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틀린 발표… 신뢰성 불만 언론/반전분위기 우려… 보도 통제 미군/일부사 소송움직임… 「국익」 「보도자유」 논쟁 재연될듯걸프전쟁이 3주째로 장기화되면서 미군당국과 언론간의 갈등이 점차 노출되고 있다.
종군기자들은 매일매일 양측의 사상자와 피해상황 등 새로운 전황을 좇고 있는 반면 미군당국은 『전쟁의 큰 흐름을 짚어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전사자 숫자나 시시콜콜한 피해상황 등을 따지는 것은 결정적인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종군기자들은 이같이 전쟁을 보는 시각차이를 넘어서 미군발표내용 자체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군당국의 전황발표에 대한 언론의 의구심은 개전 첫날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당시 군당국의 발표대로라면 이라크의 군사력은 거의 파괴된 상태여야 하는데도 그 이후의 상황전개는 그렇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언론이 군당국의 정식발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말의 카프지 전투전황발표 때이다. 카프지 전투는 개전 이후 최대의 지상전이었던만큼 언론들은 양측의 사상자와 전투참여국 등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았었다.
종군기자들은 지난 1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있은 전황브리핑에서 본격적으로 카프지탈환작전에 미 해병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공보관의 주장을 따지고 들었다. 미 해병이 카프지를 향해 대포와 기관총을 발사하는 장면 등이 이미 TV에 방영된 후였기 때문이다.
이같은 미군의 앞뒤가 맞지 않는 발표는 일시적인 실수로만 넘길 수 없다는 것이 종군기자들의 주장이다.
미군측은 카프지전투 발발 직후 미 해병대가 지원포격을 할 뿐 전투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가 얼마 후에는 미 해병은 지상전투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전투를 지원할 수 있는 지역에 들어가 있다고 약간 수정했다.
그리고 미군당국은 카프지의 탈환 뒤인 지난 1일에야 미 해병이 카프지시내에 있다고 인정했다.
사우디 주둔 미군의 패트·스티븐스 준장은 카프지 탈환작전이 지난달 31일 새벽 2시30분(현지시간)에 시작됐다고 공식발표했으나 미 해병은 이보다 앞선 하오 10시55분 포격을 시작한 후 하오 11시10분부터 지상공격을 개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군측은 이 전투에서 이라크군의 피해에 대해서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라크군 5백명 체포설이 강하게 제기되었으나 엉뚱하게도 전투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소련의 인터팩스통신이 1천5백명 사살에 1천5백명 실종이라고 보도했다.
미군측은 이라크군 사상자수를 정확히 밝힐 수 없는 이유로 공군력에 의한 공습이 있기 때문에 시체숫자를 일일이 셀 수 없는 데다 카프지전투에의 미군 참가문제는 사우디 등 아랍국의 승리를 위한 정치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베트남전쟁의 쓰라린 경험을 안고 있는 미군당국은 전쟁 발발 전부터 언론의 역할에 대한 한계를 명백히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 종군풀기자단을 구성할 때부터 기자들에 대한 각종 체력테스트를 요구하는 등 전례없는 언론회피조치들을 실시했었다.
미국측은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실제 전투상황의 전개보다는 반전여론의 확산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막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패배했던 베트남전쟁의 쓰라린 경험이 가르쳐준 뼈아픈 교훈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사자 및 전황 등의 생생한 보도→전쟁의 참혹성 부각→반전여론 확대→다국적군의 작전수행 차질→다국적군 연대감 분열이라는 최악의 사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부시 미 대통령이 처음부터 『이번 전쟁은 결코 베트남전쟁이 안 될 것』이라고 수 차례 되풀이 강조한 점이나 지난달 30일 슈와르츠코프 사우디 주둔 미 사령관이 11명의 첫 해병 희생자를 발표하면서 『이번 전쟁은 시체숫자를 세는 전쟁은 아니다. 그러한 전쟁은 이미 베트남에서 끝났다』고 다소 퉁명스럽게 언급한 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종군기자들은 수백 명의 기자들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전장의 참호 속에서 군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 언론사에서는 풀기자단 운영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한편 미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뜻을 비치고 있기도 하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이러한 정부와 언론과의 갈등은 다람쥐 쳇바퀴돌 듯 끝없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익」과 「보도자유」라는 고전적인 논쟁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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