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자정 약속 어디갔다(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자정 약속 어디갔다(사설)

입력
1991.02.02 00:00
0 0

13대국회의 의원들이 도덕성과 책임감,국가관 등에서 공인으로서 함량미달이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최근 국민을 분노케 했던 뇌물외유사건을 계기로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행태만 봐도 해도 너무한다는 느낌을 준다. 한때 요란했던 자성·자정의 소리도 벌써 잊은 채 관련의원에 대한 자체징계를 외면하고 의원윤리실천규범 제정도 미뤘으며 더욱이 재산등록의무마저 소홀히 하고 있지 않은가.우선 뇌물외유사건 관련의원들에 대해 소속정당이 자체징계를 미루고 있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다.

사건 초기에 검찰이 법집행에 있어 형평의 원칙을 내세워 3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청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언했다가 정치권의 반발에 눌려 국회 폐회 후로 슬그머니 후퇴,스스로 형평의 원칙을 무너뜨린 것도 큰 잘못이지만 여야가 지금까지 단 한차례의 당기위원회도 소집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공당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민자·평민 양당이 사과성명을 내고 또 재발방지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약속으로 모든 것이 얼버무려질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다음으로 뇌물외유사건과 관련,자정노력의 일환으로 벌여온 소위 의원윤리강령 제정에 대한 여야의 태도 역시 어처구니가 없다. 여야는 이번 국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번 국회에서는 선언적 의미의 윤리강령만 채택하고 구체적인 징계방법을 담은 윤리규범은 다음 기회에 마련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물론 우리는 이번 사건과 같은 엄청난 비리가 발생했다고 졸속으로 윤리강령과 시행 규범을 제정하는 것은 반대한다.

그러나 국민을 또 한차례 실망케 하는 것은 여야의 무책임한 자세다. 제대로 준수하지도 않을 윤리강령을 서둘러 채택하는 것으로 외유사건을 덮고 또 자정노력을 다한 것처럼 상계하겠다는 얄팍한 태도를 발견한 것이다.

한편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3급 이상의 공무원과 5급 이상의 세무공무원 전원은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매년 1월중엔 변동내용을 신고케 되어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 2백99명 중 45.5%인 1백36명만이 변동신고를 하고 그나마 신고자 중 70%가 「변동없다」고 기재했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소위 입법권자인 국회의원들이,그것도 공직자의 도덕성을 강화·확립시킨다며 큰소리치고 만든 윤리법을 얼마나 짓밟고 또 준수하지 않는가를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윤리법에 의하면 공직자 본인과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등은 동·부동산 유가증권 채권 채무 등을 모두 등록하게 되어 있다. 경제당국에 따르면 작년중 전국적으로 토지와 가옥 등 부동산가격이 30∼40%씩 상승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들 중 무주택자나 단 1만원의 은행예금이 없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모두가 의당 증가된 재산상황을 수정신고했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반이상이 등록의무를 저버리고 또 그나마 등록자 대다수가 「무변동」이라고 한 것은 위법행위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동법 8조의 경우 기관장(국회의장)은 등록내용의 사실여부를 심사할 의무가 있고 재산은닉과 허위신고가 확인될 경우에는 법무장관에게 의법조사를 의뢰케 되어 있다. 앞으로 국회의장이 이같은 의원들의 불성실한 허위신고내용을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제라도 정치권이 진정으로 자성·자정할 뜻이 있다면 뇌물외유 의원들에 대해 조속한 자체징계를 단행하고 의원윤리강령과 규범 제정에 대한 계획표를 국민에게 공약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재산등록의 경우 모든 의원이 양심적 자세로 재산상황을 소상히 신고함은 물론 하루빨리 법을 개정,등록상황을 공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