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에서 특히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것은 그 동안 꾸준히 서방측 언론을 통해 보도돼왔다. 그러나 철저히 격리된 북한땅에서 정확하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최근 며칠 사이에 보도된 일련의 움직임으로 봐 북한의 당면과제가 식량난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이 제공하는 1억5천만달러의 원조를 식량수입에 쓸 것이라는 보도와 함께,태국을 방문중인 연형묵 총리가 강철과 시멘트를 수출하는 대신 쌀 감자 등 곡물을 수입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북한은 싱가포르의 한 상사를 통해 국제시세의 4분의1값으로 우리 쌀 10만톤을 수입하겠다는 흥정을 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그것도 경화가 아닌 명태 등 북한산의 1차산품으로 갚겠다는 것이었다 한다.
이런 조건이라면 정상적인 상업베이스의 흥정이 아니라,사실상 「원조요청」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제3국을 통한 흥정을 거절하고,직접교섭을 요청해 온다면 『가능한 최대한 무상지원도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인 것 같다.
북한은 「지상낙원」이라 주장하는 체제로 봐서 북측이 과연 무상지원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어쨌든 약 70만섬 분량의 쌀이 본격적인 남북간 경제교류의 길을 틀 수 있도록 시도해 봄직하다.
물론 북측이 제시한 톤당 1백달러라는 값은 국제시세의 4분의1값일뿐 아니라,정부 미방출값이 톤으로 쳐서 1백8만원선 (89년산)인 만큼 애초에 수지타산을 따질 일은 못된다.
게다가 바닥난 북측의 지불사정으로 미루어,저들이 제시한 값으로쳐도 1천만달러에 이르는 액수를 1차 산품으로 갚기도 쉬운일은 아닐 것이다. 지난해 실제로 수입된 북한산물자는 통관기준으로 1천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었다.
게다가 쌀을 과연 국제시세의 4분의1 수준으로 「거래」할 수 있느냐도 문제다. 우리는 국제무역이 아닌 「민족내부거래」로 규정한다해도 미국을 비롯한 쌀 수출국과의 마찰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국제적 무역거래가 아닌 「내부거래」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서도 보다 실무적인 「모양 갖추기」가 필요할 것이다. 결국 쌀 70만섬을 거저 주건,또는 거저주는 것이나 다름 없는 값으로 주건 협상해야될 문제는 많다.
이미 지난 연말 정부는 다가올 북한의 춘궁기를 위해 식량을 지원해줄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었다. 북한으로서도 한해 4천억원 가까운 관리비를 들여 1천3백만섬을 창고에 쌓아 두고 있는 우리의 쌀이,저들의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결하는 안정적 기반이 될 수있음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아무 소득없는 「정치적 체면」의 너울을 벗고,보다 현실적인 「실리」를 택해야할 것이다. 쌀 70만섬을 계기로 해서,서로 「유무상통」하는 경제적 교류의 길을 터야한다. 그것이 북한을 위해서도 엄청난 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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