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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한보의 운명/제3자 인수경우 새 특혜 안돼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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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한보의 운명/제3자 인수경우 새 특혜 안돼야(사설)

입력
1991.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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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막바지에 접근하고 있는 사이에 스캔들의 주역인 한보그룹의 운명도 신속한 해결을 필요로 하는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보그룹은 수서의 태풍으로 정상적인 결제가 불가능한 상태다. 한보그룹 계열사들은 11일 단자사들이 교환에 돌린 1백33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했다.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이 이 중 45억원을 신탁대출,대지급금 등으로 결제해 줬고 나머지 88억원은 관계당국의 요청에 따라 단자사들이 어음기간을 연장했다. 조은과 관계당국이 부도를 막아준 것이어서 한보그룹은 사실상 은행관리에 들어간 셈이다. 한보그룹의 운명은 이제 관계당국의 손에 떨어지게 된 것이다.한보그룹은 한보철강,한보주택,한보탄광 등이 주요기업이다. 종업원수(이하 89년말 현재)는 3천2백39명,총 매출액 2천8백60억원,총 자산 4천9백31억원 등으로 국내 재벌그룹 중 23위다. 그러나 총 부채 4천3백36억원,당기순이익 1백91억원의 적자를 보여 재무구조는 취약하다. 한보그룹에 대해 조흥·서울신탁은 등 12개 은행과 한성·제일투금 등 18개 단자사,제일·대한생명 등 4개 보험회사 등 은행 및 제2금융권이 제공해 준 대출,지급보증 등 순여신은 1월말 현재 4천1백24억6천6백만원이다. 한보그룹의 신상명세서가 이와 같으므로 그 처리가 간단치 않다.

「수서의혹」 사건을 일으킨 한보그룹의 처리에는 기업윤리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측면 두 가지가 고려돼야 할 것이다.

현재 재무부,주거래은행들 사이에 거론되고 있는 타결안은 하나는 조흥은행 등 12개 채권금융기관이 공동으로 법정관리를 한 뒤 기업을 정리,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방안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은행관리를 하는 방안이다. 세 번째는 지금처럼 한보그룹을 현 체제대로 경영정상화를 회복할 때까지 계속 지원하는 방안이다. 법정관리는 경영자를 대체하고 모든 부채를 동결,채권은행들이 부담을 분담하고 은행관리는 경영자를 그대로 둔 채 자금관리,주거래은행이 부실채권을 떠맡아야 한다. 정부는 아직 확실한 방침을 세우고 있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주무부장관인 정영의 재무장관은 11일 긴급지원을 요청해온 한보측에 대해 『먼저 할 일을 다한 뒤에 주거래은행과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용만 은행감독원장은 『검찰과 감사원의 조사결과가 나온 후 사후대책을 최종 확정지을 방침이다』고 했다. 한보그룹에 대한 처리는 수사당국이 가능한 한 서둘러 매듭지을 계획이므로 오랫동안 미결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정부가 어떤 방식을 택하든 핵심은 한보그룹 경영자에 대해 형사적 책임과는 별도로 도덕적 책임도 물어야 하고 이번 파동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도 사회적 책무를 져야 한다. 이윤의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황금만능의 독점자본주의시대적 사고는 사라져야 한다.

수서의혹사건이 함축하는 의미는 금권과 권력이 결탁하면 무소불능인 시대는 이제는 지난 역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보그룹은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것이 시대적 요청인 것 같다. 또한 로비의 귀재라는 정 회장이 채무청산에 자진 협력토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제3자에 대한 인수는 또 다른 특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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