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몰락」 확신 앞서야 결심/「전후」 국제적 합의도 중요요소부시 미 대통령은 11일(워싱턴 시간) 백악관에서 사우디 현지시찰을 마치고 돌아온 딕·체니 국방장관,콜린·파월 합참의장으로부터 전쟁 진행상황에 관한 보고를 받은 후 짤막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전쟁은 순조롭게 궤도를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상전이 언제 시작될 것이며 공중폭격을 얼마 동안 더 계속될 것인지 등에 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체니 국방,파월 대장은 백악관 보고 후 기자회견에는 나오지 않고 12일에 있을 아렌스 이스라엘 국방,킹 영국 국방,족스 프랑스 국방장관의 연속적인 워싱턴방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 3국 국방장관의 워싱턴방문은 다국적군의 지상전 전개결정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군의 지상전 개시시기는 대체로 2가지 조건 성숙여하에 달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미군의 쿠웨이트 진격은 쿠웨이트 해방은 물론 사담·후세인의 몰락을 확실히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걸프전쟁의 목표를 공식적으로는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철수 ▲쿠웨이트 합법정부 복귀 ▲중동의 미군 보호 ▲중동 평화유지 등의 4개로 천명해왔다.
그러나 『후세인이 없어진다 해도 아무도 울 사람은 없다』는 부시 대통령의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미국은 전후 처리에 있어 후세인 없는 이라크를 가정하고 있음이 여러 국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베이커 국무장관도 의회 증언에서 『후세인이 남아 있는 이라크에 원조를 할 생각은 아예 말라』는 상원 외교위 제시·헬름스 의원의 말에 『동감』이라고 맞장구를 쳤었다.
후세인의 권력은 바로 총구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세계 제4위의 이라크 군사력을 이번 기회에 아주 망가뜨릴 계획이다. 적어도 이웃나라들의 위협이 되는 전력을 그대로 남긴 채 이번 전쟁을 끝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체니 국방장관은 이라크 공군력이 레이더망의 거의 전면적 파괴에 따라 가동중지상태에 빠졌다고 설명했으며,이라크 해군력은 완전제로(Zero)라고 확인했었다.
공군력과 해군력이 없는 이라크군은 지금 상호연락망도 갖지 못한 채 각 지역별로 육군만 살아 있는 셈인데 이들을 미군은 공군력으로 『적어도 3∼4주간 더 파괴시킨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습을 계속하면 쿠웨이트의 공화국수비대 병력도 저항의 한계점에 이를 것이며 그렇게 되면 미 지상군의 유인책에 쉽게 말려들어 결사항전을 벌이려 사막으로 나올지 모른다.
파월 합참의장은 지상전이 벌어진다 해도 이라크가 바라고 있는 정면대결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을 공군력이나 해군 함포사격권에 들어올 수 있도록 유인해내기만 한다면 지상전투의 목적은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육군·해병대 등이 참호 속에 깊이 틀어박혀 있는 이라크군을 사막 밖으로 유인해낸 뒤 탱크잡이인 A10기,AH60헬기 등으로 정조준 공격을 가하는 소위 공륙전(Airland battle)을 벌여 이라크군을 섬멸한다는 전략이다.
둘째는 걸프전쟁의 전후 처리에 관한 국제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져야 지상전 전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워싱턴을 방문하는 것도 전후 처리문제와 무관치는 않다.
뿐만 아니라 이라크와 중동 패권을 두고 역사적으로 경쟁관계에 서온 이란,시리아,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중동국들도 전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들 것이 확실하다.
10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쿠웨이트 해방의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고 경고해 이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미국에서는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이 문제도 이라크의 전후처리를 미국 손에 단독으로 맡길 수 없다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공습이 이라크 군사력을 50% 이상 파괴했다는 슈와르츠코프 현지 사령관의 보고와 이라크 전후 처리문제가 국제적으로 상당한 합의에 이르고 있다는 국무부의 보고가 언제 있을지 모르지만 이 보고가 있은 후에라야 부시 대통령은 지상전 공격의 최종명령을 내릴 것이다.
D데이가 이미 결정돼 있는지,3월17일 전후의 라마단을 며칠 앞두고 결정될 것인지,아니면 라마단을 훨씬 넘긴 6월이 될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워싱턴=정일화 특파원>워싱턴=정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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