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관 얽힌채 「진상」 오리무중/“당국 앞장 주택공급질서 교란/「해묵은 건」 전격결정 외압 때문”/“민원인 수 많고 계속 불허때 사회물의 감안” 답변○…6공화국 들어 정·경·관 「합작비리」 의혹을 사고 있는 수서지구택지 특별분양 시비는 정책결정 과정에서 연루될 수 있는 모든 부처·기관들이 개입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나 시원스런 진상은 꼬리를 감추고 있다.
특히 파문이 증폭 양상을 띠어가면서 청와대,민자·평민 등 여야 정당,국회 건설위,그리고 실무 부처인 건설부·서울시 등은 서로 다른 상대들에게 책임을 넘기는 태도로 일관 「털어내기」 경쟁에 분주한 모습들이다.
서울시를 상대로 의혹규명작업을 벌인 4일의 국회 행정위가 숱한 궁금증들을 쏟아내며 박세직 서울시장을 추궁해보았지만,시비의 전모를 드러내기에 역부족이었던 것은 이번 의혹에 연루된 당사자들이 선후·인과관계에서 워낙 복잡하게 얽힌 「복합체」의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당연할 수 있다는 평까지 낳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의원들이 서울시에 제기한 의문들은 단지 최종결정이 결국 서울시에 의해 내려졌다는 점에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의원들은 우선 공영개발의 대원칙이 행정기관 스스로에 의해 짓밟힘으로써 주택공급질서가 일대교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 점을 지적했다.
특히 최종결정에 이르게 된 요인으로 국회 건설위의 청원심사결의를 존중했다는 서울시측의 주장에 대해 의원들은 국회의 청원결의가 행정부에 대한 강제·의무성을 갖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이번 의혹을 국회로 넘기려는 의도라는 질책을 퍼붓기도 해 책임전가공방을 벌이는 모습도.
○…첫 질의에 나선 김기배 의원(민자)은 『이번 문제는 서울시가 특별분양 결정을 굳힘으로써 야기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국회에서 청원을 다루던 당시만 해도 긍정적으로 검토되지 않았던 것 아니냐』며 특정주택조합의 권익만 옹호하게 된 결과를 추궁했다.
이어 박실 의원(평민)은 『2년 이상을 끌어온 해묵은 문제를 박 시장이 부임하자마자 전격 결정해버린 데서 권력의 위압과 정경유착의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한보그룹의 특혜수익에 언급,『한보측이 택지지구고시 1년 전에 매입한 8만5천평 가운데 매매행위를 제한토록 한 1만4천5백평(89년 3월21일 이후 매입)에 대해 토지매매허가를 해주었다』며 『또 3만5천평에 대해서는 개발예정지에서 제외시켜줘 1천억원의 부당이익을 한보측이 챙겼다』고 주장했다.
김용채(민자) 김종완 의원(평민)은 『한보주택은 수서지역이 택지개발지구로 결정되기 훨씬 전인 88년 4월부터 아파트 건립이 불가능한 녹지지역을 사들이기 시작했다』며 『특히 택지지구지정 이후에도 한보측이 조합모집을 계속한 것은 서울시의 공영개발계획이 사전누출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뒤 일관성 없는 특별공급 결정의 철회를 촉구했다.
양성우 의원(평민)은 이번 의혹을 6공 출범 후 최대비리라고 규정하고 『이는 한보의 로비에 의한 청와대 및 정당,국회 건설위와 일부 언론기관 등의 압력과 조정에 의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양 의원은 『한보는 변칙적인 「제소 전 화해」방식으로 자연녹지를 주택조합에 되팔아 양도소득세도 일부 포탈했다』며 『또한 한보측은 이들 토지를 담보로 조흥·서울신탁은·강원은행 등 3개 은행에서 채권 최고액인 1천1백45억원에 이르는 근저당권을 설정,사실상 자기자본 한 푼 없이 수서지구 땅을 매수한 결과를 얻었다』며 금융특혜까지 거론했다.
또 백남치 의원(민자)은 『서울시가 그 동안 무려 5차례나 특혜분양불가방침을 공식천명하다가 공영개발방식을 뿌리째 뒤흔드는 결정의 번복을 어떻게 할 수 있었는가』고 외압의 규명을 촉구하고 『택지개발지지정 이전에 14곳 1천6백50명에 지나지 않던 조합이 현행법상 특별공급이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12개 조합 1천7백10명을 더욱 늘린 것은 의구심을 더욱 사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서울시로서는 당초 공영개발의 원칙과 조합택지 공급에 대한 법규가 모호하다는 점에서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전제,『그러나 ▲3천3백60명의 민원인이 너무 많은 수이고 ▲택지취득의 연고권을 인정하는 한편 ▲계속 불허시 일 사회적 물의를 깊이 감안하게 됐다』고 택지공급결정배경을 설명했다.
박 시장은 『시장부임 후 지난해 12월13일 서울시·국회·건설부간 3자합의를 이행할 것인가,번복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며 『집단민원이 계속돼 행정업무에 차질이 심각했고,결정을 늦출 경우 주택수급 차질과 자금압박이 커질 것을 우려,20일간 관계부처 관계관회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외부압력 여부에 대해 『압력이란 강압적 호통식의 권위주의적 행태이지 이 경우와는 다르다』고 적법절차를 강조했다.
이날 밤 11시 가까이까지 계속된 회의에서 박 시장은 의원들로부터 책임소재규명 요구가 잇따르자 『현실적으로 서울시가 여야합의로 제출된 국회 민원을 거부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이런 점에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책임은 국회와 서울시가 반씩 나누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의원들과 박 시장 사이의 공방에서 의혹에 대한 실마리가 명쾌히 풀릴 수는 없었지만,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릴수록 이번 의혹이 풍기는 「비리구조」가 6공 들어 생성된 신종로비의 한 형태라는 지적들이 제기되기에 충분했다.<조재용 기자>조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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