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후 살인·강간 잇달아/언론 크게 보도… 호신무기 “인기”【타임 2월11일자·본지 특약】 소련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살인과 같은 참혹한 범죄는 비교적 드문 일이었다. 소련의 도시들은 분명 세계에서 범죄에 관한한 가장 안전한 곳으로 손꼽혔었다. 설령 살인과 기타 잔인한 범죄가 발생했다 해도 일반인들은 그 사실을 알기가 어려웠다. 소련의 이데올로기에 의하면 범죄란 퇴폐한 자본주의국가의 전유물일 뿐 소련과 같은 사회주의국가에서는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돌변했다.
페레스트로이카로 인한 소련사회의 혼돈이 극심해지기 시작한 지난 89년 소련 전역의 범죄발생률은 전년대비 32%가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13%의 범죄발생률 증가를 보였다.
이 같은 범죄증가는 살인 집단폭행 강간 등 강력범죄 발생에서 더욱 두드러진 증가추세를 나타냈다. 올 들어서만도 1월 한 달 동안 강력범죄 발생건수는 전년동기대비 44%나 치솟았다. 글라스노스트(개방)에 따른 언론자유의 확대로 소련 TV나 신문은 과거에는 금기사항이었던 범죄기사를 생생한 화면이나 사진과 함께 보도하고 있다.
언론의 이 같은 보도는 일반인들에게 「재난이 임박했다」는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련 내무부 산하 경찰대학 학장인 아나톨리·알렉세 예프 중장은 『범죄가 없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소련국민들에게 잔인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는 사회심리적인 충격』이라고 말한다.
소련인들에게는 비록 소련의 범죄발생증가가 큰 충격이겠지만 아직 소련의 범죄발생률은 서유럽이나 미국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과거 소련의 사회질서는 KGB 같은 보안기관에 의해 유지됐었다. 사람들은 KGB에 대한 공포 때문에 질서의 대열에서 이탈하기를 두려워했다.
소련 내무부의 알렉산데르·구로프 대령은 『이제 법이 공포를 대신하게 되었지만 준법정신은 과거의 공포와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정통성을 지닌 권위가 부재하는 질서의 공백상태에 처해있다』고 진단한다.
보수진영의 비판에 직면한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범죄척결을 선언했지만 일반국민들은 여전히 법과 질서의 괴리를 경험하고 있다. 일반국민들은 이른바 「마피아」를 범죄의 근원으로 지탄하고 있다.
소련에서 「마피아」란 매춘 마약거래 등에 연루된 부패한 관료조직을 포함,모든 범죄집단을 지칭하는 포괄적인 용어이다. 그러나 이고르·카르페츠 전 소련사법경찰 총수는 『아파트 절도범 등 모든 범죄자들이 마피아 같은 범죄조직을 결성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사실 소련에서 조직화된 범죄는 공공에게 위협을 주기에는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있다. 물론 그들은 때때로 미국의 시카고 갱단과 같은 스타일로 분쟁을 해결한다.
지난해 10월 모스크바의 한 협동조합 레스토랑에서는 복면을 한 일단의 총잡이들이 총격을 가하고 칼과 몽둥이를 휘둘러 2명을 살해했다. 소련 경찰당국은 고르바초프의 경제개혁조치로 생겨난 반자영식의 협동조합 레스토랑이 조직범죄단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이곳에서 생겨난 이익과 빼돌린 물품의 암시장 판매권을 둘러싼 조직범죄단의 암투가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흔한 범죄는 노상이나 주거침입 강도이다.
소련의 노상강도는 미국 뉴욕시 수준은 아직 안 되나 점점 포악한 범죄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기방어를 위해 무기를 지니고 다니는 소련인들이 차츰 늘어나고 있다. 소련 법률은 무기의 개인소유를 금지하고 있지만 불법 무기거래는 격증하고 있다.
또한 가스총이나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닐 수 있는 독일제 소형 최루권총을 구입하는 사람도 급격히 늘고 있다. 이런 호신용무기는 암시장에서 25달러 이하의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
보수진영은 소련사회에 이 같은 무질서와 범죄를 초래한 책임을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 추궁하면서 정부의 권위와 질서의 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수세기 동안 전체주의적인 독재에 짓눌려 온 소련사회에 준법정신과 정부의 공정한 법집행에 대한 신뢰가 깃들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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