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급등 서비스요금이 주도/공공료·선거·임금협상 압박요인 줄이어/국제가 안정 유가 내려 불안심리 떨쳐야마침내 두자리 수 고물가시대가 다시 돌아왔다.
지난 1월중 국내 소비자물가가 2.1% 상승함으로써 지난해 1월 이후 1년간 물가상승폭은 10.6%로 82년 4월 10.1%를 기점으로 한자리 수 시대에 접어들었던 국내물가는 9년 만에 다시 두자리 수로 돌아왔다.
새해 들어 걸프전쟁의 영향 등으로 경기침체의 조짐이 뚜렷해지고 수출전선에도 먹구름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물가마저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폭등,고물가 저성장의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물가오름세는 1월 한 달간의 상승폭만 따져도 심상치 않다. 월중 2% 이상 급등세를 보인 것은 지난 81년 6월 2.8% 이후 9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81년 한 해 동안 소비자물가는 13.8%(전년말 대비)나 올랐지만 그해 1월엔 1.6% 상승에 그쳤던 것만 봐도 올해 연초의 물가동향이 예사롭지 못함을 알 수 있다.
1월의 초고속 오름세는 지난 연말 휘발유·등유와 지하철·국내선 항공료 등 공공요금 인상 이후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것이다. 물가지수 조사가 매월 5·15·25일 3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관행을 이용,부분적인 유가인상과 지하철요금 인상결과가 지난 연말 물가지수에 잡혀야 할 것을 올해로 떠넘긴 셈이었다.
당시만 해도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걸프사태 등 심리적 불안요인을 감안,이같은 변칙적 지수관리가 용인된 측면이 있었음을 부인키 어렵다.
그런데 사태는 엉뚱한 곳에서 꼬여버렸다. 이제 와선 당국의 예방적 행정지도 미흡 때문으로 거의 결론지어졌지만 전국에 걸쳐 목욕·숙박요금이 기습 담합인상됐다
공공요금과 개인서비스료 등 두 가지 압박요인이 겹치면서 지난해 12월26일부터 올 1월5일까지 불과 11일간 소비자물가는 무려 1.3%나 뛰었다. 지난 86년의 연간 상승폭이 1.4%였던 사실을 생각하면 새해 벽두부터 물가는 사실상 광란 양상을 나타냈다는 표현도 무리가 아닐 정도다.
더욱이 지난해 연말 농민들은 밭에서 그냥 썩여야 할 지경으로 무·배추값이 폭락,결과적으로 당국의 물가지수관리에 큰 보탬을 줬던 농수축산물이 새해 들어 정상가격을 회복하면서 곧장 압박요인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1월중 소비자물가 상승요인을 부문별로 따져보면 이같은 사정은 명확하다.
전체 상승률 2.1%에 기여한 몫은 ▲농산물 0.48%,축산물 0.23%,수산물 0.23% 등 농수축산물이 합계 0.93% ▲공산품 0.23% ▲공공요금 0.16% ▲개인서비스료 0.67% ▲집세 0.08% 등으로 나타났다. 외견상 농수축산물이 전체의 절반 가까운 몫을 차지,물가상승의 주범인 양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농산물가격이 작황과 출하에 따라 계절적 영향이 커 가격진폭이 심하고 특히 지난 연말 상대적인 안정세를 보인 점 등을 고려할 경우 해석이 크게 달라진다.
1년 전과 대비한 부문별 상승률을 보면 사정은 좀 더 명료해진다. 지난해 1월과 비교,가장 급격한 오름세를 보인 부문은 개인서비스료가 22.0%로 단연 압도적이고 집세(14.7%) 농수축산물(13.5%) 석유류(11.8%) 공공요금(6.7%) 공산품(5.8%)순이다. 개인서비스료 공공요금 등은 이제까지 한 번 오른 가격이 인하되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을 고려할 때 농수축산물이 1차적인 물가불안요인이라는 지적은 핵심을 찌른 것이라 보기 어렵다.
정부는 이같은 물가폭등세에 대해 『구조적 현상이 아니고 일시적 현상』이라며 물가불안심리를 진정시키느라 안간힘이다. 1월의 순기별 추이가 상순 1.3% 중순 0.8% 하순 0.4%로 안정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또 공정거래법까지 동원한 행정지도 덕분에 개인서비스요금도 상순에 평균 5.2% 오른 데서 하순 들어 0.5%로 크게 진정됐다는 것. 따라서 2월 이후 물가는 상당히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물가불안요인은 곳곳에 잠복중이다. 정부는 이미 설날 전후 버스요금 연안선박료 등 일부 공공요금을 인상허용할 방침임을 밝혔다.
각종 버스요금을 20% 안팎 인상할 경우 그에 따른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부담만도 대략 0.6% 내외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지자제선거 걸프전쟁 임금협상 등 한치 앞을 예측키 어려운 불안요인이 줄을 잇고 있다. 또 재정·통화 등 주요정책 변수도 경기침체국면을 맞아 물가안정에 도움되는 쪽으로 운용키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전문가 일각에선 『걸프전쟁 이후 예상 밖으로 국제원유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전쟁 양상의 윤곽이 드러날 경우 곧바로 국내유가 인하를 시도,물가불안심리를 상쇄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유석기 기자>유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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