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승강기에 몰래 태우기도/정 회장 “미안”… 「로비」는 극구부인한보 정태수 회장,고건·박세직 전·현직 서울시장,김대영 건설부 차관 등 수서택지 특혜공급사건에 관련된 핵심인사들이 12일 검찰 청사에 나옴으로써 검찰의 1단계 수사는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특히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던 정 회장은 검찰수사관들과 호텔에 함께 있었던 사실이 확인돼 그 동안 검찰이 정 회장을 정식소환하기 앞서 상당한 사실조사를 사전에 진행했음을 알게해 주었다. 정 회장은 사건 초기와 똑같이 자신은 로비를 한 적이 없으며 『로비가 있었다면 조합측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서소문 대검 청사 외에 서초동 서울지검에서도 사건수사를 동시진행했으며 조사 후 전·현직 시장을 피고인 호송용 엘리베이터에 태워 내보내는 등 극도의 보안유지작전을 폈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최명부 중수부장은 이날 밤 귀가하지 않고 정 회장의 로비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정홍원 부장검사로부터 수시로 보고받으며 새벽까지 수사팀을 독려. 한 수사관계자는 『순수한 뇌물수수사건인만큼 정 회장의 소환으로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셈』이라며 『오늘밤이 최대 고비로 13일 아침에는 언론에서 보도할 내용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수사가 급진전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 회장은 이날 하오 1시30분께 흰 목도리에 검은 코트차림으로 긴장 속에 침착하려고 애쓰는 표정인 채 검찰수사관 2명과 함께 대검 청사에 나타났다.
청사 부근에서 차를 내려 정문으로 걸어 들어오던 정 회장은 취재진 50여 명에게 둘러싸여 10여 분간 카메라 세례와 함께 『심경이 어떠냐』 『자연녹지를 매입한 이유가 무엇인가』 등의 질문공세를 받았으나 묵묵부답이었다.
정 회장은 12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몸이 불편한가』라는 질문에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는데 12층 중수부 4과장실에서 5분여 동안 머문 뒤 정홍원 4과장과 함께 15층 조사실로 들어갔다.
○…15층 조사실로 가는 동안 정 회장은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며 『그 동안 신라호텔에서 검찰수사관들과 함께 있었다』고 말하고 정치권에 거액의 뇌물을 주었다는 의혹에 대해 『공사는 우리가 하는데 정치권에 왜 돈을 주겠느냐』고 부인했다.
○…검찰관계자들은 박 시장 등의 소환사실이 확인된 뒤에도 『금시초문』이라고 보인 작전을 폈다.
변진우 서울지검 3차장검사는 하오 3시40분께 직원들과 기자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11층에 와 『중수부2과장 한부환 부장검사가 5분 후 조사경위를 설명할테니 내려가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기자들이 자리를 비운 하오 4시께 박 시장 등을 철창이 있는 피고인 호송용 엘리베이터에 태워 2층 마약반 사무실로 보낸 뒤 청사 뒤편 구치감 후문을 통해 빠져나가게 하려다 취재진에 발각되자 검찰차량인 흰색스텔라 승용차에 나눠 타게 한 뒤 지하주차장 통로로 나가도록 했다.
박 시장은 평소 쓰지 않던 안경을 끼고 있다가 사진기자들이 알아채고 카메라플래시를 터뜨리자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 시장은 검찰조사에서 『KBS와의 TV회견 때 공급방침은 국회의 결정에 따랐다고 밝힌 것은 표현을 잘못한 것』이라며 『국회의 청원은 법적 효력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최종결정은 본인이 모든 사항을 종합적으로 판단,택지공급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내린 것』이라고 진술했다.
○…정구영 검찰총장은 하오 10시30분께 퇴청하면서 『수사전망이 어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언론이 결을 했으니 결자해지해야 되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하고 수사종결시점에 대해서는 『설에도 수사를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대답.
○…검찰조사를 받은 고건 전 서울시장은 하오 9시50분께 동숭동 자택에 귀가,기자가 소감을 묻자 낮은 목소리로 『담담하다』고 말하고 조사내용 등에 대한 질문에 『미안하다. 아무 할 말이 없다』고만 대답하고 함구했다.
고씨는 마로니에공원 쪽에서 혼자 걸어서 귀가했는데 약간의 취기가 있어 괴로운 심경이 엿보였다.
○…박 시장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뒤 사적인 모임에 참석하고 하오 9시께 귀가한 뒤 외부와의 접촉을 피한 채 가족들에게도 일체 말을 하지 않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고 가족이 전언. 평소 대범하기로 소문난 박 시장의 이같은 몸가짐을 두고 주변에선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추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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