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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 「비자금」… 뇌물입증 난관/감사원 감사·검찰수사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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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 「비자금」… 뇌물입증 난관/감사원 감사·검찰수사 초점

입력
1991.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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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감 「법절차」 한정 “급한 불 끄기”/장 비서관 직권남용부분 규명 미지수/녹지 매입과정 「비밀누설」은 심증 굳혀노태우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감사원이 수서지구택지 특혜공급사건을 특별감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가 서울시와 건설부의 법절차상 하자여부에 한정되고 의혹의 핵심인 한보에 대해서는 국세청에 제출된 세무신고서류를 통해 간접감사만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감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수사권이 없는 감사원이 한보의 로비활동을 둘러싼 정치인·고위공무원 등의 뇌물수수 의혹을 캐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번 감사는 한보의 탈세 등 사소한 비리만 밝혀내는 선에서 급한 불을 끄는 진화성 감사가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국민들은 이번 사건의 의혹을 낱낱이 파헤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인 검찰이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검찰도 이같은 국민여론을 의식,지금까지 정치권·행정권의 해결방안을 지켜보던 미온적 태도에서 벗어나 감사원 감사와 별도로 관련자료를 수집하는 등 전면수사에 대비한 기초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수서지구 문제는 정책결정의 타당성에 관한 문제로 그 과정에서 뇌물수수 등의 증거가 없는 한 수사를 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왔으나 대통령의 감사지시 직후 『다음주초부터 본격수사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그간 상당한 내사가 진행돼 왔음을 시사했다.

검찰이 이번 특혜공급사건에서 검토하고 있는 법률적 사항은 ▲뇌물수수 ▲직권남용 ▲국토이용관리법 위반 ▲탈세 ▲공무상 비밀누설 ▲택지개발촉진법 위반 등의 여부이다.

이 중 한보측이 26개 주택조합을 끌어들여 특혜공급을 받는 과정에서 국회의원과 관계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느냐가 검찰수사의 핵심이 되고 있다.

검찰은 한보주택이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일인 89년 3월21일 이후에도 계속 땅을 매입하고 12개 주택조합을 추가로 모집하면서 『특혜분양을 받을 수 있다』고 공공연히 말해온 것은 탈법적 권리구제가 전제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경우 한보측이 국회 건설위 청원심사소위원회 및 청와대 등 관계기관 공무원에게 로비자금 명목으로 금품을 뿌렸다면 공무원의 뇌물수수죄,한보측 관계자는 뇌물공여죄에 각각 해당된다.

그러나 뇌물은 극도의 비밀성을 지니고 있는 데다 한보의 정태수 회장(68)이 세무공무원 출신으로 비자금을 따로 마련해두고 로비를 직접 해왔다는 점에서 뇌물수수 여부를 입증하는 데는 수사상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장병조 청와대문화체육담당비서관이 지난달 19일 서울시 주재로 열린 수서지구대책회의에 참석하는 등 민원처리과정에서의 역할이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도 수사의 대상.

한보 정 회장과 깊은 관계가 있는 장 비서관이 서울시 대책회의에 참석,『국회 청원심사 결과와 건설부 입장을 존중해 사회적 물의가 일지 않도록 해 달라』고 말한 것은 서울시가 청와대의 요구를 거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에서 사회통념상 압력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이 장 비서관의 참석으로 서울시가 택지공급결정의 권리행사를 방해받았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데다 최고권력기관이 개입돼 있는 어려움을 얼마나 이겨내고 이 부분을 수사할지는 미지수다.

한보의 자연녹지 매입과정에서 관계공무원이 사전정보를 유출했을 가능성도 당연히 수사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가 수서지구를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해주도록 한보가 건설부에 요청한 88년 4월보다 4개월 앞서 자연녹지를 사들일 수 있었던 것은 관계공무원의 정보 누출없이는 불가능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경우 검찰은 수서택지개발지정추진계획의 담당공무원들을 상대로 공무상 비밀누설죄 성립여부를 수사하겠지만 누설자를 밝혀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또 한보측이 임직원 4명의 명의로 사들인 땅을 89년 12월 주택조합에 「제소전 화해」형식으로 매각한 것이 국토이용관리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도 수사대상이다.

최근 검찰이 부동산투기를 목적으로 제소전 화해 수법을 사용한 사람을 기소,유죄판결을 받아낸 전례가 있는만큼 한보측의 투기목적이 입증될 경우 국토이용관리법의 적용이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한보측이 88년 9월13일 수서지구가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6천여 평을 허가없이 매입한 것은 국토이용관리법 위반혐의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은 수의공급에 의한 택지공급방법을 7가지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도 서울시가 이 규정에 들어 있지 않은 조합주택용지를 수의계약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계없이 문제될 수 있는 사항이다.<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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