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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 진두지휘…「큰손뇌물」정평/한보 「로비작전」 어떻게 펴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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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 진두지휘…「큰손뇌물」정평/한보 「로비작전」 어떻게 펴왔나

입력
1991.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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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만 사용·사후 사례등 원칙/「수서」만 3백억 투입설… 개인 비자금 천억 소문도/세무공무원때 수법 익혀 전직관리등 전문가 확보수서지구 택지 특혜공급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로비성 뇌물살포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한보그룹이 어떻게 로비작전을 전개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건설업계와 관계 등에 알려진 한보그룹의 로비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정태수 회장의 진두지휘하에 이뤄지는 한보의 로비작전은 성공률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뒤탈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한보그룹 로비작전의 특징은 ▲대상이 광범위하고 ▲로비금액이 크며 ▲사안이 있을 때는 물론 평소 때도 꾸준하게 유지한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직접 관련된 부처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연관된 부처는 빠짐없이 로비대상리스트에 올린다는 것. 이 때문에 정계와 관계는 물론 언론계에까지 정 회장 돈을 안 받은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정 회장은 보통기업이 10만원을 뇌물로 준다면 0을 하나 더 붙일 만큼 손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비를 할 때도 꼭 필요할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명절 때 등 평소에도 「인사」를 계속,유사시 자기편으로 끌어들인다는 것.

한보그룹의 로비작전에는 두 가지의 원칙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철저하게 현금위주로 하고 청탁한 일이 처리된 후에 사례를 하는 사후주의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 액수가 너무 커서 현금으로 전달하기 곤란할 경우 부득이 수표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이 때는 수표추적이 곤란하도록 미리 조치를 취한다는 것.

로비자금을 전달할 때 비밀로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 회장은 자신의 승용차 운전사까지 돌려보낼 정도로 비밀유지에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의 이같은 철두철미한 로비작전 때문에 상대방도 안심하고 돈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인데 항간에는 「정 회장의 돈은 먹어도 뒤탈이 없다」는 말이 나돌기까지 한다.

정 회장이 여러 차례 로비의혹을 받았으면서도 번번이 꼬투리를 잡히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이같은 로비작전이 주효했기 때문.

5공시절 이규광 사건 때에도 뇌물제공혐의를 받았으나 증빙자료가 없어 위기를 넘겼고 전경환 사건 때도 (주)한양과는 달리 무혐의 판정을 받았었다.

정 회장은 또 로비자금은 결코 회사 공금으로 쓰지 않고 개인 비자금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회사장부를 뒤져도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한보철강의 지난 89년 접대비와 기밀비의 규모가 2억7천만원에 불과,매출액(1천9백9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것도 회사돈으로는 로비자금을 쓰지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나 정치권에 로비를 한 적이 없다』고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것도 뇌물수수 사실이 그렇게 간단히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일부에서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회 건설위 의원들이 펄쩍 뛰는 것으로 미뤄 「사후사례 원칙」에 따라 아직 뇌물을 주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의 이같은 치밀한 로비작전은 세무공무원 때 익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에 대한 세무감사 때 자금추적을 하면서 비법을 터득했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정 회장이 로비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도 세무공무원시절에 돈을 받는 버릇이 몸에 배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정 회장은 개인 비자금의 관리를 위해 한때 전담회사까지 두었는데 최근에는 본인이 직접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이 비자금으로 각계에 엄청난 로비를 하는 것을 옆에서 목격하고 직접 로비자금 전달 심부름까지 했던 한 측근이 이러다간 자신도 쇠고랑을 차겠다 싶어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정 회장이 로비자금으로 사용하는 개인 비자금은 얼마나 되며 수서사건의 로비에 들어간 금액은 얼마나 될까. 이번 경우 전체 로비자금 규모는 3백억원 정도는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정 회장의 개인비자금은 1천억원 수준이라는 소문도 있다. 이 비자금은 지난 88년 상장사인 한보종합건설이 비상장사인 한보철강과 합병되면서 합병에 따라 늘어난 정 회장의 지분 2백만주를 처분해서 생긴 4백억원 규모의 매매차익과 개인부동산에서 생긴 이익 등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정계·관계의 고위층에 대해선 직접 로비에 나서기도 하지만 정 회장의 로비작전에 충실한 로비전문가들을 상당수 확보해 놓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전직 고위관리 출신으로 정 회장의 로비작전에 척후병 또는 첨병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 한보가 로비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도 서울시·국세청·건설부 등의 퇴직공무원과 언론인들을 끌어들여 관계당국에 쉽게 줄을 댈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한보가 사업에 필요한 로비를 위해 영입한 대표적인 인물이 한보주택 사장을 맡고 있는 K씨와 창업투자회사 설립을 준비중인 K씨,한보탄광 사장을 맡고 있는 P씨 등이다. 한보주택의 K씨는 서울시의 구청장과 국장을 거쳐 올림픽준비기획단장,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사장 등을 역임한 사람으로 올림픽지원 관계일을 맡으면서 청와대 장병조 비서관과 각별한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서울시에 대한 로비를 도맡아 오면서 고위층에 대한 정 회장의 로비를 위한 척후병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K씨는 전직 언론인 출신으로 서울시 이외 기관을 대상으로 직접 로비를 벌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방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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