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강화되자 재계청탁 쇄도/수뢰·선거부정등 잇달아/구속의원수 10명 넘을듯○…헌정사상 초유의 야대로 출범한 13대 국회는 초반의 기대와는 달리 연이어 터진 스캔들과 비리에 이어 다시 뇌물외유사건과 수서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된 채 「파장론」이 대두되기에 이르렀다.
초기만 하더라도 13대 국회는 17년 만에 부활된 국정감사권을 비롯,청문회 등을 통해 비정을 파헤치는 모습을 보여 국민여망에 어느 정도 부응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의원들이 과거 유신·5공시절에 비해 막강해진 국회권능을 새롭게 느끼기 시작한 데 비례해 재계 등에서는 민원·청탁의 제1순위로 국회를 꼽기 시작했다.
또한 권한강화에 걸맞는 정치권 내부의 규범이 확립돼 있지 않아 의원들은 강화된 힘을 매개로 각종 이권에 개입,물의를 빚는 등 의원관련 스캔들이 끊이질 않았다.
스캔들 중 일부 사건은 무혐의처리되거나 정치적으로 해결되기도 했지만,뚜렷한 위법사실로 구속된 의원만 해도 서석재(구민주)·박재규(〃)·이상옥 의원(평민)과 서경원 전 의원(당시 평민) 등 4명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최근 중첩돼 터진 뇌물외유사건으로 이재근·이돈만(평민)·박진구 의원(전 민자)이 11일중 구속되고,수서사건에 관련된 몇몇 의원들의 구속도 예상돼 13대 국회 구속의원 숫자는 10명을 넘길 전망이다. 그야말로 헌정초유의 기록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13대 국회의 구속 제1호는 89년 4월 동해시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공화당 이홍섭 후보를 5천만원으로 매수,사퇴시킨 구민주당 사무총장 서석재 의원.
당시 재선거는 민정·평민·민주·공화 등 4당이 거당적인 지원을 하며 승리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과열상황이었고,이 비정상적 과열의 결과가 후보매수사건으로 터져 나왔다.
김영삼 당시 민주당 총재의 신속한 대국민 사과성명으로 사건의 파장은 일단 진정됐지만,공인의식에 대한 회의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계기가 됐다.
이 사건으로 서 의원은 국회의원선거법 위반(후보자 매수)으로 구속됐다가 40여 일 후 보석으로 석방돼 「형평에 어긋나는 관대한 처분」이라는 재야법조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어 89년 9월 발생한 박재규 의원 수뢰사건은 의원이 뇌물을 받고 뇌물공여자를 위해 입법활동을 한 전형적인 비리였기 때문에 국민의 충격은 한층 컸다.
박 의원은 이해 3월 임시국회에서 방제사업을 허가제로 고쳐 기존업체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내용의 농약관리법 개정안을 제출,통과시켜준 대가로 이건영 방제협회장으로부터 2억1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 이 사건은 박 의원의 전 비서관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함으로써 알려지게 됐었다.
90년 5월말 구속된 이상옥 의원사건도 박 의원 경우와 유사해 「의원전체가 썩은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다.
이 의원은 지난 88년 7월 고향후배인 건축업자로부터 사유림과 국유림 교환을 성사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고 2천만원을 수뢰했다. 그러나 돈만 받고 일처리를 해주지 않아 사건이 터지자 이 의원은 『2천만원은 입원 당시 병원비에 쓰라고 고향후배가 준 것』이라고 발뺌해 「파렴치한 변명」이라는 주위의 비난을 받기까지 했다.
결국 이 의원은 1심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뇌물수수)죄로 징역 5년에 추징금 2천만원을 선고받고 지난해 10월22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성격은 다르지만 서경원 의원의 밀입북사건은 통일정책의 흐름을 변경시킬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통일의지보다는 소영웅주의적 행태로 비쳐진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 「공안정국」이란 말을 탄생시키면서 13대 국회의 장래에 의미심장한 경보를 보냈다.
○…이들 사건에 이어 최근 발생한 상공위 세 의원 뇌물외유사건과 수서지구 특혜공급사건은 아직 최종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지만 13대 국회의 앞날에 드리울 짙은 먹구름을 예고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뇌물외유사건의 경우 세 의원은 지난 1월 상공위 소관 단체인 한국자동차공업협회로부터 10여 만 달러의 뇌물성 경비를 받아 외유했는데 이들 모두 사건 초기 『나만 그랬나』 『관례다』라고 반발해 여론을 더욱 불붙게 하는 화를 자초했다.
외유사건 후 곧바로 발생한 수서사건에 국회 건설위 청원심사소위가 깊숙히 개입된 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국민들의 비난과 정치불신은 폭발 직전의 지경에 이르고 있다.
수서사건에 관련된 의원들의 신병처리 여부는 좀더 두고봐야겠지만 13대 국회는 지금까지 드러난 스캔들·비리에 이은 구속사태만으로도 감내하기 힘든 시련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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