또는 도덕적으로 볼 때 한보그룹을 그대로 놔둘 수 있느냐는 논의가 당연히 나올 수 있으나 경제적으로 볼 때는 한보그룹이 쓰러질 경우 엄청난 경제적 교란을 겪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일단은 최대한 버텨보고 정 안 될 경우 어쩔 수 없는 차선책으로 제3자 인수 등이 거론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재무부 등 금융당국은 이 때문에 구체적 입장표명에 앞서 한보측에 실효있는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지난 11일 정흥근 한보철강 사장 등이 예고없이 정영의 재무부 장관을 찾아갔을 때 이미 확인된 바 있다.

한보그룹이 부도 등을 거쳐 결국 제3자에게 인수되면 일부 은행의 경우 수백억원의 손실을 떠안게 될 게 확실시되며 아울러 엄청난 특혜시비 등이 일어나는 부작용도 겪게 된다.

은행들이 5공 때의 부실기업 정리과정에서 떠안은 손실의 상처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마당에 다시금 부실채권이 발생하게 될 경우 금융계에 미치는 충격은 적지 않은 것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회사를 살려보는 쪽으로 자금지원 등의 노력을 최대한 기울이는 것이다. 은행의 이러한 노력은 한보의 단자사 어음기간 연장 요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단자사 어음을 결제하느냐,기간연장하느냐,부도를 내느냐는 사실상 한보그룹이 해야 할 일이다. 기업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제나 기간연장을 한보측이 매달려야 하는 게 당연한데도 은행들이 나서서 단자사들에 기간연장해줄 것을 애타게 요청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은행으로선 기업을 존속시켜야 손실없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보그룹의 해체나 도산이 금융측면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나다. 관련 협력업체의 경영부실이 곧바로 이어지고 3천2백여 명의 한보종업원들의 직장문제도 야기된다.

이 때문에 한보의 자체 노력으로 어느 정도 가능하기만 하다면 존속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으로서 한보를 부도없이 존속시키는 것이 정 회장 가의 소유·경영권을 그대로 보호·유지시켜 주는 것과 같을 수만은 없다.

이미 엄청난 정치·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정 회장 가의 경영배제 여부는 한보그룹의 존속문제와는 별개로 주목을 끌고 있는 문제다.<홍선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