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접국과 교역 끊겨 타격/차 격일제등 긴급 대책도이라크에 대한 경제봉쇄와 걸프전쟁의 여파로 이라크의 이웃나라 요르단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아랍이면서도 석유가 한방울도 나지 않는 요르단은 지난 5일부터 자가용 격일제운행을 실시키로 하는가 하면 유럽공동체(EC)로부터 2억1천만달러의 긴급경제지원을 받기로 하는 등 경제생활에 비상이 걸렸다.
요르단은 전체인구 4백여 만 가운데 5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국인데 지난 8월초 터진 걸프사태 이후 야채와 과일의 주요 수출상대국이던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과의 교역이 끊기는 바람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사우디는 지난해 9월 요르단이 걸프사태와 관련해 이라크 쪽으로 기울자 요르단에 대한 석유공급을 중단한 데 이어 걸프전쟁 발발 이후에는 요르단 화물차량의 사우디 국경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랍에미리트에 밀 야채 감 귤 등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이 막혀 버렸다.
요르단은 종래 암만에서 우리나라 부산항격인 아카바항에 이르는 3백50㎞의 「사막고속도로」를 사우디와의 주요 육상교역로로 사용해 왔는데 왕복 4차선의 이 고속도로에는 요즘 화물차량통행이 뜸하다.
한편 암만의 해운소식통들에 따르면 유엔의 대이라크 금수조치에 이은 걸프전 발발로 아카바항에도 화물선의 모습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번 전쟁이 터진 지난달 17일 이후 아카바항에 들어오는 화물선에 대한 보험료가 종래 척당 가격이 0.25%에서 2.2%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이를테면 척당 가격이 1천만달러짜리 화물선이 아카바항에서 1주일 체류하는데 보험료만 25만달러 가까이 물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 함께 요르단의 재정상태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 바실·자르다비 요르단 재무장관은 최근 『수출부진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로 지난해 8월 이후 국민총생산이 8%나 하락했다』고 밝히고 『쿠웨이트나 사우디에서 일하던 요르단 근로자들이 속속 귀국함에 따라 실업률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자르다비 장관은 요르단의 외환보유고가 현재 6억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하고 이 같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유럽공동체(EC)로부터 2억1천만달러의 무상원조를 받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요르단인들의 물가심리에 충격을 준 것은 5일부터 시행되는 대대적인 에너지절약 조치이다.
이 조치의 골자는 ▲모든 자가용을 홀짝수에 따라 격일제로 운행하고 ▲관용차의 운행을 반으로 줄이며 ▲관공서의 난방비를 25% 절감한다는 것이다.
자가용 격일제운행조치를 위반하는 사람은 차량을 압류당하는 처벌을 받게 되는 데 이 같은 대책이 발표된 지난 1일 많은 요르단 시민들이 신문사나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불만을 터뜨렸다.
이곳 아랍어 방송인 「라디오 요르단」에 전화를 건 한 요르단인은 『자가용 격일제운행은 자가용을 2대 이상 소유한 부유층만을 염두에 둔 시책』이라고 비난하고 『운행제한보다는 유가인상을 통한 에너지절약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제의했다.
요르단은 지난해 걸프사태 이전 하루 6만배럴의 원유를 이라크로부터 무상으로 들여왔으나 최근에는 하루 5천배럴도 채 못되는 양을 바그다드암만간의 육로를 통해 운반해 오고 있다.
이마저도 지난주 5명의 요르단 유조차량운전사들이 이라크 접경지역을 통과하던중 다국적군의 공습을 받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뒤에는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걸프전쟁의 와중에서 요르단은 괴롭기만 하다.<암만(요르단)=이상석 특파원>암만(요르단)=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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