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1.02.06 00:00
0 0

게오르규의 장편 「25시」에 나오는 작가 코르가는 잠수함 항해 경험담을 하면서 그가 탔던 잠수함엔 환기시간을 알리는 특수장치가 있었다고 말한다. 밀폐된 채 수중을 다니기 대문에 승무원들의 호흡으로 생긴 탄산가스 등 탁한 공기가 얼마만큼 늘어났는지 측정하는 장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너무 오래 잠행하면 산소 부족현상이 생겨 물 위로 떠올라 환기를 해야 한다. ◆옛날 잠수함에는 그런 장치가 없어서 대신 토끼를 태우고 다녔다고 코르가는 설명한다. 호흡으로 생긴 탄산가스는 비중이 무거워서 바닥에 쌓이고 그것이 어느 수준을 넘으면 토끼가 먼저 질식현상을 보여 위험을 사전에 알게 됐다는 것이다. 코르가는 자신을 「세계」라는 잠수함에 탄 토끼에 비유하며 시대의 위험을 미리 느끼는 예언자로 자처한다. ◆걸프전쟁에서 다국적군은 이라크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비한 화학제감시장치 외에 유독가스에 민감한 병아리들도 배치했다고 한다. 이들 병아리들엔 「근무」 위치에 따라 「버포드」 「런웨이」 「월터」 「사담」 등 애칭도 붙어 있다지만,이들은 사람보다 먼저 죽어줌으로써 위험을 알리는 희생물이 된다. ◆병사들의 숙소에 있는 병아리의 별명은 「사담」이라니까,만약 이라크가 화학공격을 한다면 다국적군 병사보다 먼저 「사담」이 죽는 셈이다. 사막병영에서의 거친 유머라고나 할까. 좌우간 걸프전쟁에 참가한 각국 병사들은 화학전의 위기에 맞서는 첨병들이기도 하다. ◆이 같은 전쟁엔 변수도 많다. 예컨대 미사일 탄두에 무거운 포탄대신 가벼운 화학물질을 장착하는 경우 미사일 중량변화에 따라 탄착지점이 예상밖으로 달라져 다른 지역이 더 위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현지의 각국 병사나 장교가 인류를 위한 「사막의 병아리」나 「잠수함의 토끼」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전쟁이 빨리 종식돼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