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용의 기수」인 라몬·막사이사이 대통령이 필리핀 국민들의 인기를 모은 것은 1953년 5월19일 「수회 및 부정행위방지법」을 시행한 뒤부터였다. 이 법에 의해 대통령에서부터 말단 고용직에 이르기까지 3부의 모든 공무원은 자신의 재산을 깡그리 등록하고 매년 증감도 추가신고케 한 것. ◆만일 어길 경우 최고 10년 징역에 부정축재한 재산을 몰수하고 공직에서 추방했다. 막사이사이는 이 법에 의해 국회의원을 포함,수천 명의 비리공직자들을 가차없이 처벌했다. 그러나 그가 죽고난 뒤 이 법은 지금까지 한낱 장식품으로 남아 있다. 이에 비해 싱가포르와 자유중국은 성공한 나라로 꼽힌다. 싱가포르는 60년 공직자 부정방지법을,자유중국은 65년 탐오치죄조례를 제정,3부의 모든 공직자를 대상으로 직권남용,이권개입,뇌물수회 등의 비리를 저지를 때에는 최고 권력자의 친·인척이라도 엄벌해오고 있다. ◆64년 6월8일 당시 박정희 정권은 「국무총리 특별지시」를 통해 느닷없이 공직자재산등록요강을 발표해 국민을 어리둥절케 했다. 3급 이상 공무원과 국영기업체의 과장급 이상 임직원은 본인과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모든 재산을 등록토록 한 것이다. 그러나 4∼5년이 지난 후 재산등록제는 국민을 우롱한 행위였음이 드러났다. 등록지시가 지켜지지도 않았고 단 한 건의 증감신고도 없었던 것이다. ◆5공 들어 전두환 정권은 「정의사회구현」과 「부조리척결」 등을 외치며 또 한 번 국민을 기만했다. 스스로 5공의 역작 중의 하나라고 내세웠던 공직자윤리법을 보자. 재산등록의 경우 처음엔 3부의 모든 공직자를 대상으로 삼겠다고 했다가 3급 이상의 일반직과 5급 이상의 세무공무원으로 축소했고 그나마 장·차관과 국회의원 등은 비공개로 묶어 유명무실화되고 말았다. ◆의원뇌물 외유사건에 대한 자성으로 여야가 의원윤리강령 제정과 국회윤리위 구성에 관한 협상에 착수했다. 아무려나 대국민체면용으로 졸속제정한 후 지키지 않고 사문화시킬 것이라면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 낫다. 제정 후엔 모든 의원이 국민 앞에 엄수서약식을 갖고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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