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라는 거인 옆에 붙어있는 발트3국의 비극적인 몸부림을 보면서 우리는 한시대전 우리의 항일운동을 생각하게 된다. 세계의 눈이 쿠웨이트와 이라크지역에 쏠려 있는 사이에 소련은 「독립」을 선언한 발트 3국을 탱크와 총칼로 짓밟고 있다. 지난달 13일 리투아니아공화국에서는 탱크를 앞세운 소련군의 발포로 14명이 죽었고,20일 라트비아공화국에서는 소련군이 라트비아 경찰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4명이 죽었다. 서방측이 중동의 사막에서 전쟁에 몰려 있는 틈새에 소련은 주권회복을 요구하는 발트 3국의 정당한 목소리를 「압살」하려 하고 있다. 이들 발트 3국은 지난날 히틀러와의 세력권분할 밀약에 따라 스탈린이 강점한 약소국이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해 소련정부도 공식적으로 시인한 사실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은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국민이 합법적으로 선출한 의회와 정부를 힘으로 밀어 붙이려 하고 있다. 소위 「구국위원회」라는 괴뢰조직을 내세워 주권회복을 선언한 합법정부를 밀어내려는 것이다.
지난 1월 비극적인 유혈탄압에도 불구하고 리투아니아국민들은 9일 「분리독립」을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이와 때를 같이해서 소련정부는 이 국민투표가 법적으로 무효임을 선언하고 소련군은 10일부터 군사훈련 실시를 통고했다. 이 군사훈련은 사실상 국민투표의 개표과정을 봉쇄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에 대한 소련의 유혈탄압은 서방측과 동유럽 각국뿐만 아니라,소련 안에서도 많은 진보적 지식인과 정치인들에 의해 비판과 항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혈탄압에 앞서 셰바르드나제는 외무장관 자리를 내놨고,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인 옐친과 경제개혁에 앞장서온 샤탈린이 비판했다. 지난달 22일 1백여 명의 지식인들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소련을 『강제노동수용소와 숙청과 공포와 굶주림과 파괴 쪽으로』 뒷걸음치게 하고 있다는 성명을 내놨다.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에 대한 유혈탄압은 오늘날 모스크바의 개혁·개방운동이 지니고 있는 한계점을 노출했다고 규정할 수 있다. 소련은 개혁·개방이 광대한 연방의 와해로 발전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알크스니스 대령의 소유즈그룹으로 대표되는 강경보수파가 개혁·개방을 반대하는 가장 큰 명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30년대에 발트 3국이 부당하게 강점됐다면,이들이 잃었던 주권을 되찾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지난날 우리 자신의 체험에 비추어,우리는 소련정부가 이성의 소리에 귀기울이기를 촉구하고자 한다. 이들의 정당한 요구는 어떤 힘으로도 영원히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소련은 이들의 정당한 요구를 힘으로 누르는 것보다,합리적인 타협의 길을 찾는 것이 유익한 선택이 될 것이다. 연방의 즉각적인 와해를 겁내는 보수파도 받아들일 수 있는 타협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발트 3국의 「핀란드화」를 확실한 시간표에 따라 공약하는 방향으로 수습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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