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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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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4월19일 평양에서는 소위 남북정치협상회의가 열렸다. 정식명칭은 「전조선 정당사회단체 대표 연석회의」. 이 회의에는 소련의 후원을 받는 김일성 등 공산주의자들과 노동자 농민 예술인 학생대표 등 1천5백여 명이,남한에서는 김구 김규식 조소앙씨 등이 참석했다. ◆당초 북한은 「민족자결주의에 입각하여 조국통일 문제를 논의하자」고 남한의 각계인사들에게 제의해와 김구씨 등이 이에 호응,많은 시민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북행길에 올랐던 것. 현지에 도착해서야 김구씨 등은 이 회의가 얼마나 엉터리이며 또 자신들이 공산주의자들의 간계에 속았다는 것을 이내 감지했다. ◆명색이 통일문제를 논의하는 남북회의라면서 남쪽 대표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회의를 소집했는가 하면 이름도 모를 사람들을 북한의 각 정당·단체의 대표라며 참석시켜 모든 결의문 등을 박수로 마구 채택하지 않는가. 자신들은 한낱 들러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주의제도 통일얘기는 일절 없이 미군정 규탄과 남한의 단독 정부수립을 위한 5·10 총선거반대에 초점을 맞추고 더구나 장차 북한에 인민공화국을 수립할 의사까지 비치는데는 아연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구씨 등은 첫날 퇴장했다가 다음날에는 간단히 인사말만 한 뒤 씁쓸한 기분으로 귀로에 올랐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북한은 통일전선 전략의 일환으로 남한의 분열을 위해 심심하면 연석회의안을 이름만 바꿔 제의했다. ◆올해 김일성이 신년사에서 「민족통일 정치협상회의」를 제기한 데 이어 8일 북한은 노동당과 그들의 허수아비 정당인 천도교청우당의 이름으로 평민당 민주당 민중당 민주당 사회대표들에게 오는 8·15 때 남북협상회의 개최를 논의하자며 평양방문 초청장을 보내왔다. 저들의 검은 속셈은 뻔하다. 식량난 에너지난 경제파탄과 특히 공산형제국들의 민주개혁으로 궁지에 몰린 처지를 감추기 위한 대남 평화·선전공세용이 분명한 것. 세상은 엄청나게 변화하는 데도 북한은 아직도 케케묵은 군중대회식 박수회의로 남한을 분열시키려는 궁리나 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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