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지구 아파트 특혜공급을 둘러싸고 서울시의 전 현 시장이 서로 「내가 한 것이 아니다」고 책임을 떠넘기는 추태가 장안의 새로운 화제로 등장했다. 한마디로 정말 치사하고 더러운 공직자의 다른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일반국민들은 저런 사람들이 어떻게 공직에 앉아 국정을 좌지우지해왔는지 모르겠다고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분개하다 못해 배신감까지 느끼는 것 같다. 더구나 두 사람의 전 현 시장은 공직을 한두 번 맡은 것도 아니고 수십 년을 공직생활로 지내온 사람들이고 공직중에서도 요직을 골라 맡아온 사람들이기에 시민들은 인간적인 면에서도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박세직 현 시장은 군에서도 요직인 수도경비사령관까지 지낸 육군소장 출신으로 중앙정보부 차장,총무처 장관을 거쳐 88서울올림픽의 조직위원장으로서 성가를 자랑했던 일꾼으로 안기부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고건 전 시장은 37세에 전남지사를 지낼 정도로 엘리트 내무관료 출신으로 공화국이 여러 번 바뀌면서 교통 농림수산 내무 등 장관직만 3번이나 역임했고 민정당 의원으로 12대 국회까지 진출했던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이처럼 화려한 경력을 배경으로 여당 쪽에서는 장차 유력한 민선 서울시장 후보로 손꼽혀 왔던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서울올림픽을 성공시킨 박 시장이나 다채로운 경력의 고 전 시장은 여당이 내세울 민선 시장 후보로서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이처럼 기대와 희망을 걸었던 인물들이기에 그들이 벌이는 이전투구의 싸움은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다.
두 사람 사이의 감정싸움의 발단은 고 전 시장이 각계 시민에 보낸 퇴임인사장에서 자신의 재임기간중 서울시가 외부청탁을 배격했노라고 자랑한 데서 시작된 것 같다. 박 시장이 취임한 뒤 수서분양이 외부압력으로 결정되었다고 말썽이 나자 책임은 고스란히 박 시장에게 돌아가는 꼴이 되었다.
인사장을 통해 「나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발뺌을 해버린 전임 고 시장의 태도가 괘씸했던지 그에 대한 화풀이로 박 시장은 전임 고 시장시절에 수서분양이 이미 결정되었던 것이라고 반격을 가했다. 이에 분개한 고 전 시장이 자신의 재임기간중에는 아무것도 결정된 일이 없다고 발끈한 것이다.
점잖지 못한 이번 싸움의 시비를 굳이 가리자면 결과적으로 두 사람이 모두 치사하게 보이게 된 것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무슨 계산에서인지 미묘한 문제를 자신의 공적으로 내세워 인사장에서까지 소개한 고 전 시장도 잘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하겠지만 사태를 수습해야 할 입장에 있는 박 시장의 느닷없는 태도에도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설사 고 시장시절에 비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잘못되었다면 과감히 뜯어고치는 것이 현역 시장의 의무요 책임이다. 더구나 최종적인 공식결정과정이 자신의 책임하에 남아 있지 않았는가.
그러나 박 시장은 지난번 국회에서 특혜분양이 불법이라는 의원들의 추궁에 「적법한 것」이라고 당당하게 응수했는데 그처럼 합법적인 결정을 왜 자기가 하지 않고 전임 시장이 한 것이라고 뒤늦게 그 공(?)을 떠넘기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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