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반전」 감소… 월남전과 양상 달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반전」 감소… 월남전과 양상 달라

입력
1991.02.03 00:00
0 0

◎지상전 전사자 첫 귀국… 미 표정/보도 통제영향 심리전서 유리/후세인 휴전 거부… 외교도 우세/희생자 많은 정글전 아닌 사막전… 전략적 우위도미국의 입장에서 걸프전은 월남전과 너무나 다르다. 전술·전략면에서뿐만 아니라 전쟁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도 판이하다. 반전무드가 우선 사그라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카프지 전투서 숨진 해병 전사자 시체가 성조기에 덮인 채 처음으로 도착하고 장례식 장면과 가족의 인터뷰 장면이 TV 화면을 통해 전국에 일제히 방영됐다.

아마도 월남전 같았다면 전국이 이 첫 전사자들의 죽음의 귀국을 두고 떠들썩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죽음이 후세인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있어도 부시를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다. 걸프전은 적어도 외교,전술,심리전의 3가지 측면에서 월남전과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첫째 미국은 심리전에서 월남전보다 유리하다. 미국은 월남전에서는 심리전에서부터 패배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분석이 많다. 미국 언론들은 비참한 포로의 모습,전선에서 죽어가는 젊은 병사들,시신으로 돌아오는 청년들의 모습을 떠들썩하게 연속 보도했고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반전무드가 움트기 시작했었다.

그런데 미 국방부는 이번 전쟁을 시작하면서 전선병사들의 죽음현장을 절대로 보도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기자들이 전사현장을 취재하도록 허용되지 않는다.

슈와르츠코프 사우디 주둔 미군 사령관은 기자회견에서 인명문제가 제기되기만 하면 『우리는 족집게 폭탄(정밀조정폭탄)으로 군사목표물만 폭격하고 있으며 어떤 경우에도 민간희생을 야기할 만한 일은 하지 않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전쟁이란 피아간에 불행한 일이 일어나게 마련』이라는 말로 질문의 초점을 회피하고 있다.

30일 아침 11명의 해병 첫 전사자를 발표하면서도 일반 전략사항의 발표를 먼저 한 후 이를 중간에 끼워넣었으며 『이 전쟁은 시신을 세는 전쟁이 아니다. 시신을 세는 전쟁은 월남전에서나 있었던 일』이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전사자문제가 월남전처럼 떠들썩하지 않은 다른 한 이유는 현재 미군은 징집제도에 의한 것이 아닌 모병체제로 구성돼 있다는 데 있다.

미군의 군대조직은 3단계로 나눠진다. 정규군,예비군,방위군이다.

정규군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거나 사병으로 정식입대해 현역에 복무하게 된 군인들이고,예비군은 현역에서 제대했거나 일정한 시험을 거쳐 예비역에 편입된 사람으로 평시에 주 1·2회의 소집훈련을 받으면서 각 계급에 준하는 봉급을 받는 군인신분이다.

주방위군은 주지사가 관장하는 주자치군이다.

예비군은 일단 유사시에 대통령이 현역으로 소집할 수 있으며 주방위군 역시 주지사의 권한으로 현역에 복무시킬 수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예비군(주방위군 포함) 소집자수가 20만을 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미국인들은 자원하여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이 전쟁에 파견돼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정부측은 기회있을 때마다 『이 전쟁은 시체를 세는 전쟁이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지원군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월남전이나 한국전 때와는 달리 법에 의해 강제로 징집된 군대가 아니라는 뜻이 깊이 함축돼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전쟁은 자발적 의사에 의한 고귀한 참여인 동시에 직업정신에 따라 희생도 어느 정도는 각오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가 강조되고 있는 셈이다.

둘째는 외교전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다. 월남전에서 호지명이나,한국전에서 김일성은 전세가 불리할 때 휴전을 제의하곤 했었다.

모택동이 장개석군에 밀릴 때 국공합작에 응한 것과 같은 수법이었다. 회담이 지리멸렬하게 진행되는 동안 공산측은 전열을 가다듬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 휴전회담을 깨버리곤 했다.

후세인은 반대로 미 소 등이 휴전회담을 제의하는데도 『이라크의 승리에 1백만분의1의 의심도 없다』면서 결사항전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월남전 때와는 달리 소련·중국 등의 지원체제를 외교협력을 통해 봉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소련으로부터는 그들이 전쟁 전에 이라크에 공급한 무기체제,전술개념 등의 내용도 제공받으면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셋째 전술·전략면에서 미국은 여유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월남전 전술은 「수색해서 파괴하는 것」(Search and Destroy)이었다.

미군들은 이를 위해 정글을 파고들고,호지명 루트에 잠복하면서 살상전을 벌였다.

따라서 희생자가 많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파월 합참의장이 밝힌 대로 「끊고 죽이는」(Cut and Kill)작전이다.

이라크군 병사들에 이르는 보급로를 모조리 끊은 다음 이를 몰아서 죽인다는 것이다. 죽인다는 것은 반드시 살상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다.

보급선이 끊기면 얼마 안가 식량,물,탄약이 떨어지게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부대가 자연 붕괴될 수밖에 없으며 자연붕괴는 부대에 애써 폭탄을 퍼붓거나 육탄공격을 가해 이들의 생명을 꺾어버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슈와르츠코프 사령관은 11명의 해병이 첫 전사한 다음날 기자회견에 나와 『이제 지상전을 개시할 때인가』라고 묻는 질문에 『천만에 말씀이다. 우리는 이라크군의 보급로를 더 조일 것』이라고 말했었다.

독수리가 하늘에 높이 떠서 지상의 먹이를 찾듯 인공위성,조기경보기(AWACS) 등을 통해 이라크 전역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내려다 보고 있으면서 이미 방공강이 다 깨진 이라크에 대해 보급망 폭격을 계속하고 있는 미군은 전쟁의 승리를 바로 눈앞에 두고 있는 승자의 입장에 있는 것 같다.

전자전술의 일방적 우위를 확보한 데다가 우방의 전비 지원,그리고 첫 전사자가 돌아오는 날의 미국 여론이 월남전 때와는 완연히 다른 승리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워싱턴=정일화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