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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와 중동 주도권 「상호묵계」가능성/소 걸프중재안 내용과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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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와 중동 주도권 「상호묵계」가능성/소 걸프중재안 내용과 속셈

입력
1991.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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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철수로 발트3국 문제 양보/중동선 전후 영향력 확보전략/이라크서 쿠웨이트철군 휴전안 수용여부 미지수소련이 30일 걸프전쟁 종결을 위한 중대한 제안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함과 동시에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에 배치된 군대 일부를 철수하겠다고 밝혀 최근 국제정세와 관련,상당한 주목을 끌고 있다.

비탈리·이그나텐코 소련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걸프전쟁 관련당사국들의 중대한 결정이 곧 내려질 것이며 소련은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일련의 제안들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베스메르트니흐 소 외무장관도 부시 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발트3국에 진주한 소 연방군 일부를 철수시키고 이들 공화국 지도자들과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걸프전쟁과 관련,소련이 제의할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미소 양국 외무장관들이 이날 공동성명에서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철수한다는 분명한 약속을 하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면 휴전이 가능하다고 발표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미소 양국이 걸프사태와 발트3국 문제를 놓고 「묵계에 의한 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

즉 소련으로서는 현재 걸프전쟁의 양상으로 볼 때 결국 이라크가 미국 등 다국적군에 의해 붕괴될 것이며 이 경우 미국이 중동지역을 석권하게 될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질서가 냉전체제에서 신데탕트시대로 전환하게 되자 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상실에 불안감을 느껴왔는데 때마침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계기로 소위 「중강도전쟁」에 의한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주도의 평화)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된 것이다.

미국의 「세계전략구상」은 지역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자국의 이익을 보호함과 동시에 분쟁의 해결을 통한 영향력을 확대,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걸프전쟁 이후의 중동질서는 이라크정권의 붕괴 및 괴뢰정부 수립,친미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집트 및 페르시아만협력기구(GCC) 회원국 등으로 대세가 결정될 것이며 시리아 등 반미국가들도 미국의 영향력하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소련은 중동지역에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제외하면 아무런 끈도 없게 될 것이며 나토에서 철수한 미군이 중동지역에 주둔함으로써 자국의 안보에 잠재적인 위협으로 등장할 수 있게 되고 세계석유의 66%를 미국의 영향력하에 내주게 되는 결과를 걱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련은 따라서 자국의 이익에 위협이 되는 전쟁의 결과를 막고 베트남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미국과 모종의 타협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걸프전쟁이 절대 장기화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으며 희생자가 클 경우 부시 대통령의 재선마저 흔들리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또 이라크의 완전한 붕괴는 반미적인 이란을 견제할 세력을 잃게 되는 결과를 낳을 뿐 아니라 출구가 안 보이는 PLO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짐을 스스로 떠맡게 되는 셈이 된다.

미국은 이같은 난제들을 의식,소련의 제안들을 받아들여 「쿠웨이트 해방」이라는 전제조건을 해결하는 선에서 걸프전쟁을 마무리할 경우 자국에 미치는 손해는 없을 것으로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소련 역시 전후 영향력 행사란 측면에서 발트3국 문제를 양보하고 현전쟁상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개입함으로써 중동지역에서의 입지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소련은 경제난국을 타결키 위해서는 미국 등 서방국들의 지원이 절실한데 최근 발트3국의 유혈사태와 보수회귀현상 등을 이유로 서방국들이 이를 경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 발트3국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시키는 것이 대외적 이미지를 고양시키는 데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미소 양국은 이라크가 쿠웨이트서 철수하고 휴전이 될 경우 수지타산으로 볼 때 손해는 절대 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다만 이라크가 소련의 중재안이나 미국의 타협성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미소 외무장관 공동성명에서 걸프전쟁이 종식된 이후 이스라엘과 아랍간의 대립을 해소하는 데 노력해야 된다는 내용이 나온 것으로 볼 때 사담·후세인으로서는 일종의 명분론적 승리를 거두면서 미소의 「상호묵계」를 받아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이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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