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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터전이 이꼴이라니…”/수서특혜에 토박이 주민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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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터전이 이꼴이라니…”/수서특혜에 토박이 주민들 한숨

입력
1991.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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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사람에 옥토 갈갈이/조상묘 이장·생계대책 막연”/일원동 17대째 살아온 71세 박윤성씨수서지구 토박이들은 개발의 불도저와 특혜의 장난이 밉다. 조상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이 비리와 특혜의혹의 땅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주민들은 공영개발 의혹의 최대 피해자라고 분노하고 있다.

서울시의 특혜공급으로 말썽이던 강남구 일원동의 양지마을 음지마을 새터마을 목장마을 등 이름도 정겨운 4개 마을 주민 5백여 가구 2천여 명은 3월로 예정된 철거가 한달도 남지 않은 지금도 조상의 뼈가 묻힌 땅에 그대로 살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곳은 밀양 박씨 진주 강씨 김해 김씨 등 한 성 받이들의 집성촌. 17대째 이곳에 살고 있는 밀양 박씨 일원동 종친회장 박윤성씨(71)는 『나라에서 집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준다고 하더니 이꼴이 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26개 주택조합이 들어서게 될 3만5천여 평의 땅은 일원동이라는 이름이 말해주 듯 구릉처럼 야트막한 대모산이 병풍처럼 둘러선 가운데 아늑하게 숨어 있다.

박씨는 『얼마 전까지도 흙을 파먹으며 순박하게 살아온 원주민들이 걱정과 불안으로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실정』이라며 『순진한 민심이 정부의 무대책과 함께 비리가 확대됨에 따라 거칠어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반파된 담벼락이나 구멍이 뚫린 비닐하우스 겉면에 붉은 스프레이로 적힌 구호에서 주민들의 분노는 잘 나타나고 있다.

「수백 년 내려온 삶의 터전에 고층아파트가 웬말」 「농민을 학살하는 당국과 이를 부추기는 한보는 자폭하라」 「보상금 현실화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

박씨는 『조상대대로 살아온 땅을 뺏긴 것도 억울한데 형편없는 보상비와 몇푼 안되는 세입자 이주비는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철거보상금은 평당 평균치가 60만원에 공사 조성원가를 합쳐 평균 78만원으로 책정돼 있는데 그 동안 정확한 철거 일정이나 자세한 보상대책이 전혀 통보되지 않았던 것도 주민들의 불만거리이다.

89년 3월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이후 느닷없이 덤프트럭과 포클레인이 들이닥쳐 택지개발공사가 시작된 뒤 원주민들에게는 분당의 경우처럼 상가분양을 해준다는 얘기만 무성했을 뿐 구체적으로 제시되거나 실현된 보상대책은 없었다는 것이다.

부인 천영숙씨(61)와 단 둘이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박씨는 공사가 끝나면 보상기준에 따라 단지 옆에 70평의 땅을 받게 되지만 다시 집을 지을 돈도 없고 철거보상비 6백만원으로는 공사기간의 생계가 막막한 실정이다.

또 아파트가 들어서면 생계수단인 농사가 불가능해지고 일가로 이루어진 피붙이들이 뿔뿔이 흩어지거나 인접한 선산에 집중된 조상의 묘를 이장해야 하는 등 공동체사회는 완전 붕괴된다.

박씨는 『공사가 시작될 때는 박씨 선산 4천여 평중 2천여 평,강씨 선산 1천3백여 평 전체가 개발지역으로 설정됐다가 3백여 기의 묘를 이장할 수 없다는 문중의 호소와 항의로 그런 사태는 면했지만 주변 야산에 산재한 묘 1백여 기는 이장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박씨는 『주변에 헌인릉이나 광평대군묘가 있는 것만 보아도 이 마을은 명당이며 마을 뒷산의 약수와 맑은 공기로 70세 이상 노인만도 1백여 명이 넘는 장수마을』이라고 말했다. 또 6·25 때의 적 치하에서도 인민군의 발길에 더럽혀지지 않았던 땅이라는 것이다. 박씨는 『그런 땅이 힘있는 사람들의 땅따먹기로 갈갈이 찢기게 됐다』며 『이제 죽어서 조상을 볼 면목이 없다』고 고개를 떨구었다.<이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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