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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에 방독마스크라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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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에 방독마스크라니(사설)

입력
1991.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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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이 심한 공해공장 주변의 주민들에게 방독마스크를 무료로 공급하여 유독가스배출에 대비하겠다는 경기도 의왕시의 발상은 너무도 한심스럽고 어처구니 없어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해외토픽의 난센스뉴스에나 오를 방독마스크의 무료지급 발상은 공해공장서 육독가스를 배출하여 3천여 가구 2만여 명의 주민들이 한 밤중에 갑자기 구토증세를 보이고 대피소동을 벌이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의왕시는 추경예산서 1천3백만원을 확보,공해공장이 들어서 있는 관내 10개 동민방위대원에게 1천1백개의 방독마스크를 지급하고 하반기에는 20세 이상 민방위대원 전원에게 화생방장비를 지급하는 한편 95년까지는 가스유출 위험지역의 주민 모두에게 방독면과 우의를 지급할 계획인데,소요경비의 50%를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공해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특히 겨울철에는 대기오염이 연중 최고치에 이르는 것은 사실이다. 수일 전 환경처가 조사발표한 전국의 대기오염 측정결과를 보더라도 수도권인 서울일원의 대기오염이 전국적으로 가장 심해 1년중 환경기준을 초과하는 날이 지역별로 10∼36일까지 된다는 것이다.

서울이 이러하다면 수도권의 주변에 자리하여 온갖 공해공장이 밀집하여 있는 의왕시의 대기오염이 어느 정도이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조금 과장하여 말한다면 그야말로 방독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건강이 유지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방독면무료 지급발상은 너무도 빗나간 것이다. 이라크남 화학무기 사용위협에 걸프전쟁에 투입된 다국적군이 가스마스크를 쓰고 전투훈련을 계속하고 있고,이라크의 공격위협을 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국민들이 외출할때에는 반드시 방독마스크를 휴대한다고 하지만 텔레비전 뉴스를 통하여 걸프전쟁의 속보를 너무 열심히 시청한 것이 이처럼 엉뚱한 발상을 하게 된 것만 같다.

대기오염과 같은 공해문제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해서는 안되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 근원적인 대비책을 세워야만 해결할 수 있다. 방독마스크는 전쟁상황서 위급한 국면에 응급대처하는 기구일 뿐 근원적인 대비책이 될 수 없으며 외형적으로도 오싹하고 섬뜩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일반적으로 대기오염상태에 있어서는 방독마스크를 착용할 정도가 되지 못하고 맹독성 유독가스가 누출되었을 때에는 방독마스크를 착용하더라도 안정할 수가 없다. 그러기에 방독마스크의 지급은 예산과 노력의 낭비일 뿐 아무런 효과를 거둘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공해공장의 유독성가스 누출과 그에 따른 대기오염의 방지를 위해서는 유독가스 취급공장의 시설을 철저히 점검하고 운행을 감시하는 방법만이 있을 뿐이다. 이제까지 행정당국의 공해공장 점검과 감시가 소홀하여 각종 유해물질이 마구 누출되고 방출됨으로써 수질과 토양이 오염되고 대기마저 숨막힐 정도로 더럽혀진 것이다. 맡은바 임무인 공해사업소의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기만하면 방독마스크의 무료지급과 같은 엉뚱한 발상이 불필요하다는 사실을 의왕시당국자와 공해담당관계자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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