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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분쟁의 뿌리 「팔」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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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분쟁의 뿌리 「팔」 어제와 오늘

입력
1991.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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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의 일방 영토분할이 “불씨”/19세기부터 유대인 이주… 이스라엘 건국/PLO 중심 독립투쟁 가속화「팔레스타인,이스라엘,시오니즘」

현재 진행중인 걸프전쟁을 포함한 모든 중동분쟁의 뿌리를 파헤쳐 들어가면 결국 이 3가지 단어에 봉착하게 된다.

동전의 양면처럼 동일한 의미를 담고 있는 이 단어들은 2차대전 이후 지금까지 중동을 끝없는 분쟁의 무대로 만든 근원이다.

아랍국가들은 이스라엘에 빼앗긴 팔레스타인 땅을 되찾기 위해 4차례 중동전을 치렀으며 15년째 내전이 계속되는 레바논사태도 이스라엘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아랍권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과 반목을 거듭해왔지만 반시오니즘의 기치 아래에서 표면상으로는 언제나 뭉쳐왔다.

아랍 형제국가를 최초로 무력점령한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아랍민중들 사이에서 영웅으로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 걸프전이 어떤 식으로 끝나든 팔레스타인 문제는 전후 최대이슈로 부각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팔레스타인 분쟁은 2차대전 후 이스라엘 건국으로 본격화됐지만 실제로는 19세기말부터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지역에 대거유입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러시아와 동유럽에서 기승을 부린 반유대주의를 피해 팔레스타인으로 몰려든 유대인들은 서방국가의 유대계 자본가들의 막대한 지원을 받으며 집단거주지를 형성해갔다.

이때부터 전세계 유대인들 사이에서는 2천년 전에 쫓겨난 시온동산에 유대국가를 건설하자는 시오니즘운동이 조직적으로 벌어졌다.

오스만터키제국의 약화를 틈타 이 지역을 식민통치하게 된 영국은 1차대전이 벌어지자 유대인들의 지원을 얻기 위해 1917년 유명한 「발포어선언」을 발표,유대국가 건설을 약속했다.

이 발포어선언은 아랍민족의 분노를 촉발시켰고 자연히 팔레스타인지역에서는 유대인과 아랍인들의 충돌과 테러가 빈발했다.

유대인과 아랍인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입장이 된 영국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유엔에 떠넘겼고 유엔총회는 47년 팔레스타인지역을 분할,유대국가와 아랍국가를 수립키로 결정했다. 유엔이 많은 아랍국가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대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정을 내리는 데는 미국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인들의 적개심은 곧바로 반미감정으로 인화되어 오늘날까지 계속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48년 5월 마침내 영국이 위임통치를 마감하고 철수하자 유대인들은 텔아비브시에서 이스라엘 건국을 선포했다. 이렇듯 이스라엘은 미 영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의 중동정책이 낳은 사생아라 할 수 있다.

이스라엘 건국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은 조국을 잃고 고난의 역사를 밟아가게 됐으며 팔레스타인 주권회복은 아랍 전체의 지상과제로 부상했다.

현재 중동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은 약 4백50만명으로 이 중 1백50만명 이상이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가자지구 등에 살고 있다.

이들 팔레스타인인들은 조국을 되찾기 위해 64년 5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창설,독립투쟁을 벌이고 있다.

게릴라전을 중심으로 한 팔레스타인 무장투쟁은 60년대말까지 활발히 전개됐으나 이스라엘의 강력한 반격과 일부 아랍국가의 무관심과 배반으로 번번이 좌절을 겪었다.

당초 PLO는 암만에 본부를 두고 이스라엘에 게릴라 공격을 가했으나 이들의 세력확대를 우려한 후세인 요르단 국왕이 70년 1월 게릴라를 공격,2만명의 희생자를 낸 채 레바논으로 본거지를 옮겨야 했다.

그러나 82년 6월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을 소탕하기 위해 레바논 남부를 침공했으며 시리아도 등을 돌려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은 다시 튀니지 등 아랍 각국으로 쫓겨났다. 그해 9월 이스라엘군은 베이루트내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습격,1천5백명의 비무장 난민을 학살하기도 했다.

근거지를 잃어버린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은 이후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서방국가에 대한 무차별 테러활동을 벌여 국제적 테러집단으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미국은 이번 걸프전으로 더욱 심화된 아랍인들의 반미의식을 다소나마 해소하기 위해서 전쟁이 끝난 뒤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스라엘정부가 한층 강경자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오히려 반격을 자제한 대가를 미국측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새로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팔레스타인의 고난과 투쟁의 역사는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배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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