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생생한 현장의 소리 전달/파격적 뉴스 개발… 3대 TV 압도걸프전 발발을 바그다드 현지에서 제일 먼저 세계에 알린 미국의 CNN TV는 이번 전황보도에서 쟁쟁한 미국의 3대 네트워크를 따돌리고 있다. 바그다드 공습 이후 줄곧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일한 서방국의 TV가 된 CNN은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90분간 단독회견을 하는 특종보도를 터뜨리고 있다.
CNN이 세계적인 특종을 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86년 미 챌린저 우주선이 공중폭발했을 때 이 비극적인 장면을 생중계했던 것도 CNN이었다.
뉴스를 전할 뿐만 아니라 뉴스가 없으면 뉴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 CNN의 특징이다. 이는 바로 CNN 사주인 테드·터너의 독특한 경영스타일이기도 하다.
터너는 CBS TV를 사들이겠다고 공언해 증권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었고 MGM영화사를 매입하여 할리우드를 놀라게 했다. 그는 MGM을 매입한 후 소장하고 있던 흘러간 흑백영화 모두에 컬러를 칠해 찬반논쟁을 일으켰던 괴짜 사업가이다. 부인과 이혼하고 자신의 비행기 조종사인 미모의 여자와 동거,가십을 뿌렸으며 요즘에는 여우 제인·폰다와 열렬한 관계에 있다.
CNN이 처음 출발했을 때 미국의 3대 TV는 그를 정신나간 사람쯤으로 취급했으며 몇 년 안에 문을 닫을 것으로 내다 봤었다.
케이블 TV업계에서도 그의 「25시간 케이블 뉴스계획」에 무관심했다. 지난 78년 12월 캘리포니아의 애너하임에서 전국 케이블 TV방송회의가 열렸을 때 아틀랜타 출신의 사업가 테드·터너는 『24시간 뉴스만 방송하는 케이블 뉴스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며 회원가입을 호소했다. 그러나 그와 계약을 맺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의 사업계획이 너무 무모해보였기 때문이다.
터너는 갖은 고전 끝에 80년 6월 CNN을 개국했는데 이때 미 전국 2천여 개의 케이블회사 중에서 CNN과 계약을 체결한 것은 불과 1백75개사에 불과했다.
지금 CNN은 세계 수천 개 방송국과 계약을 맺고 있으며 이번 걸프전쟁의 명성으로 계약이 쇄도하여 미처 처리를 못 하고 있는 형편이다.
터너는 방송계의 뉴스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제3의 파도」라는 저서를 통해 미래 인류문명의 변화를 그린 앨빈·토플러는 『터너야말로 「제3의 파도」』라고 평하고 있다.
뉴스를 모르는 터너가 뉴스의 혁명을 일으킨 동기는 간단하다.
백악관과 크렘린궁만이 세계 뉴스의 초점이 될 수 없다는 것,미국의 3대 TV들은 골든아워에 쇼나 연속극을 방영하기 때문에 이 시간에 뉴스를 듣고 싶은 시청자들에게는 채널의 선택권이 없다는 것,시청자들은 방송편집자들이 짜놓은 뉴스가 아닌 거르지 않은 생생한 뉴스현장을 보고 싶어한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그리고 3대 TV가 너무 미국 중심의 뉴스만 방송하고 세계뉴스를 무시하기 때문에 여기에 대체할 수 있는 세계뉴스 중심의 TV가 하나쯤은 꼭 필요하다는 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CNN은 미국의 3대 TV의 뉴스취재방법을 역으로 이용하는 게 특징이다. 3대 TV 기자들이 앞을 다투어 백악관을 뉴스 소스로 삼으려 하지만 CNN은 미국 대통령과 사이가 나쁜 제3국 대통령들을 뉴스의 소스로 개발하고 있다. 후세인 대통령을 비롯,쿠바의 카스트로,리바아의 카다피,요르단의 후세인 국왕,PLO의 아라파트 의장 등이 모두 CNN의 팬이다.
이제는 CNN의 사주인 터너가 케이블 TV회의에서 연설하면 복도에서 휴식을 취하던 사람들도 모두 들어와 그의 연설을 듣게끔 됐다.
터너는 지난 30년대에 CBS창업자 페일리가 NBC에 도전했을 때와 똑같은 스타일로 CBS에 도전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다. 기업은 비대해질수록 매너리즘에 빠져 커버할 수 없는 허점이 많이 생기는 것이다.
NBC가 그렇게 하다가 CBS에 눌렸고 이제는 CBS가 그 지경이 되어 CNN에 방송뉴스 왕국의 자리를 물려줄 위기에 놓여 있다.
통신위성시대의 개막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수없이 보도해온 미국 3대 TV들이 막상 자신들이 겪어야 할 운명에 대해서는 게을리하고 있다가 CNN에 여지없이 당하는 꼴이다. 지금 3대 TV가 두려워하는 것은 걸프전쟁보다 TV뉴스전쟁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후세인의 움직임보다 테드·터너의 움직임에 더 신경을 써야 할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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