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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후세인 평가」 상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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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후세인 평가」 상반

입력
1991.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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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 반미투쟁의 영웅” NL계/“아랍맹주 꿈꾸는 파시스트” PD계80년 이후 미국이 개입된 사건에 대해 지금까지 반대입장으로 일관해온 대학가 운동권이 최근 걸프전의 성격규정을 놓고 상당한 견해차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운동권의 양대계파인 NL(민족해방)과 PD(민중민주주의)계 학생들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성격 ▲다국적군의 이라크공습에 대한 비난 ▲의료진 파병 등 한국의 직간접 개입 반대 ▲걸프전을 이용한 현 정권의 민중운동 탄압기도 경고 등에 대해서는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전쟁의 주요당사자인 이라크 대통령 사담·후세인에 대한 평가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NL계는 후세인을 「아랍민족의 영웅」으로 보는 반면 PD계는 「독재자이며 파시스트」라고 비난했다.

서울시내 대학 총학생회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NL계 학생들은 최근 서울대 등에 게재된 「걸프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대자보를 통해 『후세인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독재자가 아니라 부패한 아랍의 봉건왕조국가와 이들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미국을 타도하려는 아랍민중의 열망의 대변자』라고 주장하고 『그러므로 후세인은 아랍뿐 아니라 제3세계 반미투쟁의 선봉장』이라고 추켜 세웠다.

지난달 17일 걸프전 발발과 함께 즉각적으로 대대적인 반미 선전공세를 펼쳐온 NL계와 달리 한동안 후세인에 대한 평가와 전쟁에 대한 성격규정을 유보해온 PD계 학생들은 지난주 서울대,연세대,한국외국어대 등에 「민중·민주 학우 일동」 명의의 대자보를 게시,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일부 학생들이 후세인을 아랍민중,또는 제3세계의 영웅으로 부당하게 미화하는 것은 「반미=선」이라는 지극히 단순화된 논리에 사로잡힌 탓』이라며 NL계를 반박하고 나섰다. 외대 동아리연합회 명의의 대자보에서 학생들은 『후세인은 아랍의 맹주를 꿈꾸는 야심에 찬 파시스트에 불과하다』고 정면으로 비난하고 『반미라는 이유만으로 명백한 독재자를 아랍민중의 영웅으로 왜곡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세인에 대한 평가가 상반된만큼 전쟁을 보는 시각도 당연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

NL계는 『이 전쟁의 본질은 아랍민족주의와 미 제국주의의 충돌』이라고 규정하고 『쿠웨이트 점령으로 일부에서 제기하던 이라크의 패권주의적 성향에 대한 비난은 다국적군의 대대적인 이라크 공습과 함께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언했다. NL계는 『그러므로 후세인을 정점으로 하는 아랍민중의 반제국주의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 민족·민주세력과 적극 연대,반전·반미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PD계는 걸프전을 『아랍민중의 민족·민주혁명에 대한 열정을 이용,아랍의 맹주를 꿈꾸는 후세인과 아랍지역에서 저유가정책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계속 확보하려는 제국주의 사이의 국지전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다.<이동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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