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급팽창속 「안정론」 “빈말”/추경 3조 시사 통화량 목표 유지어려워/바람잡이식 대응탈피 결연의지 보여야새해 들어 물가가 치솟고 내수위축이 뚜렷해지는 등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저성장) 징후가 비치기 시작하자 경제계 일각에선 경제팀이 「성장」중시정책기조를 재고해야 할 때가 왔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물가행정도 지금까지처럼 바람잡이식 심리전을 탈피,결연한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승윤 부총리는 취임 소감에서 「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되 두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없을 경우 「성장」 쪽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라는 정책과제를 지난 3월 이후 한번도 흔들림 없이 추진중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이같은 「성장」중시태도는 1월중 2.1% 물가폭등이 발표돼 온나라가 발칵 뒤집힌 가운데 열린 2일 물가관련 긴급장관회의가 내놓은 대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통화량의 전체규모를 지나치게 통제할 경우 기술개발이나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에 신축적인 통화운용은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또 예산구조의 경직성과 함께 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가 시급,재정긴축에도 명백히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총수요관리가 어렵다는 전제하에 2일 대책회의는 ▲예산 1천5백억원 절감과 3천억원 집행연기 ▲3월중 총통화증가율을 17∼19%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언뜻 정부가 긴축 쪽으로 선회하는 모습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걸프전 추가분담금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재정소요 때문에 빠르면 5월말께 3조원 안팎의 추경예산편성방침을 이미 시사한 바 있다.
통화운용의 경우 지난해 연간 관리목표가 15∼19%였지만 결과는 21.3%로 낙착됐다.
올 목표인 12월 평잔기준 17∼19%도 지난 87년 이후 4년째 12월이 월간 공급규모가 가장 큰 달이었으므로 사실상 통화팽창을 함축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 긴급물가장관회의 때 제시된 총수요관리부문 대책은 심하게 말해 「눈가리고 아웅」에 그칠지 모른다.
지난해 8월초 걸프사태가 터지자 미·일·독 등 주요선진국들은 인플레를 예방키 위해 주요 정책을 긴축기조로 전환했다. 유독 우리나라만은 30%에 가까운 재정확대와 함께 제조업자금경색방지 명분하에 대규모 통화팽창을 용인했다.
다행스럽게도 걸프전 발발 이후 국제원유가격은 하향안정세를 지속중이다.
서둘러 안정기조로 돌아선 주요선진국들이 다소 머쓱해진 상황이 됐다. 그러나 세계 유수의 경제예측기관을 일거에 조롱해버린 국제원유시세는 걸프전 진행중 또다시 어떤 변덕을 부릴지 아무도 모른다.
그때가 닥쳐서야 경제운용기조를 허겁지겁 바꿔봤자 정책시차에 따른 혼란으로 우리 경제에 깊은 생채기를 남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정책기조 전환과 함께 당면한 또 하나의 과제는 물가관리행정태세의 정비로 모아진다.
정부는 국세청 검찰 경찰에다 지방자치단체공무원들까지 동원,행정력으로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해놓고 있다.
그나마 이런 행정대응이 실효를 얻으려면 장관에서부터 일선직원까지 공무원들의 결연한 자세가 필수적임은 두말 할 필요조차 없다.
지난 연초 기습담합 인상된 목욕·숙박요금의 경우 당국이 조금만 신경을 기울였던들 충분히 파문을 줄일 수 있었다. 공정거래위 고발내용에 따르면 목욕·숙박업협회는 지난해 12월7·8일 담합인상을 결의,전국업소에 인상내역을 발송했다.
연초 가격조정이 불가피할 거라는 너무도 당연한 예측조차 못한 채 주무부처와 관계자들은 연말 23∼24일간을 허송세월한 결과인 것이다. 행정대응이 현실적인 최선책이라면 적어도 이 사태를 놓고 누군가에 명확한 책임을 물어야만 향후 이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위축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에게 물가 범죄 무질서와의 전쟁에다 부동산투기 단속역할까지 떠맡기는 것은 너무 과중한 부담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어쨌든 올해 물가여건은 어느 요인을 봐도 산너머 산이다. 걸프전쟁이 그렇고 지자제선거 후유증,노사간 임금협상 격화조짐,농산물 수입확대에 대한 농민반발,넘쳐나는 재정소요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될 과제가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네가 올리니 나도 올리고 네 몫뿐 아니라 내 몫도 찾으려는 모든 경제행위가 누적된 결과가 바로 폭발적인 물가오름세로 나타났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1월중 사상최대의 무역수지적자가 기록됐고 내수시장은 급격히 위축되는 등 우리 경제의 앞길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자체 검약 생산성 향상 정책신뢰회복에 모든 경제주체가 노력하며 합심하는 외에는 이 고비를 이겨낼 묘안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유석기 기자>유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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