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 개시 후 조직폭력에 대한 수사가 차츰 제가닥을 잡아가는 것 같다. 최근 조직폭력의 중간보스급들이 잇달아 잡히거나 자수해온 데 이어 지금껏 무성한 풍문 속에서도 수사의 손이 미치지 못했던 조직폭력배후의 큰손마저 구속되기에 이르러 검찰수사도 진일보한 느낌이다. 검찰은 모처럼 거둔 월척낚기 성과의 여세를 몰아 조직폭력과 그 배후수사를 차제에 확대,뿌리를 철저히 뽑아주기를 당부한다.지난 30일 검찰에 살인교사혐의로 구속된 최봉호씨는 연예알선과 유흥업소 경영으로 1천억원대의 재산을 모았다는 그늘 속의 진짜 큰손으로 알려지고 있다. 「밤업소의 황제」 「프로덕션의 대부」로 통하는 그는 자신의 사업을 위해 조직폭력을 키우고 뒷돈을 대와 폭력계의 3대 자금원의 하나로 일찍부터 꼽혀왔다고 한다.
검찰의 이번 수사로 드러난 그의 구체적 혐의사실은 폭력과 배후세력간의 검은 유착관계를 생생히 보여준다.
자신을 협박한 폭력조직두목 제거를 위해 또 다른 폭력조직을 동원,4억원이란 큰 돈을 주고 살인극을 교사했고 돈을 받아 잔인한 살육극을 지휘한 폭력두목이 자수하자 입막음을 위해 또 2억원을 약속,1억원을 재빨리 건네줬다는 것이다.
도피중인 하수인들에게마저 매달 4백만원씩의 은신자금을 뿌려왔다니 이것은 마치 본바닥 마피아의 수법을 연상케 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어느새 우리 사회의 저변이 이 지경으로 검게 물들었고,밤업소가 그렇게 눈먼 떼돈을 벌 수 있었고,잦은 단속에도 조직폭력이 왜 근절되지 못했는지를 짐작키도 어렵지가 않다. 그처럼 돈을 뿌려댔으니 그 동안 폭력조직은 단비를 만난 듯 자라왔고 배후수사도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검찰수사가 제가닥을 잡았다고 평가되는 것은 그런 근원적인 곪집과 배후에 드디어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점 때문이다. 최씨의 구속 이후 은신하고 있던 주먹들이 잇달아 자수의사를 밝히고 있는 사실로도 이미 그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고 하겠다.
범죄전쟁의 지속과 함께 조직폭력에 대한 법원·검찰의 과감한 중형부과는 이번 최씨의 구속과정에서 보듯 조직폭력과 그 배후세력간에 드디어 내부분열을 일으키는 상태가 발생하고 있음도 아울러 밝혀졌다. 그 동안 소위 그들 나름의 의리를 조직유지의 기본으로 고수해왔던 주먹들이 가열화되는 범죄전쟁에 몰린 끝에 엄청난 돈공세 입막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배후를 폭로해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조직범죄도 이제는 설 땅을 차츰 잃게 될 조짐이다.
이럴 때야말로 조직폭력과 그 배후근절의 결정적 호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차제에 수사당국은 이번 구속된 배후에 대한 여죄추궁 및 가차없는 법적용과 함께 아직도 남아 있는 또 다른 배후들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해 조직폭력을 뿌리뽑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잠적해 있는 주먹들도 이제는 더 이상 설명이 없어졌음을 자각,자수로 새 삶을 찾을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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