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 소환은 「증거확보」 반영/정·관가 동요 심해 “조기 종결” 수사 박차수서택지 특혜공급사건 수사 6일째인 12일 하오 검찰이 이번 사건의 주역인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을 검찰청사로 소환,철야조사에 들어가 검찰의 1단계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12명의 검사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이 각 분야별로 나뉘어 철야수사를 계속해온 것도 비리 피라미드 정점에 있는 정 회장의 범법 사실을 밝히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었으므로 정 회장의 소환은 곧 구속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이 지난 10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한 한보그룹의 한근수 자금담당 전무,여지리 상무 등 임직원 10명을 이틀 밤을 새워 조사한 이유도 정 회장의 로비활동 자금조성경위와 로비대상자들을 사전에 알아내기 위한 것임은 물론이다.
검찰이 그 동안 정 회장의 소환을 뒤로 미뤄온 이유는 구체적인 로비증거를 확보해두려는 측면도 있지만 정 회장의 수사대처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도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회장이 세무공무원 출신으로 자수성가해 준재벌기업으로 성장시킨 사업수완가일 뿐 아니라 비자금관리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완벽에 가깝다고 보아왔다.
또 88년 5공비리 사건수사 때도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집중 조사를 받았으나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등 검찰조사만 3번째 받을 정도로 수사받는 데 익숙해 있다는 점도 검찰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따라서 검찰은 완벽한 물증과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각종 방증자료를 다수확보한 뒤에야 비로소 정 회장을 소환한다는 수순을 세워놓았었다.
지난 10일 한보 임직원들을 철야조사한 뒤 한 수사검사는 『아직까지 전혀 기대할 만한 성과가 없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으나 이틀째 철야수사를 마친 12일 상오에는 『한줄기 서광이 비친다』고 말해 한보측이 서울시·건설부 등 행정부서와 청와대·정치권 등에 펼친 로비활동의 일부혐의를 포착했음을 시사했었다.
검찰이 비록 정 회장을 수사하기 어려운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정 회장의 진술 등에서 조그마한 단서가 포착되기만 하면 의외로 쉽게 수사가 진척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확보된 방증 및 정 회장 측근들 수사에서 드러난 뇌물수수혐의를 추궁하고 회사 경리장부에 나타난 불분명한 지출액의 용도 및 사용처를 캐들어가면 앞뒤가 들어맞지 않는 진술이 나오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특히 회사 경리장부에 기재된 사용처 불명의 돈에 대해 정 회장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못 할 경우 한보법인에 손해를 끼쳤다고 볼 수 있으므로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된다는 점도 비자금 추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검찰측에 유리한 조건이 된다.
검찰은 또 지난 10일 하오 소환돼 조사시한인 48시간을 넘긴 한보 임직원 9명을 귀가시키지 않고 검찰청사에 대기시킨 채 수시로 정 회장과 대질신문을 벌이는 등 양 당사자간의 진술 불일치를 유도하는 한편 부하직원들의 신병처리 문제와 정 회장의 자백을 연계시켜 심리적 압박감을 조성하는 수사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회장이 이번 사건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인물인만큼 전 수사력을 집중,뇌물제공사실과 그 대상을 밝혀낸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수사가 진통을 겪게 돼 13일중 구속영장 청구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정 회장의 전격소환으로 설날연휴 전 구속이 가시화되기는 했지만 건설부와 시청 등 관계공무원의 결탁 및 뇌물수수혐의,장병조 전 청와대비서관의 경우와 같은 외압·비호세력의 배후색출,국회 건설위 청원심사소위를 중심으로 한 정치인 개입 등 검찰이 파헤쳐야 할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에 수사는 이제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은 이처럼 산적한 문제를 가급적 빨리 처리,정치권과 관가의 동요를 조기수습하고 사법처리 대상자를 가리는 수사와 진상규명 차원의 수사를 구분해 마무리하겠다는 방침 아래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설날연휴기간 동안에도 수사가 계속 될 것이냐는 질문에 『설날은 우리 사회의 큰 명절인만큼 서로 불편이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설날 이전에 1차 수사종결방침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수사가 길어지면 서로 피곤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여지가 많다』며 설날 이전에라도 수사가 급진전되면 연휴기간에도 수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형편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때문에 11일 하오 삼청동 안가에서 윤백영 서울시 부시장을 극비리에 조사한 데 이어 12일 상오에는 고건·박세직 전·현 서울시장과 김대영 건설부 차관을 서초동 검찰청사로 은밀히 불러 조사를 마치는 등 발빠른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도 조기수사 종결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검찰이 그 동안 수면하에서 은밀히 방증수사를 계속해온 이유가 정 회장의 소환에 대비한 것임에 비추어 볼 때 이날 정 회장의 검찰청사 출두는 수서비리의 핵심에 검찰수사가 접근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이창민 기자>이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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