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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학군,속빈 강정이라는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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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학군,속빈 강정이라는데(사설)

입력
1991.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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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대학에 보냈거나 보내려는 전국의 학부모 치고 서울 강남의 8학군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8학군은 어쩌다 보니 자녀를 큰 걱정없이 대학에 진학시킬 수 있는 최고의 노른자위 주거지와 동의어가 돼버렸다. 그래서 8학군 신드롬이라는 신조어도 나왔고 강북과 대칭해 서울의 남북전쟁이라는 소리도 나왔는가 하면 전국 곳곳에서 8학군에 전학하려는 고교생 가정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8학군은 과연 대학진학의 기적을 안고 있는 동리인가. 8학군내 고교는 정말 모두가 좋은 학교이고 마음대로 세칭 명문대학에 학생들을 쑥쑥 합격시키고 있는가. 8학군 열병은 과장된 소문이 쌓여 만들어진 허상에 불과하며,8학군은 다른 학군보다 별로 나은 것이 없다는 것을 수치로 입증하는 조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게 한다.서울시교위가 중학교 졸업자의 고교입학 때 실력(고교선발연합고사 득점)과 그들이 소위 명문대학에 진학한 숫자를 추적조사해서 밝혀낸 상관도는 「8학군 고교를 다니는 것이 대학진학에 결코 유리할 것 없으며 내신성적을 상대적으로 나쁘게 받아 오히려 불리하다」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8학군 고교가 수적으로 대학진학자를 많이 내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서울의 타학군에 비해 고교숫자가 훨씬 많아 비례적으로 대학응시생이 많고 고교입학생들을 배정받을 때 우수성적자가 월등히 많기 때문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고교연합고사의 고득점자를 많이 배정받았는데도 명문대학 합격률이 남고의 경우 서울의 9개 학군 중 4위밖에 안 되며 여고의 경우는 3위라는 추적조사결과는 학교여건이 좋다거나 교사들의 질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8학군열병」은 학부모들의 왜곡된 「맹모삼천」의 결과로 고무풍선처럼 커진 것일 수도 있고,「대학을 가야만 한다」는 잘못된 고학력풍조와 강남 개발촉진을 위해 정부와 서울시가 교육을 수단화한 데 따른 인과응보로 발생한 것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제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8학군열병」에 감염되지 않도록 스스로 깨달아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새로 짓는 학교이니 시설이 보다 낫고 아파트 밀집지역이 대부분이니 학부모들의 가정형편도 엇비슷한 데다가 일찍부터 학업에 열을 올려 비교적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좋은 교육환경에서 공부를 시켜보겠다는 학부모들의 욕구를 탓하거나 막아보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처럼 보다 나은 교육환경이 꼭 대학합격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학부모들은 이번 조사결과에서 터득하는 현명함을 배웠으면 할 뿐이다.

또한 8학군 개선안 마련에 실패한 서울시교위는 「8학군문제 해결」이란 근시안적 시책을 찾기보다는,강북을 비롯한 여타 학군내 학교의 시설과 교육여건을 강남의 좋은 학교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폭넓은 대책을 세우는 등 과감한 교육투자로 역공하는 것이 오히려 8학군문제를 푸는 왕도일 수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하여 전·월세살이를 하면서까지 강남으로 가는 전·입학자가 줄게 되는 날 참된 고교평준화는 정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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