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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일관」 건설위 뒤늦게 소란/“수박 겉핥기” 상임위 활동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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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일관」 건설위 뒤늦게 소란/“수박 겉핥기” 상임위 활동 마감

입력
1991.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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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모두 부인… 책임전가 “급급”/해명 요구하자 “죄인취급” 반발/「질문폭」 조절싸고 고성… “너만 잘났느냐” 감정대립도수서지구택지 특혜공급사건의 「유력한 당사자」이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해오던 국회 건설위는 상위활동 마지막날인 6일에야 자신들에 쏠린 의혹과 관련된 청와대인사압력설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룬 채 상임위 활동을 마감했다.

그나마 이날도 그냥 넘어가려 했다가 일부 언론에 건설위 소속 김운환 의원(민자)이 「청와대 인사의 전화설」을 밝힌 것으로 보도되자 관련의원들의 신상발언을 돕기 위해 부랴부랴 일정을 추가한 것.

그러나 신상발언에 나선 의원들은 전화설을 비롯한 압력과 의혹을 모조리 부인하는가 하면 의원간에 얼굴을 붉히며 책임전가에 급급하는 등 회의는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엉뚱한 데로 표류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하오 2시 회의가 시작되자 김광일 의원(민주)은 『수서문제에 대한 국민관심이 열화와 같은데도 정작 이번 파문의 한 진원지로 지목받고 있는 건설위가 침묵만 지켜 의아심을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대건설부 추가질의를 위한 일정 확정 ▲진상조사소위 구성 ▲관련의원의 신상발언 촉구 등을 제안.

최이호 의원(민자)도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이 마치 특권층에 협조하고 금전수수나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정권 자체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건설위차원의 조사에 동조.

또 당시 5인 청원심사소위 위원이었던 이웅희 의원(민자)도 『건설위가 엄청난 로비의 대상이 돼 돈푼이나 얻어먹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몸둘 바를 모르겠다』면서 『자위력차원에서라도 항간의 금품수수설·로비설을 명백히 조사하자』고 제의.

그러나 김광일 의원이 『당시 청원소위 위원이었던 의원들이 신상발언을 통해 「혐의사실」을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여당 의원들이 『어떻게 국회의원이 동료의원을 죄인취급할 수 있느냐』 『누구는 먹었고 누구는 안 먹었으니 심판하자는 거냐』며 거칠게 항의했고 심지어 『너만 잘났느냐』는 식의 감정대립까지 가는 모습.

이에 여당 간사인 이해구 의원이 『이런 상태로는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정회를 요구,의원들은 위원장실에 모여 진행방법을 숙의했는데 의원들간에 「질문의 폭」에 대한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듯 회의장 밖으로 간간이 큰소리가 새나오기도.

○…하오 5시 회의가 속개된 직후 때마침 이날 처음으로 김운환 의원이 회의장에 모습을 나타내자 의원들은 한결같이 김 의원의 「청와대전화설」발언에 대한 해명성 신상발언을 요구.

김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자신의 「발언」이 실린 일부 보도가 『전혀 사실무근』임을 거듭 강조한 뒤 『인터뷰 때 청와대 관련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은 사실은 있었으나 극구 부인했다』고 설명.

이에 김광일 의원은 『혹시 김 의원이 사실대로 말해놓고 이에 대한 또 다른 압력을 받아 말을 바꾸는 게 아니냐』며 제2의 신상발언을 해줄 것을 요구.

이때 이치호 의원(민자) 등이 『신상발언은 그만하고 수서지구관련 현황보고를 듣자』고 제의했으나 김 의원은 『한마디 더 하겠다』며 물의에 대해 거듭 사과.

○…이어 최이호 의원과 이치호 의원이 건설부를 상대로 『수서지구 개발이 무주택자를 위한 것이냐,한보그룹을 위한 것이냐』 『현행법상 무리가 있으니 건설위에 가서 청원을 하라고 부추긴 것 아니냐』고 따지면서 김운환 의원의 「청오대 관련발언」 진위를 추궁하는 분위기를 돌려보려 했으나 역부족.

오히려 분위기는 김운환 의원과 함께 처음 수서의혹을 제기한 김영도 의원(평민)이 신상발언을 요청해 다시 원점 회귀.

김영도 의원은 『김운환 의원이 사실을 얘기해놓고 당쪽으로부터 모종의 지시를 받아 뒤늦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본인이 부인했다고 그냥 넘어갈 수 없으니 이에 대한 건설부측의 의견을 듣자』고 제의

이에 여당 의원들은 짜증섞인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했고 오용운 위원장은 『그것은 건설부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고 제동.

이때 청원소위 간사인 이원배 의원(평민)도 갑자기 신상발언을 요청,『일부 보도에서 나를 김대중 총재의 자금줄 운운하며 이번 사건에 간여한 듯한 인상을 심고 있다』며 「결백」을 주장.

이때쯤 여당 의원들은 대부분 자리를 떴고 김대영 건설부 차관의 일상적인 답변이 20여 분 계속된 뒤 하오 6시반께 오 위원장은 산회를 선포.

회의장을 나서면서도 김영도·김광일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분명히 의혹이 있는데 국회가 이 꼴로 끌려가니 욕을 먹지』 『13대국회는 이제 끝났다』며 자조적인 한탄을 하는 모습.<정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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