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다국적군의 전비가 누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그 전비의 일부를 우리 한국이 추가부담하지 않을 수 없게 되리라는 것도 우리는 대충 알고 있다. 그러나 얼마 만큼의 액수를 언제 어떻게 제공해야 할 것이며,현금 이외의 방법으로 부담을 나누어가질 수는 없는 것인지 우리로서는 매우 신중히 연구하고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믿어진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1차로 지원키로 한 2억2천만달러 외에 다시 2억8천만달러 정도를 추가부담할 의사를 이미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상오에 있은 관계관대책회의는 미국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지원요청을 받기도 전에 이같은 추가부담 내용을 합의했다는 것이며,의료진과 항공기 정비병의 추가파병방안도 적극 검토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우리 정부가 어떤 계산과 전망 아래 미측의 요구도 있기 전에 자진지원의사를 세웠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액수책정이나 결정방법에 있어 적지 않게 성급하고 또 무리한 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미국측은 2차 전비로서 4백50억달러를 계상하고 있으며,이 중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가 각각 1백35억달러,일본이 90억달러,독일이 55억달러를 추가부담키로 확정되어 있으므로 미국과 기타 동맹국이 부담해야 할 분은 35억달러가 된다는 것이다. 이 35억달러 중에서 우리가 2억8천만달러를 부담하는 것은 우리의 GNP 규모로 보아 합당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추가부담액을 GNP 규모만으로 결정해서 좋을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작년에도 큰 폭의 국제수지적자를 낸 사실은 고사하고서도 걸프전 발발 이후 지난 28일까지 우리의 무역적자가 통관기준 20억달러에 달해 있고,앞으로의 전망도 최악의 상태에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수출신용장내도액은 작년동기비 겨우 0.1% 증가에 머물고 있는 반면 수입면장발급액은 66.2%나 불어나서 국제수지 관리가 정부나 일반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수위에 올라 있는데,세계최대의 무역흑자국들과 GNP 규모로만 따져서 부담액을 정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하겠다. 우리보다 몇 배를 잘사는 EC 각국의 부담액도 모든 나라 것을 합쳐서 20억달러 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는 추정보도를 감안한다면 외화사정이 나쁜 우리의 2억8천만달러 추가부담이 과중한 것임을 금세 알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중대한 사항을 결정하면서 정부가 국민적 합의를 구하려는 낌새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일이라든지,다국적군측의 요청도 있기 전에 추가의료진과 항공기 정비병 파병을 먼저 거론하고 나서는 것은 분명히 설익은 태도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지원을 할 때 하더라도 그 지원이 최대의 효과를 얻고 알맞게 생색을 낼 수 있는 것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정부의 올바른 자세이며,또 이 문제를 다루는 적절한 협상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순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수도 있다. 다국적군 지원문제가 바로 그러한 것이라고 말해서 결코 지나친 주장은 아니 될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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