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7명 손님접대가 주업무/「창업명당」 믿어 부동산 계약도부동산 정보수집과 땅투기를 전문으로 하는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의 개인사업체인 한보상사가 정 회장의 개인복덕방이었다면 서울 종로구 종로1가 28의2 대광빌딩 6층에 있는 해주 정씨 영양위 파종회사무실은 부동산거래와 로비를 위한 정 회장의 개인접선 장소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유주가 해주 정씨 종친회 법인명의로 된 이 건물은 연건평 2백40평 규모의 8층 건물로 6층을 해주 정씨 영양위파 종회사무실 겸 강릉에 있는 한보학교법인 영동전문대학 서울사무소로 쓰고 있다.
정 회장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내 본사사무실을 제쳐두고 주로 이곳에서 부동산거래를 하고 로비대상자 등 외부인사를 만났으며 한때는 사채거래 창구로도 이용했다는 것. 사업과 로비 등 정 회장의 은밀한 활동을 위한 개인사무실이었던 셈이다.
이 사무실엔 종회직원 4명과 영동전문대 서울사무소 직원 3명이 근무하고 있으나 이들이 하는 일은 주로 정 회장과 그 손님을 접대하는 것. 30평의 사무실엔 10평 규모의 회장실이 별도로 꾸며져 있다.
정 회장이 이곳을 개인사무실로 애용하는 것은 이곳이 한보그룹의 출발지였다는 이유도 있지만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과 서울신탁은행이 가깝고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외부인사를 만날 수 있기 때문.
정 회장은 지난 74년 세무공무원 생활을 청산하고 주택건설업체인 한보상사를 설립했는데 대광빌딩이 바로 한보상사의 사무실이었다. 지난 79년 대치동에 은마아파트를 지으면서 계열사무실을 모두 은마아파트상가 3층으로 옮긴 이후에도 정 회장은 대광빌딩에 정이 들었다며 종회사무실을 차리고 개인사무실로 활용해 왔다는 것.
정 회장이 한보그룹의 돈줄을 혼자서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 듯 은행관계 일도 남에게 시키지 않고 직접 처리했는데 종회사무실에서 은행출입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은 또 시내에서 외부손님을 만날때 이곳을 연락장소나 만나는 장소로 이용했는데 주로 부동산거래나 로비대상자들은 남의 시선을 의식,이곳에서 만났다는 것.
특히 부동산을 거래할 땐 대치동의 한보상사 사무실을 피해 종회사무실에서 계약을 체결하곤 했는데 이는 정 회장이 이곳에서 기업을 키워 이곳을 명당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종회사무실은 한때 한보그룹의 사채거래 창구역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70년대 회사골격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을 때 정 회장은 부동산 거래로 생긴 돈이나 아파트를 짓고 나서 생긴 돈의 일부를 이곳에서 사채시장에 내놓아 돈놀이를 하고 자금이 달릴 땐 사채를 끌어들였다는 것.
사채거래는 이재에 밝은 것으로 소문난 정 회장의 두 번째 부인(83년 사망)이 도맡았는데 부인 역시 철저한 점조직으로 사채놀이를 해 사채시장에서는 정 회장의 돈이 사채시장에 돌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을 정도라는 것.
정 회장은 지난 79년 대치동에 4천4백여 가구의 대규모 아파트를 성공리에 분양한 뒤 생긴 목돈을 이 사무실을 이용해 사채시장에 돌려 재미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보의 사채거래는 지난 77년 한보종합건설이 주식시장에 상장되면서 규모가 줄어들어 지금은 사채거래 창구로서의 역할은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오에는 대치동 사무실에서 일을 보고 하오에는 종회사무실에 매일 들렀으나 올 들어서는 1주일에 두어 번 종회사무실을 찾았는데 방문 횟수가 줄어든 것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6층 사무실까지 걸어서 올라오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직원들의 설명이다. 80년초부터 고혈압과 당뇨병에 시달려온 정 회장은 1주일에 한 번꼴로 한양대 부속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았으며 평소 사무실에 혈압계를 비치해 놓고 수시로 혈압을 점검할 정도로 혈압이 높아 6층까지 걸어 올라오는 것을 몹시 힘들어 했다는 것.
최근엔 지난 7일 마지막으로 모습을 나타낸 뒤 정 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없어 그 동안 빈 사무실을 지키던 직원들은 지난 11일부터 사무실 문을 잠근 채 출근하지 않고 있다.<방민준 기자>방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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