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모은 강사들 「음악재벌」 행세/호화주택·골프에 외제차/땅매입등 투기에도 “귀신”/「좋은 집안·높은 수입」 알려져 “1등 신랑감”예능계 교수·강사들 중에는 「음악재벌」도 있다. 레슨으로 돈을 받거나 골동품을 챙기고 입시부정의 대가로 부동산을 사두는 사람들에게는 대학의 직위가 치부를 위한 간판일 뿐이다.
서울대 음대 입시부정사건을 수사한 서울지검 특수부의 검사들과 수사관들 사이에서도 요즘 「음악재벌」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돈푼깨나 있다는 각종 경제사범들을 수없이 다뤄본 경험이 있는 이들도 음대 교수·강사들의 초호화판 생활에는 입이 딱 벌어졌다는 것이다.
구속된 서울시립대 음악과 조교수 채일희씨(38)의 경우만 해도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43평짜리 아파트와 지하철 2호선 강남역 부근의 「금싸라기」 오피스텔,반포동의 30평형 점포 등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채씨는 방배동 S아파트를 전세주고 광화문의 36평 아파트 두 채에 각각 1억5천여 만 원에 전세를 들어 72평으로 터놓고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씨와 함께 구속된 경희대 음대 강사 이정건씨(45)도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최고급 빌라에 살면서 60평짜리 아파트를 두 채나 더 갖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보통 월급장이와 별 차이가 없는 서울시향 바순주자인 이씨가 어떻게 집을 세 채나 장만했는지 의아해 했던 주위사람들의 궁금증은 이번 사건으로 모두 풀린 셈이다.
심지어 구속된 상명여대 강사 문명자씨(46·여)의 돈심부름을 해줬던 모 대학 시간강사 박 모씨(40·여)는 푸조승용차를 몰고 다니고 역시 음대 강사인 남편은 BMW승용차를 타고 다녀 동료들로부터 『너무 티를 내면 좋지 않다』는 충고까지 들어왔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박씨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끼고 있는 다이아반지 등을 보여주며 『이게 얼마짜린 줄 아니. 2억짜리야』하고 자랑을 일삼기도 했다. 서울지검 동부지청에 구속된 건국대 음악교육과 안용기 교수(60)는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데 미국에 상당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교수가 올해 입시에서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돈은 31일까지 드러난 것만 5천5백만원에 이르고 있다. 「음악재벌」은 해마다 입시가 끝나는 1∼3월이면 집을 옮기거나 땅을 사들이는 등 부동산 소유에 변화가 생긴다.
서울지검 특수부의 한 검사는 『가옥대장과 주민등록등본을 떼어본 결과 이들의 이사 시기가 1∼3월에 집중돼 있음을 알게됐다』며 『그런 사람들이 베토벤과 모차르트를 들먹였을 것을 생각하면 구역질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또 타인명의로 부동산을 많이 사두었기 때문에 정확한 재산규모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벌이가 좋은 예체능계 교수·강사들은 대학에 골프문화를 퍼뜨린 주역들이며 갖가지 명목으로 해외여행도 자주해 구설수에 오르곤 한다.
방학 때는 물론 학기중에도 수시로 외국에 드나들기 때문에 많은 입시부정관련자들이 외국체류중이어서 검찰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는 형편이다.
S대 인문대 김 모 교수(52)는 『교수들끼리 회식이라도 하면 늘 음·미대 교수들이 돈을 낸다』며 『그들은 공공연히 「세금 한푼 안내는 알짜배기 장사를 한다」고 떠들어댄다』고 한심스러워 했다.
미대도 시간강사만 되면 돈방석에 올라앉기는 마찬가지. 대학강사라는 간판을 이용해 화실을 차린 뒤 입시생 30명만 받아도 1인당 50만원씩 매달 1천5백만원이 떨어진다는 계산이다.
모 대학 미대 전임강사 K씨(30·여)는 『돈 잘 버는 사람들은 대개 재개발아파트 딱지나 오피스텔 사두기에 열중한다』며 『부동산과 증권에도 귀신들』이라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박 모씨(40)는 『안산 등 서울 근교와 서해안 지역의 부동산투기꾼들 중에는 예체능계 교수들이 상당수』라며 『특히 서울지역 대학의 지방캠퍼스 교수들이 심하다』고 취재팀에 전화를 걸어와 알려주기도 했다.
부자들이 많이 모여 산다는 강남구 압구정동 H아파트에는 「통큰」 음대 교수의 일화가 퍼져 부자들끼리도 위화감을 조성할 정도다.
밤낮없이 몰려드는 학생들의 연주소리에 시달리던 주민들이 반상회 때 교수에게 자제를 요청하자 그 교수는 『이까짓 아파트 안살면 될 것 아니냐』며 다른 곳에 호화주택을 지어 이사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사기념으로 외제차를 구입하고 대학생인 두 아들에겐 쏘나타 승용차를 한 대씩 사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체능계 교수들 중엔 골돌품 수집에 맛을 들여 레슨비를 골동품으로 받는 사람들도 많다.
모 음대 조교인 최 모씨(29)는 『자금추적도 피할 수 있고 재산증식도 되는 일석이조 수법』이라며 『소장품이 박물관을 차려도 될 만한 사람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미술인들의 잦은 귀국 연주·전시회도 속셈은 따로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유명대학 학위,유명콩쿠르 입상경력 등을 내세워 잠시 레슨을 하고 돌아가면 1년치 생활비를 거뜬히 챙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환전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레슨비를 달러로 받기까지 한다.
본래 재력있는 집안출신으로 수입까지 좋아 예체능계 강사가 검사 의사를 제치고 「1등 신랑감」으로 올라선 지도 오래다.
유명한 「마담뚜」 이 모씨(53·여)는 『예체능계 강사 한 명만 잡으면 톡톡히 소개비를 뽑을 수 있다』며 『이들의 결혼식은 웬만한 재벌집 혼사를 뺨칠 정도』라고 밝혔다.
예·체능계 교수·강사자리가 갈퀴로 돈을 긁어 담는 자리나 마찬가지이므로 대학에 자리를 얻기 위해 피나는 경쟁과 돈 싸움이 벌어지는 것도 당연하다는 것이 이 분야에 정통한 사람들의 얘기이다.<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