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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후 이라크 위상 재정립 관련/쿠르드족 문제 새롭게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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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후 이라크 위상 재정립 관련/쿠르드족 문제 새롭게 부각

입력
1991.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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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유전 영향력 노려 “자치” 주장/미도 “이라크 약화효과” 내심 환영/이란등 「터키강자」 우려 강한 반대걸프전 이후 이라크의 위상 재정립이 다국적군 참가국에 의해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쿠르드족 문제가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쿠르드족은 이라크·이란·터키·시리아·소련 등 5개국 접경 산악지대에 흩어져 사는 소수민족으로 이들의 줄기찬 독립자치운동은 팔레스타인 문제와 함께 중동의 불안요인이 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문제에 가려 세계인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쿠르드족 문제가 새롭게 부각된 것은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참여한 터키의 전후구상 때문. 터키는 걸프전 이후 이라크를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라크내 쿠르드족의 자치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터키의 구상과 속셈◁

터키의 외잘 대통령은 후세인정권의 붕괴를 전제로 이라크의 재편성 과정에서 이라크내 쿠르드족과 터키계 주민들로 자치정부를 구성,이라크와 「연방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구상은 외면적으로는 이라크의 약화와 함께 쿠르드족의 분리움직임으로 인한 공통의 고민을 해소하자는 것처럼 보이나 터키의 속셈은 다른 곳에 있다. 터키는 이번 걸프전을 계기로 이라크 북부지역의 유전지대인 모슬과 키르쿠크지역에 대한 영향력 회복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터키는 이들 지역이 역사적으로 터키의 영토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1차대전 뒤 영토 재편성 과정에 영국이 패전국 터키를 견제하기 위해 유전지대를 일부러 분리시켰다는 것이다. 외잘 대통령은 최근 한 신문과의 회견에서 『중동역사를 공부해본 결과,모슬과 키르쿠크가 우리의 영토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완전수복은 무리가 많기 때문에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쿠르드족과 터키계 주민을 자치화한다는 구상이 나온 것이다. 터키는 전후에 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현재 다각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이라크 국경선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인슬리크기지를 다국적공군의 발진기지로 허용한 것이다. 또한 이라크 접경지대에 18만 병력을 배치,12만의 이라크 병력을 북부전선에 묶어두고 있다.

이는 사실상의 「제2전선」으로 실제 전투가 발발하지 않는다 해도 다국적군의 쿠웨이트 진공시 이라크군의 전력약화에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걸프전에 실질적인 기여를 함으로써 전후질서 재편과정에서 발언권을 확보하자는 계산이 담겨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와 함께 터키는 자국내 쿠르드족에 대한 유화조치를 취했다. 지난달 25일 쿠르드어 사용은 합법화한 것이 그 구체적 예이다.

▷미국 및 주변국의 반응◁

터키의 이러한 구상에 대해 미국은 내심 환영하고 있고 이란과 시리아는 강력한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제임스·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지난 6일 중동지역에 미 지상군을 상주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미 지상군을 상주시키지 않는 가운데 이라크의 위협을 보다 확실하게 제거하기 위해서는 영토분할에 의한 견제가 가장 효과적이다. 2차대전 후 독일의 분할로 독일이 또다시 유럽의 위협세력으로 대두하는 것이 저지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이 이 구상에 구미가 당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구상이 실현될 경우 터키가 이 지역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터키와 역사적으로 앙숙관계인 시리아와 이란은 이를 극력반대하고 있다.

▷쿠르드족의 현황◁

인종·문화적으로 터키·아랍족과 다른 쿠르드족은 이라크·터키·이란·시리아·소련 등 5개국에 걸쳐 있는 약 20만㎢ 면적의 쿠르드스탄으로 불리는 산악지대에 거주하고 있다. 총 인구는 9백50만∼1천2백5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라크에 2백50만명이,터키에 4백∼6백만,이란에 2백50∼2백80만,시라아에 25∼30만 그리고 소련에는 10만명이 각각 흩어져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각기 거주국내에서 독립 내지는 자치운동을 격렬하게 벌이고 있어 각국 모두에게 골치아픈 존재이다.

이라크의 쿠르드족의 활동이 특히 두드러져 이라크내에서는 DKP(약 1만),PUK(약 2만)라는 2개의 쿠르드 게릴라조직이 무장분리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들 두 단체는 이란­이라크전 당시인 지난 85년 이란과 협력,이라크 북부 유전지대를 중심으로 한 게릴라 활동을 강화,1만㎢를 해방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이라크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88년 3월 쿠르드족에 대해 화학무기를 사용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쿠르드족 5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유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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