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질타 앞서 새 출발 여건 지원을요새는 대학교수라고 말하고 다니기조차 민망하다. 올해 몇 대학의 음대입시에는 있어서 안될 부정한 방법으로 일부 학생들이 합격되었다고 한다. 참으로 난감하고 면목없는 일이다. 한 사람도 아니고 여러 학생들이,그리고 여러 대학들에서 교수·학생·학부모의 공동모의로 실력 있는 수험생들을 제치고 합격했다고 한다. 이 문제는 앞으로 사직당국의 수사 결과 밝혀지겠지만 심히 불행한 일이다. 사회 일반의 여론이 극히 매서우며,언론에서도 「대학마저 이러는가」고 질책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럴 때일수록 「앞으로가 문제」라는 생각이다. 대학이 왜 이러한 지경에 이르렀는가,어떻게 하면 이 난경을 극복할 수 있는가,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미래의 시대를 위하여 한국의 대학은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일이,모든 한탄과 질타와 자포자기보다 급선무다. 냉철한 자기성찰과 반성이 모두에게 요청된다. 결코 값싼 동정론으로 대학을 변호하거나 관련자들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심판을 받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 시대의 대학이 그 시대 수준과 상황과 무관하게 존재할 수 있는가. 흔히 대학만은 절대로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대학에 대한 높은 기대의 표시다. 하지만 어떻게 대학만 다를 수 있는가. 대학이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겠지만,사회도 대학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사람마다 자신을 높여 생각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것은 힘이 원천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면 많은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선진국 국민 만큼 높은 수준에 있다고 저마다 생각하는 듯하다.
자기는 높은 수준인데,유독 정치가들만 수준이 낮아서 나라일이 잘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정치가와 공직자들의 하는 일이 하나같이 불만스럽고 한심하다는 것이다. 이리하여 오늘날 많은 한국인은 나라 일에 대하여 불행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그 책임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가·공직자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감히 이것을 「착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의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 대열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며,우리 각자들도 마음의 자세에서나 책임의 이행에 있어서 선진국 국민들에 크개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자기는 높은 수준이고 책임을 제대로 다하는데,남들이 수준이 낮고 제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이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국회의원,대학교수,학부모,정치가,공직자들의 낮은 수준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과 분발을 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생각을 고쳐야 하고,자세를 바르게 세우고 힘차게 나아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다시 대학입시로 돌아가서 얘기를 계속하자. 요새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는 이 문제는 확실히 밝혀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릇된 과거를 다스려 고쳐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있게 된 원인을 찾아 반복되지 않도록 앞으로를 준비하는 일에 더 큰 역점이 두어져야 할 것이다.
대학인으로서는 지금이 숨죽이고 있지 않을 수 없는 때이지만,내일을 위하여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인이 대학인답게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 일을 대학당국과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교수의 책임은 무한대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학자로서 최선의 연구를 하여 가능한 최고의 학문수준을 이룩하는 것이 학자의 명예다. 여기에는 끝이 없다. 한 나라의 미래는 학자 개개인이 이룩하는 연구의 수준과 학문의 수준에 달렸다. 그리고 한 시대의 젊은이들을 미래의 세계를 위하여 책임질 수 있는 진취적인 대학인으로 기르는 것이 대학교수의 책임이다. 이 점에서도 우리의 책임은 무한대다.
그런데 미래에 대한 희망은 거창하게 세우면서,대학을 완전히 방치하다시피 돌보지 않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미래에 대한 준비가 없다. 대학에 대하여는 의미있는 지원이라고 할 만한 것은 거의 없고 책임과 통제만 가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의 서울대를 비롯한 몇 대학의 예·체능계 입시사건만 하더라도 정작 학생들을 입학시켜 교육해야 할 해당 대학의 교수들은 그들의 선발에 전혀 참여할 수 없고 「손님」이 그들의 실력을 평가해 주면 대학은 그것을 1백% 기초로 하여 입학시킨다. 여기에 이미 문제의 소지가 내재한다. 권리를 주고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
예전에 많은 부조리가 있어서 현재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고는 하지만,이제는 역시 각 대학이 예·체능계 시험도 직접 관리하여 평가하도록 할 때다. 국부적인 우려점이 있다고 일전체를 국외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그러면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대학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얼마나 큰가는 이번 일로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잘못을 계기로 새 출발의 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대학은 뼈를 깎는 자기반성으로써만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인 모두의 자성이 요청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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