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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방한 바이츠제커 독일 대통령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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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방한 바이츠제커 독일 대통령 인터뷰

입력
1991.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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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문제 독일과 달라”/한국 구동독지역 관심가져야/한·독 관계 EC 통합과는 무관리하르트·폰·바이츠제커 통일독일 대통령은 『같은 분단국가의 아픔을 겪은 한국의 통일도 독일처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 독일의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25일부터 3박4일간의 한국방문을 앞두고 지난 31일 본에 있는 대통령관저에서 기자와 만난 바이츠제커 대통령은 『서울을 방문하는 동안 한국 통일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고 전제한 후 『독일보다 더 뼈아픈 고통을 당한 한국의 통일은 독일과는 국제여건이 크게 다른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떠올렸다.

바이츠제커 대통령은 『독일통일은 갈라져 있던 동·서독이 단순히 하나로 합친 것으로 보면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통일은 전유럽이 통일되는 추세에 따른 것으로 유럽통일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 동안 동구를 하나로 묶어놓았던 브레즈네프독트린을 깨뜨린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힘입은 사실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동·서독이 생활수준 격차 극복 등에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향후 20년간 유럽의 중심이 구동독지역이었던 독일 새 5개주로 옮겨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히고 『한국은 새로이 자유경제시장으로 문을 연 구동독지역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 상품은 구동독주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며 동구 진출의 의미에서도 지금이 다시 없는 기회라는 해석이다.

그의 한국방문은 지난해 독일을 방문한 노태우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루어지게 됐다. 지금까지 그는 한국을 세 번 방문했는데 대통령이 된 후는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을 이해하는 대통령」이다.

독일 대통령의 한국방문은 그의 설명처럼 뤼프케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분단에서 통일을 이룩한 새 독일 대통령의 첫 한국방문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방한 소감은.

▲한국과 독일은 1백년이 넘는 관계를 맺고 있고 현재 한국인이 독일에 많이 살고 있는 등 그 관계는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현재 양국 관계는 경제·문화(특히 음악)·의학·학술 등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재독한국인의 성실함은 독일 전체의 중요한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2차대전 후 양국은 분단이란 공동운명에 처했지만 국제여건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달랐다. 이번 한국방문에서도 분단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의 이번 한국방문은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룩한 새 독일 대통령의 방한이란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데 한국통일에 대해 무슨 조언을 하겠는가.

▲독일의 입장에서 조언·충고는 삼가고자 한다(아주 신중해졌다). 서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동안 한국이 독일통일을 성원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 독일통일을 단순히 동·서독이 하나로 합친 것으로 보면 곤란하다. 전유럽의 통일추세에 따른 것으로 유럽의 통일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런 사항을 소개하는 것은 한국과 독일은 정치적·지형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소련을 제외하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지만 한국은 단 하나의 인접국가를 갖고 있을 뿐이다.

이와 함께 독일은 분단된 후 동·서독간 인적 교류가 끊어진 일이 없다. 이에 비해 한국의 분단상황은 독일보다 심각하고 국민들에게 뼈아픈 상처를 남겼다.

한반도에도 유럽의 개혁 바람이 발전적으로 이어져 경직된 북한을 부드럽게 해주길 기대한다.

­독일통일은 대통령 자신에겐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나는 베를린에서 자랐다. 서독에 살면서 편안하고 안락했지만 어디엔가 아픔이 있었다. 모든 독일사람은 통일이란 염원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동독에 자유·민주주의가 찾아오길 기대했고,그것이 이루어졌다. 개인적으로 향후 20년간 구동독의 5개주가 유럽의 중심지 역할을 넘겨받게 될 것이고,유럽은 좋은 중심지를 갖게 될 것으로 믿는다.

­독일통일로 두려움을 갖는 나라가 있을지 모르는데 앞으로의 대외정책은.

▲독일의 재통일은 인접국가의 동의에 의해 이루어졌다. 막연한 두려움은 크지 않다고 본다. 바로 「동의」가 핵심이다. 통일된 후 동독에 투자유치와 동·서독의 생활격차를 좁히려 노력하는 등 「통일자체」만으로도 바쁘다.

­92년말 EC가 통일되면 한·독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이 아닌가.

▲독일은 EC 단일시장 형성과정에서 책임과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 통일된 독일은 EC 안에서 성장을 원한다.

통독과 92년의 EC 통합으로 독일과 아시아 또는 한국과의 관계가 느슨해진다고는 생각 않는다. 한국도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양국 경제관계는 매우 건전하게 성장했다. 한국과 경제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한·독 경제규모는 미·일보다는 적지만 3위로 알고 있다. 양국의 공동이해를 위해 현재 3위란 서열을 더 끌어올리고 싶다.

앙국은 교역상대국가이지만 일부 부문에선 경쟁관계를 피할 수 없으나 서로 인정하고 협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앞으로의 협력을 기대하며 이번에 서울에서 27일부터 3월9일까지 열리는 「독일 하이테크91」로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본=이병일 편집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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