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성 진통… “전후실익”이 대세/한발짝 더 개입… 전투파병 관심/미 요청 전 「자발성의」로 외교효과 극대화 판단정부는 30일 걸프전쟁의 다국적군 지원을 위한 군수송기 파견과 2억8천만달러의 추가 재정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정부 당국자들이 말하듯 명실상부하게 다국적군의 대열에 서게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떳떳한 일원으로 평가받게 된 셈이다.
반면 군의료진 파견에 이은 군소송단의 파견으로 걸프전쟁에 조금 더 깊이 발을 들여놓게 됐다고도 할 수 있다.
이제 앞으로 가장 큰 관심은 당연히 확전 또는 장기화에 따른 전투병력 파견가능성에 모아지게 됐으며 공교롭게도 이번 걸프전쟁 참여수준이 월남전 참여단계를 비슷하게 밟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같은 우려는 더 높아지게 됐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이번에 확정된 추가지원규모만 해도 지극히 복잡다단한 변수의 조합 속에서 결정됐다. 우선 군수송단 파견은 의료진 파견만으론 당당하게 다국적군에 낄 수 없는 상황에서 전투병력 파견을 피하면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단계로서 택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이 현단계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도 후방수송지원과 추가재정지원이라는 점이 맞아 떨어졌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먼저 파견된 군의료진에 긴급사태가 있을 경우 우리 군수송단이 긴급수송할 수 있는 부수적 효과도 있음을 지적했다.
정부는 또 군수송단 파견과 함께 추가재정지원문제를 지난 17일 전쟁발발 이후부터 계속 검토해 왔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을 최대한 만족시키면서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양극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부내 관련부처간의 견해 차이와 여론의 향배 등이 변수로 가세해 결정 과정은 더욱 진통을 겪었다.
추가지원 규모결정에 있어 가장 먼저 부딪친 문제는 지원필요성에 대한 기본적 공감대 형성. 추가지원에 대해 정부내 일각 또는 많은 국민들 사이에 『우리도 어려운데 미국 등 다국적군을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부정적 시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각은 ▲우리가 원유의 75%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6·25 때 유엔의 지원을 받았으며 ▲걸프전쟁 종전 이후 원유수급체제에 대한 발언권문제 등의 현실적 고려에 밀려 대세를 이루지 못했다.
특히 최근 한미간에 통상마찰이 심화되고 북방외교로 인해 양국관계가 서먹서먹해지고 있는 현실은 걸프전 추가지원의 필요성을 더욱 증대시켰다. 또한 동북아지역의 급격한 정세변화로 한반도주변 4강의 각축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걸프전 이후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위상은 더욱 고양될 것이라는 전쟁분석은 미국을 주축으로 한 다국적군에 「섭섭치 않은」 지원을 해야 한다는 당위론을 한층 뒷받침했다.
실제로 이웃 일본이 지난해 1차 재정지원시 우리의 20배 가까운 40억달러를 다국적군 및 전선국가에 제공했음에도 미국 여론으로부터 『날씨 좋을 때만 친구』라는 호된 질책을 받았던 사실은 정부의 선택여지를 좁혔다. 더욱이 우리는 소련이 발트해 연안공화국들의 분리독립운동을 유혈진압함으로써 서방의 비난을 받고 있는 터에 대소 경협 30억달러를 발표했기 때문에 더욱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정부는 이 같은 배경 아래 다국적군에 최대한의 「성의」를 표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규모책정작업에 착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곧이어 직면한 문제는 우리의 「성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느냐는 부분. 지난 1∼2년 사이 무역수지적자가 점차 심화되고 수출이 둔화되는 시점에 수억달러의 지원금 확보가 가능하다는 문제였다. 이에 따라 정부내에서는 현금보다는 파병 등 「몸으로 때우는」 방식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외무부 등에서는 무기제공이나 군병력의 과도한 파견은 자칫 향후 대아랍권 외교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런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17일 이후 관계부처간 장관 또는 국장급회의를 수시로 개최했으나 이 같은 견해 차이가 계속 노정돼 최종 결정에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미국측과도 접촉,비공식적으로 미국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은 90억달러를 추가지원키로 한 일본의 GNP가 우리의 17배이므로 한국이 5억∼6억달러를 부담해야 하지만 군의료진 파견과 무역적자심화,안보상황 등을 감안해 1차 때의 2억2천만달러와 합쳐 5억달러 수준에서 양해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추가지원규모의 통보시기를 놓고도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한 끝에 미국의 요청에 앞서 우리 스스로 규모를 확정,제시하는 것이 외교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본도 지난주 90억달러의 추가지원금을 미국에 통보하는 과정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모양을 갖췄다.
정부가 미국의 요청 전에 추가지원규모를 결정한 것은 전체적 국익을 고려한 신속한 행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규모 및 지원방법의 결정에 있어 지나치게 보안만을 강조하다 부담의 당사자인 국민을 소외시켰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또한 군의료지원단 파견 등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정치적 득실을 계산하느라 실기함으로써 추가지원의 규모확대를 자초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정광철 기자>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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