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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차기회장 선임 원점으로

입력
1991.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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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씨,부정적 여론에 “고사”… 업계 당혹감/「업계출신 회장·남 명예회장·금 고문」 구도 추진설/박용학·정세영·김우중씨등 후보로 거명무역협회 차기회장으로 추대돼 수락여부가 관심을 끌었던 금진호 무역협회고문이 9일 회장직 고사의사를 공식표명,회장선임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금 고문은 이날 남덕우 무협회장에게 『11일 정기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된다하더라도 회장에 취임할 뜻이 없다』며 자신의 거취를 공식적으로 통보했다.

무협에 따르면 금 고문은 회장직을 거부하는 이유로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로 야기되는 세간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 고문의 이같은 회장직 고사를 무협내부나 업계에서는 뜻밖의 일로 받아들이며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무협회장단이 금 고문을 추대할때부터 「예상했던일」이라며 그의 회장취임을 기정사실로 인정했던게 무협과 업계의 지배적인 분위기였다.

역대회장 추대과정이 그랬듯이 이번에도 이미 정부고위층의 내락내지는 최소한의 교감이 있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더구나 금 고문도 4일 차기회장에 추대된 이후 지금까지 줄곧 『대통령과 친인척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직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11일 총회때까지 아무런 의사표명을 않겠다. 총회 결정에 따르겠다』며 사실상 회장추대를 수락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 고문이 돌연 의사를 번복,회장직을 맡지못하겠다고 급선회한 정확한 경위나 배경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추측과 분석은 무성하다.

우선 가장 유력한 설은 청와대 등 고위정치권에서의 반발이 먹혀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6공출범 이후 외형상 정부공직 등에서 대통령 친인척을 배제한다는 원칙이 금 고문의 경우에도 적용됐다는 것이다.

전경련 차기회장에 대통령의 사돈인 김종현 선경그룹 회장이 추대됐다가 본인 스스로 고사한 일이 바로 엊그제인 데 하루아침에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쳐질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게 정부고위층의 입장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최근 수서특혜사건으로 정국이 들썩거리는판에 금 고문의 회장취임은 시기적으로도 극히 안좋다는 점이 충분히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특히 정치권내의 일부 계파에서 금 고문의 「전면부상」을 우려,강력히 반대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 고문이 경제계의 대부이어서 무역회장단의 체면치레용으로 회장에 추대됐다는 설도있으나 그간의 금 고문의 태도로 비춰볼때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청와대 측에서는 금 고문이 회장에 추대된 후부터 여론의 동향 등을 광범위하게 수집,결국 시기와 여론,그리고 친인척 배제원칙 중 어느 것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금 고문에게 끈질기게 회장고사를 종용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측은 또한 차기 무협지도체제에 대해 「업계출신의 회장」 「남 현 회장의 명예회장 추대」 「금 고문의 유임」 등을 기본구도로 잡고 남 회장에게 이를 추진토록 위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남 회장은 오는 11일 총회전까지 새로운 회장후보를 물색하기 위해 다각도로 교섭작업을 벌이고 있는 데 교섭대상에는 박용학 대농그룹 명예회장(무협비상근회장) 정세영 현대그룹회장(〃) 김우중 대우그룹회장(〃) 등이 거명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관계자들은 업계에서 적당한 인물이 나타나지 않을경우 남 회장이 다시 연임하거나 정부관료 출신이 등용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송태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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