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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거액 「검은 돈」 조성경로는 대부분 땅투기·기업합병 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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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거액 「검은 돈」 조성경로는 대부분 땅투기·기업합병 차익

입력
1991.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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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관리,측근들도 규모 몰라/세무공무원 출신 임원들 활용 「빼돌리기」 가능성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은 회사공금을 로비자금으로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광범하게 뿌려진 것으로 보이는 로비자금이 대부분 개인의 비자금에서 나온다는 얘긴데 그 많은 비자금을 어떻게 조성했을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업계와 재계는 땅에 대한 안목이 탁월한 정 회장이 택지분양 등 부동산사업으로 상당한 규모의 개인 비자금을 마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땅의 귀재」라는 별명을 들을 만큼 정 회장이 점찍은 땅은 집을 지을 수 있든 없든 나중에 어김없이 택지로 개발된 점을 들어 여기에서 생긴 차익이 정 회장 개인의 비자금으로 활용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특히 정 회장은 개인 명의로 사놓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부지에 지난 79년 재벌급 건설업체들도 엄두를 못 내던 4천4백24가구의 대단위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목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목돈은 개인명의의 땅을 법인에 팔면서 생긴 이익이라는 것.

현재 회사명의로 된 땅이 38만평,정 회장 등 개인 명의로 된 땅이 24만평에 달하는 것으로 미뤄 땅에서 생기는 이익의 상당부분이 정 회장의 비자금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추측이다.

한보그룹이 부산 사하구 구평동 90 한보철강공장을 오는 93년 아산만 철강공단으로 옮기면서 공장부지 9만1천여 평에 1만여 가구분의 아파트 건설을 추진중이고 공장을 확장한다며 매립한 감천만의 매립지 2만여 평에도 2천가구의 아파트 건설을 추진,한보그룹이 땅장사에 능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 땅들은 일반공업지역으로 택지로 지정되지 않으면 아파트 건설이 불가능한데 한보는 로비를 통해 택지로 지정받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지난 88년 12월31일 상장기업인 한보종합건설과 비상장기업인 한보철강을 합병하면서 약 4백억원 가량의 주식매매차익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돈도 거의 비자금으로 들어갔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합병 전 한보철강은 무상증자 2백6억원,유상증자 1백29억원 등 3백35억원 규모의 물타기증자를 했고 한보건설도 두 차례에 걸쳐 백49억원이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이 때문에 정 회장의 지분이 합병전 51만5천4백10주(지분율 9.18%)에서 합병 후 6백57만1천17주(지분율 41.06%)로 무려 6백5만5천6백7주가 늘어나 당시 시가기준으로 약 1천억원 상당의 차익이 발생했다는 것. 이 중 2백25만3백71주를 지난 89년 한햇동안 집중매각했는데 금액으로 3백92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또 자재·인력·장비 등을 조달하면서도 하청업체나 납품업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법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꾸준하게,그리고 손쉽게 비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 회장이 많이 활용했다는 것.

이를 위해 정 회장은 건설현장의 자재나 인력공급을 대부분 친·인척에 맡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때 대금영수증을 실제금액보다 높게 처리,차액을 비자금으로 활용했다는 소문이다.

건설업체는 일반제조업체와는 달리 시멘트나 철근 등의 자재 재고파악을 정확히 할 수 없어 비자금 조성이 손쉬웠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끌어모은 정 회장의 개인재산은 정 회장이 직접 관리,가까운 측근들도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어떤 방법으로 운용되는지 그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 그 규모가 1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지만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이 회사운영면에서는 10만원 단위의 자금결제까지 본인이 직접하고 해외출장에도 자금운용한도를 정해놓고 그 범위내에서만 쓰도록 하는 등 철저했지만 외부에 대한 로비활동에서는 그 씀씀이가 컸다는 것은 그만큼 로비에 큰 비중을 둔데다 조달할 수 있는 비자금이 풍부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정 회장이 어떻게 서슬퍼런 세무당국의 눈을 피해 큰 규모의 비자금을 드러나지 않게 조성하고 말썽나지 않게 관리할 수 있었을까.

세무공무원의 경력이 결정적으로 도움이 됐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업에 대한 세무감사를 하면서 비자금으로 빼돌리는 방법과 관리방법 등을 터득했을 것이라는 것.

여기에 고위공무원 출신을 대거 영입함으로써 이들로부터 비자금에 대한 조언이나 협력을 받았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보그룹의 경영진 구성을 보면 크게 건설부와 서울시의 건설관계 공무원 출신,국세청의 세무공무원 출신,정 회장의 친·인척,전문경영인 등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 중 세무공무원 출신 임원들이 정 회장의 비자금 관리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국세청 출신으로 한보그룹에서 부사장 이상을 지낸 사람은 4명으로 이 중에는 국세청 특감반장을 역임한 사람도 있어 정 회장의 비자금 관리에 큰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방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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