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수서특혜」를 일단 백지화할 방침인 것 같다. 사건초부터 그 길밖에 수습책이 없음을 강조해온 우리로서는 정부가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고 평가하고자 한다. 국민적 공분과 의혹을 해소하려면 잘못된 점을 솔직히 시인하고 과감하게 원점으로 되돌아 가는 게 상책인 것이다. 그러나 백지화에 따르는 그나름의 간단치 않은 부작용과 후유증 때문에 단안을 내리는 데 주저하고 있는 듯한 인상도 없지 않다.그점에 관해서 우리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단순화 시켜볼 때 오히려 해결책이 보다 쉽게 나온다는 점을 귀띔하고 싶다.
공영개발지역에서 특정주택조합에게 대규모의 토지를 수의계약·분양할 수 없다는 것은 택촉법 시행령의 명문규정이다. 더욱이 수서와 같은 「특혜공급」은 법조문을 따지기에 앞서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나 사회정의에도 위배되는 것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에 대한 더 이상의 궤변에 정부가 미련을 가질 필요도 없을 것이고 국민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수서특혜」 사건수습의 원칙과 방향은 분명해진다고 할 수 있다.
노태우 대통령의 백지화방침 천명이 그나마 제길을 찾은 올바른 결단으로 국민적인 환영을 받을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이다.
백지화 「그 후의 수습방안」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그다지 문제가 복잡할 것이 없다. 물론 26개 조합의 조합원 3천3백60명은 결코 적지 않은 집단이다. 그래서 이 엄청난 집단민원이 쏟아낼 저항과 반발을 염려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가려내면 이들 중 진짜 선의의 피해자는 그렇게 많지가 않다. 집단민원을 일으킬 당초부터 26개 주택조합과 조합원들이 정당한 조합구성을 했던 것도 아니며,상당수가 개발예정 발표 후 추가참가한 것이어서 연고권 주장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전해졌었다.
알려진 바로는 수서지구가 개발이 불가능한 자연녹지지역일 때인 88년 4월,한보그룹으로부터 땅을 매입했던 주택조합은 14개로 조합원이라야 6백50명뿐이었다. 수서지구가 공영개발에 의한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된 89년 3월21일 이후 주택조합을 구성하지 않은 채 추가로 주택조합원이 된 사람이 1천3백46명이고,그뒤 또 12개 주택조합이 직장주택조합(조합원 1천3백64명) 인가를 받아 합류했다.
문제는 이들 조합이 하나같이 한보 소유인 4만9천8백60평을 매입해 제소전 화해방식으로 26개 조합 공유지분 등기를 필했다는 데 있다. 우연의 일치로 보기에는 너무나 의문이 가는 구석들이 많다. 한보와 주택조합간에 문제의 땅을 팔고 산 경위나 내부적인 묵계사항과 주택조합인가 경위,조합원의 무주택자 여부 등을 수사로 정확히 밝혀내면 선의의 피해자는 어렵지 않게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원론적으로 이 선의의 피해자들에 대해서만 별도 주택마련대책을 세워주면 「수서특혜」사건 자체는 해결이 되는 셈이다.
감사원·검찰의 특감과 수사가 철저히 해야 할 일은 이 원론을 살릴 수 있게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불법·탈법 조합원들까지도 정부나 서울시가 구제할 것이냐는 여부는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한보의 꾐에 빠져들었다면 그러한 조합과 조합원들의 문제는 결자해지원칙에 의해 한보가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서특혜」사건으로 인해 행정의 공신력을 떨어뜨리고 6공정부의 도덕성에 먹칠을 한 고위 행정관계자들을 마땅히 문책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을 그냥 두고서는 앞으로 서울시의 주택건설과 도시계획사업,건설부의 국토개발사업은 책임자의 신뢰추락 때문에 국민을 상대로 일을 추진하기가 매우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인 것이다.
감사원이 감사에 나선지 하룻만에 특혜공급이 위법이었음을 밝혀낼 정도로 명명백백한 것을 「적법하다」고 우기면서 공급결정을 강행한 행정력에 대해 어느 국민이 믿고 따라줄 것인가를 겸허하게 자성해봐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