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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 상원 외교위 전후처리 발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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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 상원 외교위 전후처리 발언 의미

입력
1991.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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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새질서」 구상 맞춰 중동재편 의도/아랍 반미·민간폭격 비난 맞서/“복구·평화계획” 외교전 속셈도미국은 6일 베이커 국무장관이 상원외교위에 나가 걸프전 이후의 문제해결 방식을 막연하게나마 밝힘으로써 전후문제를 공개적으로 토의하기 시작했다.

베이커 장관은 이날 증언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전후 처리문제에 관한 원칙,문제점,그리고 국제협력사항에 관해 긴 연설을 했다.

성명내용은 그 동안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 산발적으로 나온 것과 지난 4일 있었던 더글러스·허드 영국외무장관과의 회담 등에서 밝힌 것이 골자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베이커 장관의 이날 외교위증언은 적어도 원칙상으로는 미국의 걸프전 전후처리계획이 마련된 것이라는 데서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다.

베이커 장관이 자문자답 형식으로 제시한 전후처리원칙은 다음과 같이 4개항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지역평화유지군의 설치를 지원한다는 것.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고 있는 페르시아만 협력기구(GCC)나 유엔 등의 보장을 받는 지역상주군을 구성해 다시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같은 사태가 이 지역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지역군비 통제.

이라크의 재무장방지,화학·세균·핵 등의 비재래식무기 보유금지 및 군사기술의 이용제한을 통해 이 지역의 군비증강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경제재건 및 부흥계획.

구체적인 경제재건 계획의 규모,내용 등은 밝히지 않았지만 그 부흥계획의 1차 목표는 쿠웨이트이며,절대로 이라크가 과거 적대국이라고 해서 경제부흥계획에서 제외되지 않을 것이라고 베이커장관을 강조했다.

넷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및 아랍국가들과의 화해를 모색하겠다는 것.

미국은 이 까다로운 문제를 당장 해결할 방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쟁이 승리로 끝난다면 이 지역국가들과 보다 원만한 대화를 통해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외교위는 베이커 국무장관의 이 같은 전후처리 원칙을 두고 긴 질문­답변과정을 전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전후처리비용,참가국,세부계획은 역시 제시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우선 전쟁이 진행중에 있어 전쟁이 언제,어떻게 결말이 날지 속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쟁이 진행중임에도 불구하고 베이커 장관이 이같이 전후처리 원칙을 밝힌 것은 적극적 입장과 소극적 입장으로 나누어 검토해 볼 수 있다.

적극적 입장에서는 이번 전후처리방안이 바로 부시 대통령의 「새로운 세계질서」의 구상이며 전후처리과정을 통해 그 귀추를 지켜볼 수 있는 것이다.

이라크가 만일 미 공군력에 의해 50만 정예군과 지난 10여 년 간 5백억달러를 들여 증강해 온 군사체계를 잃고 손을 들게 된다면 중동에는 커다란 힘의 공백이 생긴다.

벌써부터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터키·이집트·시리아 등은 다국적군에의 참가기회를 통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터키는 아마도 이라크 국경지대의 유전지역을 합병하려 들지도 모르며 이집트는 후세인 없는 중동의 새 강자자리를 노리려 들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란 역시 이라크와 8년 전쟁을 위한 원수사이지만 이라크의 군사력이 일시에 무너지는 데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

미국은 각국의 이러한 전후처리 관심을 「새로운 세계질서」의 테두리 안에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국가와 국가,사회와 사회가 서로 존중하며 평화적으로 사는 것』이 「새로운 세계질서」라는 것인데 결국은 그 장치를 이번 전쟁결과로 미국이 주도해 마련해 놓겠다는 속셈이다.

소극적 의미에서는 지금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전개하고 있는 정치심리전에 맞선다는 것이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미 공군기들의 공습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 수를 계속 발표하고 있다.

5일 하루에만도 민간인 4백80명이 미군기 폭격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6일에는 후세인 요르단 국왕이 미군기들의 민간지역 폭격을 비난하는 성명을 냈으며 이집트·알제리 등에서는 반미데모가 가열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베이커 장관은 『미국은 지금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철수를 실현키 위해 파괴를 하고 있지만 전후복구 계획과 평화유지 계획을 아울러 갖고 있다』는 성명을 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처한 셈이다.<워싱턴=정일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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