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루혐의 당사자들 완강 부인/“초기 해명 미숙” 적극 대처선회/“이번 사건계기 주택비리 발본색원”○…수서지구택지 특혜공급파문이 확대되면서 청와대는 증폭되는 의혹 만큼 사건에 휘말리고 있다.
권부의 최정상인 청와대가 의혹사건에 직접 연루되기는 지극히 드문 일로 그만큼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에 장병조 비서관 외에 청와대내 또 다른 고위급이 있을 것이라는 여론과 정치권의 「사시」에 당혹해 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지난 6일 국회 건설위에서 벌어졌던 의원들의 「폭로와 해명」 사이에 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과 정무비서관이 거론된 데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종인 경제수석은 『전혀 사실과 다른 얘기』라며 이같은 개입설을 일축했는데,그의 일축은 적어도 청와대내에서는 객관적 공감을 얻고 있다. 전후 사정으로 보아 그가 국회에 전화를 걸 만한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양희 정무비서관의 경우도 그의 직분상 외부에 압력을 행사할 만한 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 견해이다. 그럼에도 장병조 비서관 외에 청와대 고위선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은 장 비서관의 특이한 공직경력과 평소의 「행동반경」에 따른 자연스러운 추측일 것이라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장 비서관이 노 대통령을 여러 차례 보필했고 이를 잘 아는 외부인사 또는 서울시·건설부 등의 인사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뒷배경」을 암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오래전부터 친분관계에 있는 한보의 정 회장도 이점을 충분히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직접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노 대통령이 88서울올림픽 등을 계기로 경기단체연맹 회장들의 경기력 향상지원에 남다른 관심을 쏟고 있다는 점을 하키연맹 회장인 정 회장이 관계인사들에게 교묘히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또 이번 사건의 진전과정에서 민자당이 계파이해의 차원에서 대응각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데 대해 경계의 시각을 늦추지 않고 있다.
○…청와대관계자들은 의혹의 시건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비서실내에 사건연루의 실체(장병조 문화·체육비서관)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음을 꼽고 있다. 여기에 국회·서울시·건설부 등 기관과 정치권에 망라된 모든 의혹의 주체들이 자기보호를 위해 오히려 「방어에 약한 청와대」를 물고늘어지는 6공 특유의 이상현상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의혹의 시선이 청와대로 쏠리는 가장 큰 이유는 청와대의 엉거주춤한 대응자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들은 사건발생 초기부터 극히 최근까지 납득키 어려운 해명을 거듭해와 장병조 비서관 외에 더 큰 「배경」이 있지 않느냐 하는 의문을 증폭시키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최근 들어 비서실의 이같은 엉거주춤한 대응에 몹시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청와대는 지난 6일 하오부터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방향을 선회,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조기수습을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가고 있다.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7일 『비서실관계자들이 안일하게 대응하며 변명으로 일관한 듯한 자세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꼴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이번 의혹사건을 비켜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택정책과 관련된 사회의 비리구조를 발본색원,제도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부가 수서지구 특혜공급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하는 한편 해당지역 주택건설에서 한보를 배제키로 한 것은 감사원 감사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일단 여론을 수용한다는 자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건이 확대되면서 내각과 청와대 일각에서는 수서특별공급을 백지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정부의 행정행위를 백지화시킴으로써 또다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반대의견에 따라 한때 주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6일 하오 노 대통령이 전남북 지방순시를 끝내고 귀경한 직후 청와대 및 정부 고위관계자들간의 대책회의에서 이 문제를 집중거론했으며 여기에서 조기백지화방침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백지화방침은 청와대뿐만 아니라 내각 쪽에서도 강하게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종구 기자>이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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