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감 고조… “정치적 고려 없을 것”/청와대/무거운 침묵 “오늘은 가슴 아픈날”/민자당/반발·사과 엇갈려… 장기전 태세/평민당정치권이 수서사건 수사의 태풍권에 들어간 가운데 상공위 뇌물외유사건의 세 의원에 대한 구속이 집행되자 정치권의 긴박감은 위기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13대국회는 끝난다』 『여야 정치지도자들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등의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치권에 쏠리고 있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뽀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
청와대는 정치권 전체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면서도 성역없는 수사를 거듭 강조하고 있고 민자당은 곤혹스런 분위기 속에 검찰수사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평민당은 정면대응의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충격과 당혹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박 시장 인책에 여운
▷청와대◁
○…청와대는 수서지구 특혜공급사건이 본격적인 검찰수사로 이어지자 고위관계자들간에 구수회의가 잦아지고 관계수석비서관의 「본관행」이 많아지는 등 긴박감이 고조.
11일 상오 정해창 비서실장은 김영일 사정수석비서관 등과 한동안 의견을 나눈 뒤 함께 본관으로 올라가 노태우 대통령에게 검찰수사 진행과 관련,주요 보고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을 유발.
김 사정수석비서관을 비롯 사정비서실 직원들은 일요일인 10일에도 모두 정상출근,외부회의에 참석하는 등 비상대기 태세.
비서실의 고위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이번 사건수사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고 『국민적 의혹을 풀어야 할 사건이니만큼 수사에 진전이 없어서야 되겠느냐』며 감사원 조사와 검찰수사에 상당한 진전이 있음을 시사.
이 관계자는 『한보가 정·관계 및 그 밖의 분야 등 여러 군데와 관계를 맺어와서인지 예측하지 못했던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고 전언.
이 관계자는 로비관련설이 있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처리문제에 대해 『일부에서는 정치권의 향후 위상과 관련,어떤 고려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의혹관련자들이 어떤 직분에 있든 정치적 고려사항은 없을 것』이라고 「성역없는 사후조치」가 이뤄질 것임을 재확인.
그는 이어 『그 동안 국회주변에서 나돌았던 설들이 어느 정도 사실과 근접해 가고 있는 데 대해 사정관계자들도 놀라고 있다』고 부연.
이 고위관계자는 이날 평소의 신중한 태도와는 달리 검찰수사에 윤곽이 잡힌 듯 시원시원하게 언급을 했는데 박세직 서울시장 인책문제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가 이른 시기』라고 전제,『어떤 형태로든 책임은 면키 어려우나 임명시기와 감사원 조사 및 검찰수사결과에 따라 그 정도와 범위에 신축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여운있는 답변.
○세대교체론 또 거론
▷민자당◁
○…국회상공위 뇌물외유사건으로 여야의원 3명의 구속이 집행된데 이어 수서사건 관련의원 5명선의 소환도 기정사실화되자 민자당은 뽀족한 묘책도 없이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사건추이를 관망.
민자당 당직자들은 11일 수서사건에 대해 「유구무언」 「노코멘트」로 일관하면서 굳은 표정일색.
소속의원들도 삼삼오오 모여 건설위소속 일부 의원에 대한 사법처리여부를 놓고 정보를 교환하면서 『무슨 낯으로 지역구에 내려가겠느냐』
『13대국회는 사실상 끝났다』며 허탈과 당혹감이 교차.
이날 상오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선 당직자 모두 수서사건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고 건설위 청원심사소위 위원으로 검찰의 소환대상에 오르내리고 있는 김동주 사무부총장만이 신상발언을 통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는 후문.
이날 회의가 끝난 뒤 박희태 대변인은 『오늘은 한마디로 가슴 아픈 날』 『유구무언의 심정으로 성역없는 수사를 지켜볼 뿐』이라고 당직자회의의 무거운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전달.
민자당 당직자들은 당초 수서사건이 터졌을 당시 ▲한보관계자 사법처리 ▲장병조 전 청와대비서관 해임 ▲서울시장·건설부장관경질 등으로 이 사건이 매듭지어지기를 기대했으나 예상외로 그 여파가 정치권으로 확산되자,망연자실한 표정.
김영삼 대표는 이날 수서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 손을 내저으며 침묵으로 일관했는데 지난 8일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을 면담한 후 당사로 돌아와 자신있게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했을 때와는 또 달리 매우 굳은 표정.
그러나 김종필 최고위원은 『정치권이 이젠 뼈를 깎는 자성의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이제 우리 같은 사람은 한물갔으니 젊은 정치인들이 나서서 정치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정치권의 잇단 매직사건을 「세대교체론」으로 연결.
○“수사 당정 협의없어”
○…정순덕 총장·최각규 정책위의장·김윤환 총무 등 당3역들도 수서사건 얘기에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당정간에도 아무런 협의가 없어 잘 모른다』고 의원들 신병문제에 관한한 함구.
김 총무는 『정치인으로 있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곤혹스럽다』며 『나도 수사당국에 아예 알아보지도 않고 있으니 더 이상 묻지 말라』며 상기된 표정.
정 총장도 『수서문제에 관해선 아무런 정보가 없다』며 『총장취임 후 여러 사건이 터져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
○조기 총선론까지 대두
○…민자당 일부에서는 상공위 뇌물외유사건으로 의원 3명이 구속된 데 이어 또다시 수서사건으로 몇 사람 더 구속되면 13대국회가 제기능을 못할 뿐더러 자칫 6공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13대국회 무용론」 「13대총선 조기실시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
특히 외유사건 및 수서사건 와중인 점을 고려,「행동반경」을 자제하고 있는 당내일각의 세대교체 및 당풍쇄신론자들의 행보도 주목거리.
▷평민당◁
○…평민당은 뇌물외유사건의 세 의원이 구속되자 뇌물외유사건에 대해서는 무역특계자금부분을 포함한 형평의 문제를 제기하고 수서사건에 대해서는 청와대 연루설에 대한 본격적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등 일단은 정면 대응태세.
그러나 뇌물외유의원 구속으로 비난의 하중이 평민당에 쏠리고 있음을 의식해서인지 의원구속에 대해서는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국민감정을 염두에 두는 장기전의 모습.
평민당은 뇌물외유사건과 수서사건을 동렬에 놓고 박상천 대변인의 입을 통해 『무역특계자금부분은 문제삼지 않은 채 자동차공업협회경비부담만을 문제삼은 것은 세 의원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불공정한 처사』라고 전제한 뒤 『이 같은 수사태도가 수서사건에도 연결돼 사건의 장본인인 청와대 부분은 장병조 전 비서관 선으로 축소하고 엑스트러에 불과한 국회건설위를 전면에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
김대중 총재는 『정부가 성역없이 수사를 한다니 지켜 보겠다』면서도 『정부의 비리 부분은 정부가 밝힐 수 없으니 빨리 임시국회를 열고 국정조사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강조.
평민당은 뇌물외유사건으로 두 명의 의원이 다친데 이어 수서사건으로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왕 이렇게 된 것,차제에 정권투쟁차원의 정면 승부를 걸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사태의 추이를 지켜 보자는 분위기가 아직은 대세.
○“세 사람에 면목없어”
○…평민당은 그러나 구체적인 향후 대응책수립은 12일의 당무회의로 넘겨 구속에 대한 여론의 향배를 크게 의식하는 인상.
김 총재는 이날 상오 춘천에서 상경 하자마자 하오 2시에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총재단회의를 주재,당차원의 대책을 숙의.
이날 회의는 강경대응책이 나오리라는 예상과 달리 20여 분 만에 「대국민사과논평 발표」의 결론만을 내린 채 간단히 종료.
참석자들은 회의에서 대여권 강공책을 한목소리로 주문했으나 김 총재의 「여론수렴 필요성」을 내세운 설득이 주효해 비교적 쉽게 이 같은 합의를 이뤘다는 것.
김 총재는 그러나 『총재의 입장을 떠나 제3자의 입장에서 깊이 생각해 보고 양심에 비춰봐도 세 사람에 대해서는 면목이 없다』며 구속을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했다고 박 대변인이 전언.
○축소경계 확전시도
▷민주당◁
○…민주당은 세 의원을 구속한 것은 국민여론을 의식해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 지으려는 의도라고 판단,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련의 의혹사건을 축소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등 거듭해 「확전」을 시도하는 모습.
장석화 대변인은 『동병상린 관계에 있는 민자·평민당이 세 의원을 희생양으로 삼아 여러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하려 하고 있다』면서 『뇌물외유자 중엔 또 다른 국회의원도,행정부 장관도 몇 명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는데 민자·평민당이 서로 적당히 얼버무리려 하고 있다』고 계속 기세.
이날 상오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이기택 총재는 『우리당이 도덕정치 회복을 내걸고 제2창당에 나선만큼 모든 당력을 총동원해 이번 두 사건의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면서 『진상조사차원에서 그치지 말고 이번 기회를 정치권의 「물갈이」를 위한 출발점으로 삼자』고 거듭 강조.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선 최근의 기류가 정치권 전체의 파멸로 이어질 조짐이 있다는 점에 유의,지나친 정치공세는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대두.<조명구·신효섭 기자>조명구·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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