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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입시비리/이대로 둘수없다:10·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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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입시비리/이대로 둘수없다:10·끝

입력
1991.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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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인 도덕성회복 급선무/“주관개입 배제 묘책없어”/「영재학교」 설립도 한 방법/교수레슨·실기반영률등 제도개선 병행도예체능계 입시부조리 파문을 지켜보는 대부분의 예체능인들은 충격과 당혹 속에서도 『우려하던 일이 터진 것』이라는 자조와 자괴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회도덕의 실종과 예체능계의 구조적 부패,극에 치달은 「한국입시병」의 현주소를 한꺼번에 보여준 이번 사건에 대해 수험생들은 물론 대부분의 예체능인들은 자정의 계기로 삼아 예체능계가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현행 입시제도의 개선에 대해 예체능계에서는 대학별 선발제도로의 환원이나 공동심사제 도입과 같은 대폭적 개선안부터 담합소지를 줄이기 위해 심사위원수를 늘리거나 시간강사를 심사위원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보완적 성격의 방안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예체능인들은 창의성이 무엇보다 중시돼야 할 예체능 분야에 입시공동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80년 도입된 공동관리제도는 당시 고질적인 예체능계 입시부정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마련된 것이기는 하지만 예체능 분야가 획일화하고 학벌 위주로 흐르고 있으며 대학 스스로의 선발권이 없어지는 등 예능교육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을 조장해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대 음대 김정길 교수(57)는 교육부가 예체능계 입시개선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각 대학의 사정과 음악계 인적 자원에 대한 구체적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몇 대학은 자율관리능력이 있지만 대학에 따라서는 전혀 불가능한 곳도 많은 만큼 자율관리는 공동관리제든 획일적 적용을 피하고 각 대학의 사정에 맞는 제도를 마련,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익대 미대학장 하종현 교수(56)도 각기 나름대로 특성을 지닌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 분야를 교육부가 일괄관리하는 공동관리제의 맹점을 비판하고 『자율관리능력이 있는 대학부터 점차적으로 자율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시제도 개선방안에 이견을 가진 음악인들도 장기적으로는 이론과 실기를 이분화해 차제에 음악선진국처럼 전문실기양성원인 음악원(컨서버토리)제도의 도입을 고려해 볼만하다는 제안에는 찬성하고 있다.

서울대 음대 이강숙 교수(53)는 이론과 실기를 명확히 구분,이론부문에는 음악이론교수법 창작 등을 위주로,실기부문에는 기술연주를 위주로 교과편성 등을 차별구성,학생을 선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하버드나 예일 등 명문대학들이 대개 음악창작이론 등에 치중하고 줄리어드나 커티스음악학교 등은 연주자 위주의 음악인을 배출하는 미국의 예를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홍연택씨는 최근 무크지 「문화가족」 2호에 「현행 예체능교육의 문제점과 한국형 컨서버토리의 가능성」이라는 글을 실어 관심을 모았다.

홍씨는 이 글에서 음악교육의 정상화를 가로막아온 두 가지 장애물이 전문예술인 양성과 무관한 대학커리큘럼,현행 입시제도라고 지적하고 음악원제도의 도입을 역설했다.

3단계의 「한국형 음악원」 설립방안을 제시한 홍씨는 기초준비단계로 4∼10세 아동을 선발,예술학교 출범에 앞서 영재교육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법령·시설정비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예체능계 입시부정의 근절을 위해 교수들의 개인레슨에 대한 단속과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국가공무원법 61조에는 「공무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한다」고 규정,전임강사 이상 교수들의 개인레슨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강사들이 강의는 뒷전으로 미룬 채 입시생 상대 레슨을 주업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레슨이 일종의 도제제도로서 우수한 학생을 제자로 삼으려는 장인정신을 제대로 살리기만 한다면 레슨행위 자체를 문제시해서는 안 된다는 일부의 주장도 있다.

경북대 음대 정욱희 교수(36·여)는 『교수들의 레슨비가 외국보다 턱없이 비싼 것은 현행법상 교수들의 개인레슨이 금지된 데서 기인한다』며 『개인레슨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입시에서 입시총점의 30∼50%로 비중이 너무 큰 실기고사 배점을 대폭 줄이자는 의견도 많다.

특히 입시총점의 40%인 미술의 경우 실기점수반영률이 지나치게 높고 실기대상도 석고데생과 구성을 중요시해 수험생들이 사설학원을 통해 이 부분만 집중적으로 반복,창의력과 개성은 제쳐놓고 점수따기 요령만 습득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술계 교수들은 실기고사반영률을 대폭 낮추는 대신 미술과 관련한 적성검사와 창의력테스트·미술감상테스트 등을 도입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체육특기자제도 악용을 우려하는 체육계 관계자들은 가장 문제되는 4강제 개선을 위해 한 팀이 전국대회 3회만 출전하면 되도록 한 규정을 3회 이상 우선출전으로 개정,승부담합을 방지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입시제도가 마련된다 하더라도 심사과정에서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예체능계의 성격상 예체능인들의 도덕과 양식이 전제되지 않는 한 입시부조리 근절은 불가능하다.

또 예체능계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고 부유층 가정마다 자식들을 예술가로 키우려는 자기과시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예체능계 입시부조리는 필연적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서울대 미대 신광석 교수(46)는 『우리나라처럼 음악·미술인구가 기형적으로 많은 나라는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모든 예체능인들의 도덕과 양심회복만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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